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형 '손피싱' 대표 "소비자의 마음부터 얻으려 했죠"[한기홍이 만난 사람](12)

2022. 9. 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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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용품 온라인 판매로 50억원 매출
신학대학을 졸업한 한 예비 성직자가 온라인 사업가로 변신해 성공을 일군 스토리가 있다. 손문형(37) 손피싱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낚시용품을 판매해 한해 매출 50억원 규모의 온라인 마케터로 성장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그의 기독교 신앙은 조금도 엷어지지 않았다. 그는 사업과 사역, 비즈니스와 봉사에는 같은 철학과 원리가 관통한다고 믿는다. 마음을 텅 비우고 타자(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손문형 대표는 쇼핑몰 사업의 성공 비결로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판매의 영역을 심플하게 설정하라”고 조언했다. / 주미영 작가


신학대 졸업 후 ‘청개구리 밥차’ 봉사
“신학교를 갓 졸업한 젊고 가난한 목회자가 돈이 어디 있었겠어요. 외삼촌의 온라인 사업을 아르바이트처럼 돕다가 받은 돈 200만원이 있었어요. 그 돈으로 낚시용품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죠. 2014년이니까 딱 8년이 됐네요. 작년 매출 40억원, 올해 매출액을 50억원 정도로 예상하니까 나름 성공한 사업을 펼쳤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신학대(서울신학대)를 졸업했을 때 손문형이 할 줄 아는 기능이나 실용적 지식은 전무했다. 경제나 경영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PC도 제대로 다룰 줄 몰랐다. 외삼촌 일을 처음 도울 때도 간단한 포토샵조차 할 줄 몰랐다. 봉사하는 일, 착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문형은 2008년 신학대를 졸업하고, 군에서 제대한 2010년부터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빈민과 청소년을 위한 사역에 참여했다. 당시 부천역 일대는 수도권 가출 청소년들의 집합소였다. 노래방과 PC방, 만화카페와 당구장, 주민등록증 없이도 방을 내주는 여관과 모텔이 밀집해 있었다.

손문형은 장애인과 청소년을 돕는 목회를 하는 ‘선한목자교회’에 몸담게 됐는데, 그 교회 목사의 사모가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를 이끄는 이정아 대표다. 이 대표는 가출 청소년을 임시로 보호하고, 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청개구리 밥차’를 운영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저녁부터 새벽 3시까지, 가출 청소년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013년까지 3~4년 정도 이 대표와 함께 그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거리를 떠돌던 청소년의 일상은 참담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정이 해체돼 돌아갈 곳이 없거나,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돌이키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었어요. 이혼, 재혼, 한부모, 조손가정(祖孫家庭·만 18세 이하인 손자 손녀와 65세 이상인 조부모로 구성된 가정) 출신이 대다수였죠. 하루에 한끼 정도 먹거나 며칠씩 굶는 가출 청소년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절도나 성매매로 하루하루를 살아갔고, 앵벌이와 갈취로 그들의 처지를 악용하는 불량배도 그곳에 많았죠. 몇 달 전에도 부천역에 가봤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청개구리 밥차’란 이름도 손문형이 지었다. 그가 몸담고 있던 교회가 ‘선한목자교회’였는데, 신도는 고작 6명에 불과했다. 6명의 신도 전부가 파트를 나눠 장애인·청소년·대안가정을 위한 사역에 헌신했다. 손문형은 대안가정 파트를 맡아 가출 청소년을 돌봤다. 교회에서 얻은 방에서 아이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스무 살에 가까운 청년까지 한 방에서 그들과 동고동락했다.

“아침에 깨워 밥을 해서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면 아이들의 공부와 방과후 생활을 지도하는 어머니 역할을 했던 것이죠. 사법 당국에서는 모든 형사상의 수사나 재판 정보를 그들의 주소지로 보내잖아요. 가출한 아이들이 그 정보를 모르죠. 이정아 대표는 일일이 그런 정보를 파악해 수사나 재판에 대응토록 하는 일을 도맡아 처리해야 했습니다.”

