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꽃·나무카페>'큐피드의 화살' 품은 백설공주 드레스, 안스리움

정충신 기자 2022. 10. 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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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꽃잎과 포엽이 비에 촉촉히 젖은 안스리움.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했고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경복궁 옆 서촌마을 토속촌 삼계탕 한옥 마당에 우람한 향나무를 에워싸고 있다. 2022년 7월11일 촬영
꽃카페 안시리움 빨강 하양 : 꽃잎처럼 보이는 붉은색 하얀색 포엽은 불염포라 불린다. 같은 공기정화식물인 수염 틸란드시아가 향나무에 걸려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안스리움만 지금도 향나무 곁을 지키는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2019년 8월11일 촬영
꽃카페 안시리움 토속촌 : 저녁 무렵의 서촌마을 토속촌 삼계탕 한옥마당, ‘신안구가(新安舊家) 액자와 불빛이 새어나오는 문창살이 잘 어우러진다. 2022년 8월6일 촬영
꽃카페 안스리움 향나무 : 서촌마을 한옥 토속촌 삼계탕 마당 향나무와 어우러져 살아있는 꽃꽂이 작품은 연상케 한다. 2020년 6월23일 촬영
꽃카페 안스리움 꽃집 : 붉은 잎은 사실 꽃도 아니고 꽃잎도 아닌 포엽이다. ‘불염포(彿焰苞 )’라 불리는데, 꽃을 완전히 감싸는, 포가 변현된 ‘꽃턱잎’이다. 2022년 7월3일 서울 신촌 야외 꽃집에서 촬영.
꽃카페 안스리움 진홍색 꽃집 : 꽃잎처럼 보이는 안스리움의 불염포는 빨강, 흰색과 함께 분형 계열 진홍색 등이 있다.

꽃말은 ‘사랑에 번민하는 마음’…홍학꽃·팜므 파탈 이미지

사시사철 꽃이 핀 듯, 꽃잎 같은 붉은 잎은 꽃 보호 불염포(彿焰苞 )

토속촌 한옥 마당 향나무와 어우러진 꽃꽂이 작품 연상

■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글·사진=정충신 기자

<꽃인 줄 알았는데/꽃 아닌 꽃잎이란다/꽃의 꼬리란다/하냥 조화 같아서/금속의 소리 들리는 듯해서/기이하게 쳐다보곤 했는데/혼자 미안하게 바라보곤 했는데/세상엔/사랑인 줄 알았지만/사랑 아닌 게 많아/눈물조차도 진실 아닐 때/안스리움/꽃 대신 꽃잎을 피운다/무엇이 진실이냐고 묻듯/꽃잎을 피운다>

박재화 시인의 ‘꽃 아니라도-안스리움2’ 시에서 묘사한 대로 ‘안스리움 ( Anthurium )’의 화려한 붉은 꽃은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붉은 잎은 사실 꽃도 아니고 꽃잎도 아닌 포엽이다. ‘불염포(彿焰苞 )’라 불리는데, 마치 꽃잎처럼 보인다. 불염포는 꽃을 완전히 감싸는, 포가 변현된 ‘꽃턱잎’이다. 어린 꽃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같은 천남성과 식물로 흰색과 노란색 등 불염포가 특징적인 ‘칼라’ ‘스파티필름(화이트 안스리움)’과 유사하다. 안스리움의 불염포는 붉은색, 분홍색(진홍색), 흰색 3종류가 대표적이다. 칼라·스파티필름과 마찬가지로 진짜 꽃은 중앙에 돌출된 원통형의 막대기 모양이다. 원통형 막대기에 작은 꽃들이 많이 달려있다. 이 꽃의 모양을 ‘육수(肉穗)꽃차례’라고 한다. 꽃대 주위에 꽃자루가 없는 수 많은 작은 꽃들이 피는 것을 꽃차례라고 한다.

