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4천만원' 재건축 부담금 깎아줘도..반응 싸늘한 이유
정부가 재건축부담금 제도 도입이후 16년 만에 완화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면제금액을 1억원으로 높이고 부과 구간을 확대했지만, 부과율을 종전과 동일하게 50%로 유지해 징벌적 과세 성격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고 부과율 인하가 아니라 개시 시점을 조정하면서 조합마다 희비가 엇갈려 더 큰 조세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국회 관문을 넘더라도 서울·주요 수도권 재건축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건축부담금 부과율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과율 최고 50% 징벌적 세금"…장기보유별 감면 내부갈등 우려
정부의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 발표 이후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미희 성동구 장미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재조연) 대표는 "토지 초과이익 환수금도 최대 25%를 넘지 않는데 재건축 최고 50% 부과는 너무 과도하고 징벌적 세금"이라면서 "부과율도 최고 50%에서 25%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합원별로 6년 이상부터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50%를 감면해주면, 그 외의 소유주는 부담금을 다 내라는 말인데 한 단지 안에서 수억원대의 세금을 낼 자와 내지 않을 자로 나뉘면 재건축 사업은 또다시 흔들릴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설립을 3년 전에 했고 추진위 설립일은 13년 전이기 때문에 이번 완화책으로 엄청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처럼 시점에 따라 조합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결국은 또다시 조세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순복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주변 도로, 학교 등 기반 시설 제공하고 용적률을 올리면 상승분 50%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데 여기에다 시세 상승분에 대해 최고 부과율 50%를 매겨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동안 집값을 우리가 올린 것도 아닌데 최고 부과율 인하와 부과이익 산정에 기준이 되는 정상주택가격상승분 산정 기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국 72개 재건축 조합이 모인 재조연을 중심으로 재건축 연합들은 부과율 인하와 기준시점을 사업시행인가로 재조정 등의 대책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집단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금 완화에도 시장 안 바뀌어, 폐지해야"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번 완화책이 정비사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막혀있는 재건축 시장에 일부 속도는 나겠지만 조합원들은 유예 혹은 폐지를 희망하고 있어 기대치의 차이가 크다"면서 "지금은 금리공포 국면으로 개발재료에 둔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에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전보다 부담은 낮아지겠지만 이에 따라 재건축이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라면서 "최근 부동산 경기도 꺾이고 있어 이번 개편으로 재건축이 크게 활성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부과 기준시점을 사업시행인가 시점까지는 조정하고 최고 부과율도 30% 정도로 내렸으면 정부의 기대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도세 최고세율도 45%인데 이익의 50%를 부담시키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궁극적으로 재건축부담금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담금이 줄어들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개별 단지마다 체감은 다르다"면서 "특히 서울과 인접 수도권은 규제를 완화해도 지방과 달리 억 원 단위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데,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의 폐지까지 포함한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된 재건축부담금이 대폭 감면된다. 부담금 면제금액이 1억원으로 상향되고 부과율 구간이 넓혀지는 한편 산정 기준시점도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춰진다.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는 최대 50%까지 감면해주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27일 민간전문가 중심의 주택공급혁신위원회 논의를 거쳐 개선안을 최종 조율했다.
2006년 제도 도입 이후로 한번도 조정하지 않았던 부담금 면제금액은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부과율 결정의 기준이 되는 부과구간도 기존의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넓혀 실제 부과액을 하향 조정했다.
주택업계가 강하게 요구해온 부담금 부과 개시시점도 기존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기로 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 종료시점(준공)의 주택가격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격과 개발비, 정상 주택가격상승분 총액을 빼서 산정한다. 개시시점을 추진위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시점으로 늦추면 이 기간 집값 상승분이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국토부는 당초 산정시점을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출 경우 강남3구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이 과하게 줄어들 것을 우려했으나, 실질적인 사업 주체가 추진위가 아닌 조합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공공기여 감면 인센티브도 도입한다. 앞으로 부담금 산정시 초과이익에서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을 매각한 대금은 제외된다. 국토부는 공공기여분만큼 부담금이 줄어들면 재건축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감면도 신설한다. 1세대 1주택자로 해당 주택을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6년이상 보유한 경우엔 10%, 10년이상 보유한 경우엔 최대 50%까지 부담금이 감면된다. 준공시점에 1세대 1주택자여야 하고 보유기간은 1주택자로 해당 주택을 보유한 기간만 포함된다. 만 60세 이상 1세대 1주택자는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상속·증여·양도 등 주택 처분시점까지 납부를 유예할 수 있게 됐다.
