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정원 여행] 미술관 위 사색 정원, 과천 미술관 옥상

2022. 9. 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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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현대미술관 옥상정원
과천 국립현대민술관 옥상

[헤럴드경제] 초록이 진 자리에 울긋불긋 단풍이 피어난다. 바람마저 선선하니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이하 과천관)은 무겁지 않은 나들이 삼아 가기에 알맞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 옥상정원―시간의 정원’ 전시가 가을 정취를 더한다. MMCA 과천프로젝트는 과천관 특화와 야외 공간 활성화 계획이다.

올해는 과천관 옥상정원을 재생의 대상으로 공모해 조호건축(이정훈 건축가)의 ‘시간의 정원’이 당선, 지난 6월 29일 첫선을 보였다. 과천관 옥상은 이전에도 개방했는데, ‘시간의 정원’이 들어서며 기능적 공간에서 벗어나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야외 조각공원

‘시간의 정원’은 과천관 초입의 야외조각공원을 지날 때 건물 꼭대기에 얼핏 형상을 드러낸다. 야간에는 흰색 파이프의 원이 과천관의 엔젤 링처럼 보인다. 과천관 1층에서 ‘시간의 정원’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승강기를 이용해 곧장 옥상으로 가거나,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을 감상하며 기대감을 고조하는 방법이다.

‘다다익선’은 과천관을 대표하는 초대형 작품이다. 개천절(10월 3일)을 뜻하는 1003개 모니터를 탑처럼 쌓아, 1층부터 3층까지 중앙홀을 채운다. 2018년 이후 복원을 위해 중단했다가 지난 9월 15일 재가동했으니 ‘신상’이나 다름없다. 작품이 자리한 중앙홀은 로톤다 형태다. 높이 18m 모니터 탑 주위로 나선형 관람 통로가 3층 옥상정원 입구까지 이어진다. 거대한 모니터의 나무를 오르는 듯하고, 거대한 수직 영상의 정원인 양하다.

다다익선

‘시간의 정원’은 ‘다다익선’의 제일 높은 자리에서 바깥 옥상정원 입구로 나가면 만날 수 있다. 지름 39m 원형 캐노피 구조물로, 흰색 파이프가 원형 이동로를 따라 늘어서 도넛 모양 벽과 지붕을 이룬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난간이 성장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력이 모티프다. 머리 위 높이는 2.1m에서 시작해 4.2m까지 올라가고, 파이프가 가리던 풍경은 그 정점에서 주변 청계산과 관악산을 향해 활짝 열린다. 가까이 청계산과 서울대공원, 국립과천과학관 등이,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이정훈 건축가의 말을 빌리면 “공간의 한편에 존재하는 시간이 아닌 순간의 연속으로서 시간의 존재를 오롯이 보여주는 장소”다. 풍경 좋은 자리에는 역시 파이프로 만든 의자를 배치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쉬기에 적당하다. 머리 위를 두른 흰색 파이프가 시간에 따라 그림자 길이를 변주하는데, 해시계의 흐름 같다.

‘시간의 정원’은 정원 디자이너이자 환경 미술가 황지해 작가의 ‘원형정원 프로젝트 :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와 떼어서 이야기할 수 없다.

무르익는 과천의 가을

‘시간의 정원’에서 미술관 바깥으로 청계산과 관악산이 보인다면, 안쪽은 발아래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가 매혹한다. ‘시간의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달의 뿌리 같기도 하다.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시간의 정원’으로 인해 한층 안온하다.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시간의 정원’에서 계단으로 연결된다. 과천관 주변 산과 들의 식생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우리 땅 곳곳의 생태를 옮겨 왔다.

‘청계산과 관악산에 사는 새와 곤충의 식량 창고이자, 나비의 산란장’이 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래서 작품명을 우리나라 하천에 자생하는 달뿌리풀에서 따왔다. 10월까지 단양쑥부쟁이 꽃과 우산마가목(울릉도 자생 마가목) 열매를 볼 수 있다. 햇살이 강할 때는 2층 실내 동그라미쉼터에서 창 너머로 감상하면 앤디 워홀의 액자 미학이 배가되겠다.

‘다다익선’ ‘시간의 정원’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연장선에서 감상하면 좋다. 미디어 아트에서 자연과 인간을 잇는 건축을 지나 그 품의 작은 정원에 이르는 여로는, 짧은 구간이지만 긴 여행을 경험하게 한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 옥상정원―시간의 정원’은 2023년 6월 25일까지, ‘원형정원 프로젝트 :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는 2023년 12월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지만, 관객의 반응이 좋으면 이후에도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올해는 첫 가을맞이로 의미 있다. 고요히 머무노라면 일상의 근심은 바람결에 씻기고, 삶을 지탱하는 소소한 희망이 채워진다. 오전 10시 문을 열고 월요일은 휴관한다. 수도권 전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과천관까지 셔틀버스(아트셔틀)가 20분 간격으로 오간다. 버스 승강장은 MMCA 과천프로젝트 2021로 진행한 ‘예술버스쉼터’라 눈여겨볼 만하다.

과학관 인체탐험 매직버스

대공원역 앞 국립과천과학관은 과학탐구관, 자연사관, 미래상상SF관 등으로 구성된다. 체험형 전시가 많아 과학을 놀이로 경험할 수 있다. 과학탐구관의 ‘로보-Q’(지진 체험), 미래상상SF관의 ‘타임머신’, 첨단기술관의 ‘우주여행극장’ 등이 특히 인기다. 방문 전에 예약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천문우주관의 ‘스페이스월드’는 2023년 4월 30일까지 휴관한다. 10월 중에 SF미래과학축제가 열리니, 일정에 맞춰 방문해도 좋겠다.

아해박물관

아해박물관은 전통 놀잇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수집·보존해 전시한다. 아해는 ‘어린이’를 이르는 말이지만, 어른들도 추억에 젖는 곳이다. 상설 전시는 태아의 놀이부터 시작해 계절, 소재 등으로 분류·전시한다. 팽이나 연, 전통 보드게임에 해당하는 승경도와 승람도, 고누와 쌍륙 등 40~50대에게도 낯선 놀잇감이 눈길을 끈다. 아해박물관 전시는 게줄다리기, 구슬치기, 팽이치기 등 체험과 연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약 1만 3000㎡ 규모 아해숲은 생태 학습장이나 놀이터로 맞춤하다.

추사박물관

추사박물관은 아해박물관에서 지척이다. 전시는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며 관람한다. 2층은 추사의 생애, 1층은 추사의 학예가 주제다. 봉은사 판전 현판(서울유형문화재) 글씨를 비롯해 추사 글씨의 변천사를 살필 수 있다. 지하 1층은 추사 연구가이자 ‘세한도’를 소장했던 일본 학자 후지츠카 치카시와 그의 아들이 기증한 추사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박물관 옆 과지초당에도 꼭 들를 일이다. 추사의 아버지 김노경이 지은 별서로, 추사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4년 남짓 과지초당에서 지냈다. 누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추사가 항아리를 묻어 만들었다는 독우물의 물소리가 은은하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1박 2일 여행을 한다면, 첫째 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서울대공원, 둘째 날: 국립과천과학관→아해박물관→추사박물관이 좋겠다. 서울대공원 캠핑장, 수도권 속 농촌 농부네수제갈비, 동서양 퓨전 마이알레 단호박피자집 등이 이색 숙식이고, 주변엔 과천야생화자연학습장, 서울대공원산림욕장, 렛츠런파크 서울, 연주암 등이 있다. [취재협조=한국관광공사, 과천시]

글·사진=박상준 작가, 정리=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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