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멸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합계출산율

시사IN 편집국 2022. 10. 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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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조형근 지음, 창비 펴냄

“젊은 날 마음먹은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은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다.”

정규직 대학교수를 하다가 사직하며 지은이가 쓴 신문 칼럼은 꽤 화제가 되었다. 사표를 낸 그는 동네로 돌아왔다.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글을 쓰는 동네 사회학자다. 그렇게 사는 동안 사유하고 쓴 글들을 모았다. 책은 오랫동안 대학에 몸담았던 지식인으로서 대학과 지식인의 역할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갱신하기 위한 고민을 담았다. 세월호, 합리적 보수, 촛불행동, 주거 빈민의 삶, 중산층 민주주의에 대해 차분히 말한다. 그러면서 유토피아의 희망을 생각하고, 행복경제학이라는 대안과 한계도 따진다. 세상을 비판하는 시론이면서 동시에 성찰하는 고백록이다. 문장이 단정하고 시선이 사려 깊다.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리드비 펴냄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1578년 겨울, 오다 노부나가는 승승장구하며 일본 전국시대의 패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노부나가의 부하 맹장인 아라키 무라시게가 반역하고 아리오카성에서 농성에 들어간다. 무라시게는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노부나가의 군사(軍師) 구로다 간베에를 지하 감옥에 가둔다. 이후 성 안에서는 기괴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모리 가문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군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무라시게는 간베에에게 탐정 역할을 요청한다. 일본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두 사람과 실제 사건을 절묘하게 엮어 긴장감 넘치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북하우스 펴냄

“오래전 침묵 속에 추었던 죽음의 춤은 승리의 춤, 언어를 향한 춤, 권위의 춤이 되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19세기 영국 작가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남성 주인공인 로체스터가 제인과 사랑을 키워나갈 때 다락방에 방치했던 그의 ‘미친 아내’ 버사 메이슨. 책의 저자들은 〈제인 에어〉에서 여성인 샬럿이 가부장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자아분열적 이중성’을 읽어낸다. 샬럿(과 당대 여성들) 역시 ‘미친 여자’였던 것이다. 1979년 발간된 이 책은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미친 여자’라는 프리즘을 통해 명쾌하게 풀어낸다. ‘남성 문학’과 구분되는 ‘여성 문학’의 계보와 투쟁을 드러낸 이 책은 ‘페미니즘 비평’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펴냄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작가의 아버지는 혁명가였다. 빨치산으로 지리산과 백운산을 누볐다. 사회주의자로 평생을 살았다. 딸은, 자본주의 경제가 고도로 발전한 세상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혁명을 이야기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죽었다. 장례식 3일 동안 아버지의 ‘혁명동지’들, 총구를 맞대고 싸웠던 적들, 심지어 아버지의 ‘담배 친구’로 자처하는 열일곱 살 소녀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시놉시스와 주제 의식은 진중하고 무겁지만, 경쾌하고 웃기며 따뜻하게 읽힌다. 책을 덮고 나면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더욱 관대해진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힘 배성민 지음, 빨간소금 펴냄

“학교 경영은 우리가 안 했고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도 우리 탓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치인을 지망하며 구의원 선거에 나갔던 저자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정치한다고 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활동가가 된다. 현장에서 그는 정리해고에 맞서는 신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을 만난다. “니가 그 나이에 어디 가서 뭘 한다고, 섭섭함 쏟아붓는 남편 핀잔에 용역 업체에 이력서 내고 출근하게 된 신라대학”에서 묵묵히 화장실과 복도를 쓸고 닦던 청소 노동자들은 누군가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노동자 자신으로 거듭난다. 한겨울에서 초여름까지 114일 동안 이어진 그들의 투쟁을 초보 노조 활동가가 기록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김순남 지음, 오월의봄 펴냄

“새로운 시민적 유대를 가로막는 핵심에는 가족주의가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두고 ‘멸종’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1인 가구와 비혼, 고독사가 증가하고 돌봄 공백은 커졌다. 무엇이 비정상적인 가족인가보다, 무엇이 정상적인 가족인가 정의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다. 저자는 이 인구 위기를 ‘가족구성권’이라는 관점으로 재구성한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문제적 집단이 등장한 게 아니라, 누적된 불평등과 차별의 결과다. 단순히 경제적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것은 왜 필요한가.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관한 법적·사회적·문화적 쟁점을 총망라했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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