올해 7월 기준 예정 부담금이 통보된 곳은 전국에 총 84개 단지. 이 중 38개 단지는 이번 개선안에 따라 부담금이 아예 없어진다. 특히, 지방은 32개 단지 중 21곳이 면제된다. 나머지 납부 대상인 11곳도 1000만원 미만이 6곳에 달한다. 또 전국적으로 1000만원 이하 부과 예정 단지가 당초 30곳에서 62곳으로 증가하는 반면 1억원 이상 부과예정 단지는 19곳에서 5곳으로 줄어든다.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 등 실수요자의 부담도 큰 폭 줄어든다. 예정액 1억원이 통보된 A단지의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10년 거주)는 부과기준 현실화와 함께 최대 50% 감면을 받아 최종 1500만원으로 부담금 액수가 적어진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그간 관련 전문가, 지자체 등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으로 과도한 재건축부담금 규제가 합리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 개정사항인 만큼 입법과정에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재건축 부담금은 2006년 법 시행 이후 5개 단지에 25억원이 부과된 것을 끝으로 2017년까지 2차례 유예를 거쳐 실제 납부 사례가 거의 없다. 2018년부터 유예기간이 끝나 이후 준공된 5개 단지가 부과해야 하나, 산정기준은 그대로인 반면 집값이 뛰면서 부담금 규모가 급격히 불어났다. 관련 재건축조합의 위헌소원은 2019년 10월 합헌결정이 났으나 지자체가 부과절차를 중지하기도 했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기준과 개시시점 조정으로 재건축부담금 부과 단지는 현행 84곳으로 46곳으로 줄어든다. 1억원 이상 고액부과 단지는 19곳에서 5곳으로 크게 감소한다. 부과금액별 단지 수는 △1000만원 미만 62곳(면제 38곳) △1000만~3000만원 9곳 △1억원 이상 5곳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면제금액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한다. 부과개시 시점도 종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로 늦춰진다. 부과기준 변경으로 종전 대비 기본 금액이 줄어들고, 여기에 장기보유 기간에 따라 추가 감면 혜택을 주는 식이다.
기존 부담금이 3000만원이었던 단지는 기본적인 부담금이 300만원으로 조정된다. 여기에 6~10년 이상 장기보유 감면율 10~50%를 적용, 최종 부담금은 150만원으로 종전 대비 95%까지 감면받는다.
종전 대비 부과금은 △부담금 5000만원 부과 단지는 700만원(장기보유 적용 시 630만~350만원) △1억원 단지는 3000만원(2700만~1500만원) △2억원 단지는 1억1500만원(1억400만~5800만원) △4억원 단지는 3억1500만원(2억8400만~1억5800만원)으로 책정된다.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받는 단지 46곳 중 절반인 23곳이 서울 재건축 단지다. 이 가운데 1억원 이상 고액 부과단지는 종전 19곳에서 5곳으로 줄었다. 강북 지역 대표 재건축 사업장인 A단지는 기존 1인당 부담금 예정액이 1억8000만원에서 부과기준 현실화와 개시시점 조정, 공공기여 감면 적용으로 8000만원이 기본적으로 부과된다. 이에 장기보유 감면율 10~50%를 적용하면 보유 기간에 따라 72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부담금이 줄어든다. 종전 대비 감면율은 최대 78% 수준이다.
