왜 삼각김밥은 '삼각형'일까
시각적·경제적 효율성 고려한 '전략'
사각김밥도 있었지만..지금은 단종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지난주 술을 마실 일이 많았습니다.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친구, 업계 동료 등과의 술자리가 잦은 요즘입니다. 전 숙취 해소를 주로 탄수화물로 합니다.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돌아갈 때면 종종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을 삽니다. 알코올 해독에는 탄수화물과 국물이 '국룰'이죠. 어느 날 삼각김밥 하나를 까먹어도 속이 '허' 하더군요. 문득 짜증(?)이 났습니다. 삼각김밥은 왜 삼각형일까. 더 큰 모양으로 만드는 건 안 될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었습니다. 반원이나 네모, 둥근 주먹밥 형태라면 더 양도 많을 텐데요. 삼각형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김밥은 말아야 하니 원통 모양이 자연스러울 겁니다. 초밥은 밥 위에 생선 살을 얹으니 직사각형 모양이 나올 거고요. 하지만 삼각김밥의 삼각형에는 어떤 특별한 이유도 없어 보였습니다. 다른 주변 음식을 둘러봐도 특별히 '삼각' 형태를 지닌 것은 없죠. 삼각김밥이 '유일' 합니다. 그렇게 삼각김밥 한 개를 산 것을 후회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봐도 마땅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기원은 알 수 있었습니다. 삼각김밥은 일본의 주먹밥 '오니기리'에서 착안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삼각김밥을 가장 먼저 편의점 상품화한 것은 일본입니다. 과거 일본의 농촌 사회는 산을 신처럼 여겼습니다. 이 때문에 산을 본떠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신이 음식에 깃들기 바랐다고 하네요. 추후 김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오니기리에 김을 씌워 판 것이 편의점 삼각김밥의 기원입니다.
한국은 일본 편의점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잘 수긍이 가지 않았습니다. 경제성이 없다면 이를 답습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기원이 오니기리라고 해도 한국 역시 삼각형인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오히려 한국의 주먹밥 이미지는 투박한 원형 모양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코리아세븐 등 편의점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코리아세븐은 1991년 편의점 최초로 국내에 삼각김밥을 선보인 곳입니다.
결론적으로 삼각김밥이 삼각형인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물류·유통 과정의 편의성이 있었습니다. 김밥을 운반하는 한 트럭이 있다고 칩시다. 짐칸을 김밥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어떤 모양이 가장 효율적일까요. 원 등 구형 모양은 탈락입니다. 둥근 모서리가 쌓는 데 방해가 되니까요. 네모는 어떨까요. 많이 담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삼각형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삼각형은 위아래를 뒤집어 서로 겹칠 수 있으니까요. 네모보다 더 많은 제품을 담을 수 있습니다.
운송 비용이 낮으면 제품 단가도 떨어지게 됩니다. 삼각김밥은 편의점의 대표 '가성비' 음식이죠. 삼각김밥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기도 합니다. 한정된 편의점 매대에 효율적으로 진열하기도 좋죠. 여기에 심리적인 측면을 노린 부분도 있습니다. 같은 밥을 사용하더라도 삼각형은 양이 더 많아 보입니다. 정삼각형이 주는 시각적 효과죠. 반면 원형이나 사각형은 부족한 티가 확 날 겁니다.
삼각김밥 하나를 먹어도 배가 고픈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지 않아 보이지만 삼각김밥의 용량은 보통 105~115g 사이입니다. 일반 공깃밥은 200g 내외죠. 사실 삼각김밥은 반 공기 수준에 불과합니다. 두 개를 먹어도 전혀 많이 먹는 것이 아닙니다. 편의점 입장에서 삼각김밥은 '서브' 상품입니다. 음료나 컵라면 등 다른 상품의 동반 구입을 부추기는 미끼입니다. 삼각김밥 하나로도 배가 불러선 곤란하겠죠. 편의점 입장에서 삼각김밥은 마진이 큰 상품은 아닙니다.
삼각형은 먹기도 편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물어도 입에 닿는 부위가 적습니다. 네모나 동그라미였다면 입 전체에 닿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새빨간 전주비빔 소스가 연인의 입가에 가득 묻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죠. 삼각김밥의 성공은 '간편성'입니다. 사람들이 도시 생활로 바빠지기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삼각김밥이 삼각형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사실 삼각김밥이 다 삼각형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GS리테일의 GS25는 2014년 사각김밥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초밥 두 개를 겹친 모양이었습니다. 일반 삼각김밥과 달리 '토핑'을 잘 두드러지도록 한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리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간편성 등에서 삼각김밥에 밀렸다는 평이 많습니다. 현재 GS25의 사각김밥은 단종된 상태입니다. 물론 일부 편의점은 아직 원형 등의 형태를 내놓는 등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류는 여전히 '삼각'입니다.
GS25 관계자는 "삼각김밥은 삼각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원형과 네모 등 제품을 출시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상태"라며 "소비자들이 익숙한 삼각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재출시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보너스로 가장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삼각김밥이 뭔지도 알아봤습니다. 오래전에는 전주비빔이 대세였지만 최근 몇 년부터는 참치마요가 1위를 굳혀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까지 삼각김밥의 누적 판매량은 7억3000만개에 달합니다. '참치마요', '전주비빔', '스팸김치' 순으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삼각김밥의 삼각형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물론 양과 질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서브'에서 '메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 입니다.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은 지난 여름 기존 삼각김밥보다 크기를 더 키운 '더커진 삼각김밥'을 리뉴얼 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매출도 신장세라고 합니다. 언젠가는 더 커진 '빅빅' 삼각김밥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부쩍 추워지는 요즘, 뜨끈한 컵라면과 잘 데운 삼각김밥을 먹으며 오늘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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