손문형 역시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에 낮에는 복지관에서 어르신들 목욕을 시켜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선한목자교회’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인가를 받지 않았다. 사회복지와 구호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청소년을 구호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을 당하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굉장히 긴급한 도움을 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인가를 받은 기관은 그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누군가 그들을 돌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강했습니다. 이정아 대표가 제게 부천역에 나가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는 일을 같이 해보자고 하셨죠. 소극적으로 방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기보다 거리에 나가 아이들에게 밥도 해주고, 직접 접촉해 그들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들어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장을 보아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이 대표는 청개구리 밥차를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도 그때 만났던 학생들과 가끔 반갑게 소통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공동체 프로그램에 후원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일 충남 보령 무창포 앞바다에서 열린 전국 낚시대회에서 고객과 선상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손문형 대표(가운데) / 손문형 제공


마음·생각·일정 비우고 사업 시작
손문형은 신학교를 나왔지만 목사가 될 소질은 없다고 생각했다. 봉사를 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교회를 운영하면서 신도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은 자신의 ‘달란트’가 아니라고 봤다. 가출 청소년을 돕는 일도 한때는 소중했다. 하지만 목사의 길을 걷지 않을 거라면 또 다른 생활의 방편을 찾아야 했다. 외삼촌을 도울 당시 배운 온라인사업의 기회가 홀연히 그 앞에 다시 나타났다.

“신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목회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었죠. 왜 굳이 그 길을 가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대하고 선한목자교회를 가게 된 것도 사실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제가 잘할 수 없는 목사의 길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삶을 실천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천 선한목자교회가 저에겐 아주 이상적인 사역의 기회를 준 셈이죠. 거기서 많은 청소년을 만나 그들과 고민을 함께 나눈 생활이 저의 내면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부천에서 사역을 마치고 고향 대전에 내려왔습니다. 2층짜리 컨테이너 건물 위층에 있었던 부친의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사업을 시작했죠. 마침 아래층에 낚시용품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 사장님에게 200만원을 드리고 물건을 구해달라고 했어요. 사장님은 제게 주꾸미 낚시용품 판매를 권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8월은 주꾸미 금어기였지만 당시에는 금어기가 없었거든요. 그때가 2014년 8월, 제가 이 사업에 처음 몸을 담게 된 출발점이었지요.”

손문형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출 청소년 사역을 할 때 가졌던 초심을 떠올렸다. 마음과 생각 그리고 모든 일정을 텅 비워야 한다는 당시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요컨대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생활을 위해서는 하루 10만원 정도의 매출이면 족했다. 그 이상은 쓸데없는 욕심으로 그는 보았다.

“아이들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려면 모든 면에서 제가 비워져 있어야 했어요. 예를 들어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면 귀찮다거나 하는 주저함 없이 즉각 끓여줄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돼 있어야 하죠. 이 점은 제가 사업을 할 때도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됐습니다. 저보다 고객을 중심에 세운다는 것, 고객이 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귀 기울이는 것, 그런 태도가 사업을 성공시키는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항상 제 마음을 텅 비워놓아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종교적 믿음과 사업의 성공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고객불만 경청하고 품질개선
손피싱의 주력 판매상품은 낚시용품과 핫팩이다. 낚시용품은 대상 어종을 기준으로 다양한 루어(가짜 미끼)가 있지만 손피싱은 주꾸미·갑오징어·문어의 루어만 판매한다. 핫팩이 차지하는 매출도 상당하다. 매년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물었을 때 손문형의 대답은 단순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손문형 대표는 올해 충북 청주 본사 인근에 16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3동의 물류 창고를 지었다. 지게차를 직접 운전해 창고에 상품을 적재하는 손문형 대표 / 주미영 작가


“그 문장을 나침반처럼 마음의 중심으로 삼고 고객의 불만과 필요를 경청했습니다. 결국 브랜드는 고객이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고객이 먼저 알아봐 주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랑비가 온몸을 적시는 순간이 ‘문득’ 다가옵니다. 그때부터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곡선이 시작됩니다. 곡선이 아니라 수직선으로 성장할 수도 있어요.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의 문이 크게 열릴 수 있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손문형은 평생 마케팅을 배워본 적이 없다. 2020년 회사가 20억 매출을 달성한 직후 한 온라인 사업가 모임의 초빙을 받았다. 서울 강남에서 100명 정도의 사업자가 모여 그의 사업철학을 경청했다. 그때 모인 사람들이 손문형의 얘기를 듣고 상당한 놀라움과 함께 깊은 공감을 표시해주었다고 한다.