지방은 32개 단지 중 부담금을 면제받는 21곳(65%)을 제외한 나머지 11곳의 세대당 평균 부담금은 종전 2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84%가량 줄어든다. 1인당 부담금 예정액이 1억원이었던 지방 B단지는 종전 대비 5분의 1 수준인 2000만원까지 감소한다. 장기보유감면율 10~50%를 적용하면 부담금은 1800만원에서 1000만원선이다. 최대 감면율은 90%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예정액 1억원이 통보된 단지는 부과기준 현실화로 부과금이 3000만원으로 줄고, 1세대 1주택 장기보유 감면 적용으로 1500만원까지 부담금이 줄어 최종 85%까지 감면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재건축 부담금 완화 방안' 브리핑에서 "재초환법이 통과되게 되면 경과조치를 통해 준공 이후 부담금을 아직 부과하지 않은 사업장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재건축부담금은 지자체가 준공일로부터 5개월 내 부과해야 한다. 현재 재건축 부담금 부과단지 총 84곳(현행 법 기준) 중 5곳은 준공이 완료된 단지들이다. 그러나 부담금 완화 조치를 포함한 법 개정 등이 예고되면서 지자체들이 부과 절차를 멈춘 상황이다.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 준공된 단지들 역시 완화 조치를 적용한 부담금 확정액을 통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실장은 "준공이 완료되지 않은 79곳 단지는 부담금 예정액이 사업승인일 기준으로 산정돼 있다"며 "통상 사업승인일부터 준공까지 5년 정도 소요되는데, 최근 집값 상황을 보면 최종 준공 시점에 집값이 크게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권 실장과의 일문일답.
-강남 재건축은 감면율이 낮아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 활성화 될 것 같지 않다.
▶강남 재건축의 원활한 촉진을 위해 과감히 부담금 면제할 필요도 있다.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은 정적하게 환수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도심 내 주택공급이 원활해지도록 부담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측면도 있다. 현행 부과체계에서는 최고요율 구간인 1억1000만원을 넘는 단지가 84개 단지 중 44개 단지, 52%다. 이번 개선안이 적용되면 9%만 최고요율 구간에 들어간다. 또 84개 단지 중 5곳만 1억원이 넘는다. 이마저도 최장 보유 10년을 하게 되면 최대 50%까지 감면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개선안이 작동되면 서울 재건축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 기대한다.
-부담금 확정 시점은 언제이며 입법 시점에 따라 단지별로 부담금 법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나.
▶사업승인이 이뤄지면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다. 그런데 실제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은 준공 시점의 집값이 제일 중요하다. 예정액이 지금 통지됐다고 하더라도 실제 준공시점까지 집값이 어떻게 변동하느냐에 따라 최종 부담금은 달라진다. 현재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84개 단지 중 최종 준공된 단지는 5곳이며, 이를 뺀 79곳 단지는 부담금 예정액이 사업승인일 기준으로 산정돼있다. 통상 사업승인일부터 준공까지 5년 정도 소요되는데, 최근 집값 상황을 보면 최종 준공 시점에 집값이 크게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면제기준 1억원, 부과구간 7000만원 등은 어떤 근거로 정해졌나.
▶최근의 집값 상승률과 전반적인 부담금, 조세부과 체계 등을 같이 검토했다. 최근 집값은 2006년 제도 도입 후 2022년 7월까지 3~4배 정도 올랐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양도세 최고 부과세율 적용 대상이 전체의 3%, 상속세도 최고세율 적용 대상이 5.9%인데, 재건축 부담금은 최고 부과율 대상이 52%나 된다는 게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2018년 이후 재초환이 실제 부과된 적이 없는데, 정부는 앞으로 이 기준대로 부과가 되도록 지도하겠다는 뜻이 있나. 지자체에서 부과를 유예하거나 미룰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총 84개 단지 중 5곳이 준공됐고 관련 법령에 따라 지자체장은 준공 5개월 이내 부과하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자체장이 부과절차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초환 법률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 재초환법이 통과되게 되면 경과조치를 통해 준공 이후 부담금을 아직 부과하지 않은 사업장에도 개정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
-장기보유 혜택 받는 1세대1주택자에 일시적2주택도 포함되나.
▶1주택자 규정에 대해서는 준공시점에 무조건 1주택자여야 하고. 준공시점부터 역산해서 10년까지 1주택자인 경우에는 50%를 감면해준다. 일시적2주택이거나 지방저가주택을 가진 경우도 1주택자로 보는 것을 원칙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방저가주택을 어디까지 보고 일시적2주택의 범위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는 하위 법령 정비과정에서 세부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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