안스리움은 특이한 모양 때문에 별칭이 많다. 홍학을 닮았다고 해서 ‘ 플라밍고 플라워 ( Flamingo flower·홍학꽃 )’라 불린다. 빨간색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은 ‘백설공주 드레스 ’라는 애칭을 가지게 됐다. 하트 모양의 빨간 잎과 길쭉한 원기둥 모양은 마치 큐피드의 화살과 비슷해 ‘큐피드의 화살 ’이라 불린다.

서울 경복궁 옆 서촌마을 ,종로구 체부동 삼계탕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토속촌 삼계탕’ 한옥은 특이한 조경이 눈길을 끈다. 여름, 가을철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가린 등나무 푸른잎, 오른쪽 마당의 포도나무 덩쿨, 그리고 또다른 구역에 우람한 향나무가 있다. 이 향나무 곁을 몇년 전부터 작은 화분의 안스리움이 에워싸며 자연 그대로의 ‘꽃꽂이 명품’으로 되살아났다.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한옥 문창살과 ‘신안구가(新安舊家·주자학을 깊이 이어온 집)’의 또다른 의미대로, ‘낡고 오래 됨이 스며들어 있는 집이 편안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 안쪽에는 평소 이 집을 좋아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함께 이 집에서 식사하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 안스리움 ( Anthurium )’은 고대 그리스어 꽃을 뜻하는 ‘안토스 ( anthos )’와 꼬리를 뜻하는 ‘우라 ( oura)’의 합성어다. 꽃의 맨 윗부분의 노란색 술 부분이 꼬리처럼 생겨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박재화의 시에서 ‘꽃의 꼬리’란 단어는 이를 일컫는다. ‘칼라’와 더불어 안스리움이 왜 꽃꽂이 명품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장식하는지 알 수 있다.

하트 모양의 빨간 잎과 길쭉한 원기둥 모양은 마치 큐피드의 화살과 비슷해 ‘큐피드의 화살 ’이라 불린다. 꽃말도 ‘사랑에 번민하는 마음’이다. 유럽에서는 발렌타인데이에 남녀가 선물로 주고 받는 꽃이라 해서 ‘발렌타인데이 플라워’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정열의 고장 하와이를 대표하는 상징 식물로,‘ 하트 오브 하와이’란 이름도 갖고 있다.

안스리움은 여느 열대식물들처럼 독성식물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뭐랄까 누아르 영화의 ‘팜므 파탈(Femme Fatale) ’, 고혹적인 치명적 여인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식물의 독성은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산물이다.

안스리움은 ‘칼라’ ‘스파티필름’ 등 천남성목 천남성과 관엽식물로, 원산지는 콜롬비아 등 아메리카 열대지역이다. 이 열대지역 식물이 토속촌의 한옥, 향나무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신통방통이다.

일산화탄소 제거능력이 우수하고 암모니아 가스 제거 능력도 좋기 때문에 주방이나 화장실에 적합하다. 공기정화 식물로 인기 있다. 일년 내내 꽃을 볼 수있고, 개화기간이 가장 긴 꽃으로 8주간이나 꽃을 보여주며 화려한 자태 탓에 최상의 반려식물로 꼽힌다.

안스리움속에는 대략 600여 종의 품종이 있지만 가정에서 키우기에 적당한 식물은 세 가지 정도다. 안스리움은 꽃을 관상하는 종류와 잎을 관상하는 종류로 나뉜다. 잎은 토란 잎과 비슷한 모양으로, 잎이 두껍고 윤기가 나며 그물무늬가 있다. 꽃을 관상하는 종류에는 많은 원예품종이 있다. 특히, 꽃꽂이로 매우 인기가 좋아 현대적인 꽃 장식에 많이 사용된다.

안스리움은 원산지가 열대지방이고 꽃이 피는 식물이므로 따뜻하고, 습하고, 햇빛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만, 실내에서 이 같은 환경을 유지시켜 주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어서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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