“제가 가출 청소년을 돕는 사역에 종사할 때 느꼈던 느낌, 그들에 의해 몸과 마음이 이끌려갔던 순간을 이야기해줬습니다. 고객에게 제 요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을 텅 비워놓고 고객이 저를 이끄는 대로 몸과 마음을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지요. 그 순간에 오직 진심이 작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술적인 마인드로 고객을 순간 속이려 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고객의 불만이 들어왔다. 300원짜리 루어의 휘어진 바늘이 주꾸미가 물면 곧게 펴진다는 것이었다. 루어바늘이 펴지면 낚였던 주꾸미를 놓치기 쉽다. 다른 매장에서는 뭐라고 했을까. 그 고객은 ‘300원짜리 루어가 다 그런 게 아니냐. 1만원짜리 일제 루어를 쓰면 그런 일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저는 이 얘기를 듣고 에이전트를 통해 중국 공장에 바로 시정을 요구했어요. 결함을 시정한 600원짜리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그게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됐습니다. ‘핫팩’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철 주머니 속 난로로 한창 인기를 끌 무렵 방송에 ‘핫팩’의 저온 화상 문제가 부각됐거든요. 그때 제가 고안한 게 커버 파우치였습니다. 사은품으로 파우치를 같이 보내준 것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우리 브랜드 ‘손일병핫팩’이 시장점유율 5위 안에 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소비자의 요구에 진심으로 대응하면 고객도 반드시 화답한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브랜드화하고 한 분야 집중공략
사업의 성공 비결 중에 그가 내세우는 2가지 포인트가 또 있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라는 것, 그리고 판매의 영역을 심플하게 설정하라는 것이다. 브랜드는 철저한 품질관리의 ‘적자(嫡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에이전트를 통해 중국 현지 공장에 매우 엄격한 작업 지시를 전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일에 정통한 성실한 에이전트를 잘 만나는 것도 이 분야 사업 성패의 관건으로 본다.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손문형 대표는 대전에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고객과 직접 만나 그들과 소통하는 '광장'의 역할을 한다. / 주미영 작가


“저는 우리가 주문해 만든 제품 모두에 ‘손피싱’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합니다. 로고도 만들었고요. 그 제품의 질과 함께 관련된 서비스를 손피싱이 책임진다는 일종의 선언입니다. 저는 온라인 사이트에 우리 제품의 특성과 강점, 이전 제품에 비해 개선된 점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텍스트로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동영상에 출연해 고객과 소통합니다. 그렇게 설명된 제품을 고객이 구매해 그게 진실이란 점을 알게 됐을 때, 우리 회사와 고객과는 신뢰의 끈이 만들어집니다. 우리 회사는 그런 무수히 많은 신뢰의 연속선상에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손피싱은 거래선이 4~5개밖에 안 되고, 취급하는 품목도 주꾸미·문어·한치 낚시 루어에 한정돼 있다. 그래서 재고품으로 골치를 앓는 일이 드물다. 대신 취급 품목 모두의 품질을 최대한 높여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 그게 자신이 추구하는 마케팅의 본질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가 전도사 사역을 할 때 천안에 갈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 호두과자 공장이 끝도 없이 펼쳐진 단지를 보게 됐다. 호두과자 한 품목으로 저런 거대한 산업이 가능하다는 게 경이로웠다.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엇이든 하나에 집중해 그 분야에 최고가 되면 누구나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 없겠다는 깨달음이 왔다는 것이다.

“낚시용품 사업에 천안에서의 깨달음을 적용했습니다. 시시하게 여러 분야를 펼칠 게 아니라 최고의 공력을 들여 한 분야를 공략하는 것이죠. 그게 온라인 마케팅 사업 성공의 핵심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않아 실의에 빠진 청년이 많습니다. 실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힘을 기울인다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제 꿈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전국을 다니면서 사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사업의 철학과 지식을 그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여행이죠. 제 도움으로 성공하는 청년이 많이 나타난다면, 인생에서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기홍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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