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하는 전문가들.. "부동산 침체 2년 이상 안갈 것"

김노향 기자 2022. 9. 2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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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3고 시대, 자산 불리는 '100점 포트폴리오'④-재건축·종부세 규제 완화 영향은?

[편집자주]올 하반기 재테크 시장에 암운이 드리웠다. 한국경제는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몰아넣었고 자산시장은 뉴노멀이 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시대'를 맞았다.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마이너스를 의미하는 파란색으로 도배됐다. 코스피는 미국의 고물가 충격에 연일 하락을 거듭하고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사태에 활황이던 부동산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해 올해만 기준금리를 5번 인상했고 집값 하락과 함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종합 경제 전문지 '머니S'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3고 시대, 자산을 불리는 재테크 전략'을 알아봤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와 증권 애널리스트, 부동산 전문가 등 총 120명이 머리를 맞대고 '재테크 암흑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시장이 본격 한파에 들어섰다는 데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부동산가격 하락 수준과 침체 지속 기간에 대해선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기대수익률 4%' 투자방망이 짧게 잡고 세게 쳐라
② 은행 프라이빗뱅커 40명 "기준금리 연 3% 간다"
③ 4분기 증시 키워드는 '금리인상'… 달러·채권에 눈 돌려볼까
④ 부동산 전문가 "침체 2년 이상 가지 않는다"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로 영원할 것 같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올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5번 인상했다. 집값 하락과 함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지어 '로또'라고 불리던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라 금리는 물론 각종 원자재가격과 인건비도 올라 분양가도 급상승하고 있다. 낮은 분양가로 시세 차익을 노리던 청약시장 과열이 자연히 진정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로 투자자금이 몰리던 오피스·상가 등 수익형부동산 역시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형 부동산은 시세 차익 기대가 낮아도 월세 수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고금리시대에는 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시장이 본격 한파에 들어섰다는 데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부동산가격 하락 수준과 침체 지속 기간에 대해선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내 집 마련 대기 수요뿐 아니라 은퇴 이후 자산관리를 하는 고령층, 절세 목적으로 부동산 처분 계획을 세우는 투자자 등에게 부동산 조정 규모와 타이밍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머니S는 9월5일부터 12일까지 국내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시장 전망과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영향 등을 질문하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부동산 거래시장에 나타난 현상을 심각하게 보면서도 침체 기간이 2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진 않았다. 다만 정부의 주택공급대책과 부동산 세금 완화가 부동산 거래 증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설문 참여자 명단>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공인중개사)/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김용균 더피알커뮤니케이션 이사/김주환 원빌딩부동산중개 대표(공인중개사)/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부동산컨설턴트)/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조준현 한국리츠협회 회원·정책본부장/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가나다 순)




"부동산 침체 2년 내 종료될 것"


올 하반기 부동산·증권을 포함한 재테크 기대수익률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 5명(50%)은 '3% 이하'를 선택했다. 이어 '5%'(4명·40%) '4%'(1명·10%) 순으로 답했다. '6%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는 없었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가격 안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폭락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예상되는 부동산가격 변동률에 대해 가장 많은 6명(60%)이 '10% 이하 하락'을 전망했다. 이어 '보합'(2명·20%)과 '10% 이상 하락'(2명·20%)은 동일한 응답률을 보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인상 랠리가 끝났다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채권 전문가들이 대체로 전망하는 기준금리의 정점은 올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라며 "다만 부동산은 금리에 후행하므로 곧바로 집값이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거주 목적이라도 내 집 장만 시기를 미루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가격 고점 인식, 경기침체가 잇따르는 상황에 높은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어렵다"고 조언했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가격 하락이 어느 정도 지속될지 묻는 질문에는 ▲'2023년 상반기'(5명·50%) ▲'2024년 하반기'(3명·30%) ▲'2023년 하반기'(2명·20%) 순으로 답했다. 내후년 말까지 2년 이상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2025년 이후를 예상하는 경우는 없었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 회원·정책본부장은 "최근 몇년간 급격한 상승이 이어졌고 금리인상 영향을 감안해 매수 수요가 대기 수요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2~3년간 하향안정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가격 하락뿐 아니라 거래량 감소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8·16대책 후속방안에서 규제 완화 등 영향을 기대해 국지적으로 상승하는 지역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8·16대책 공급계획이 신속히 진행되고 시간이 지난 후엔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기 수준의 집값 폭락을 막기 위한 기준금리 방어선에 대해선 ▲'3.00~4.00%'(5명·50%) ▲'2.75~3.00%'(3명·30%) ▲'4.00~5.00%'(2명·20%) 순으로 답했다. 5.00%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5%대를 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의 지난 8월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4.13~4.65%를 나타냈고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점수 650점 이하는 5.18~5.24%를 기록했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정책 효과 기대할 수 없어"


민간 주도 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현 정부가 부동산 분야의 각종 규제를 완화해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복안이지만, 세계 거시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에 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의 8·16 주택공급대책이 부동산 거래시장에 미치는 영향(복수선택)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등 부동산 침체와 건설경기 악화'(4명) ▲'주택공급 증가로 부동산가격 안정화'(3명) ▲'단기 미분양 증가하지만 입주 시점에 수급 안정'(3명) ▲'무주택자 주거안정과 집값 문제 해소'(2명) ▲'분양가 상승과 청약 경쟁률 약화'(2명)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부동산 활력 회복'(1명) 등의 응답을 보였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완화 정책이 부동산거래 증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적은 영향'(5명·50%)이 절반 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영향 없음'(2명·20%) ▲'단기적 영향'(1명·10%) ▲'많은 영향'(1명·10%) ▲'기타'(1명·10%) 순으로 나타났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거래량을 기준으로 과거 같은 과열은 아니겠지만 최근 5년 평균 수준의 회복이 차츰 이뤄질 수 있다"면서 "현재 시기를 자산 리모델링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수익형부동산 투자도 꽁꽁


부동산가격 하락은 전세 수요자에게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신규 세입자에게는 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기존 세입자의 경우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지고 최근에는 금리상승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무주택자의 주거비용도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시장 전망(복수선택)으로 전문가들은 ▲'빠른 전세의 월세화'(9명) ▲'전세제도 단계적 축소'(3명) ▲'집값 하락에 따른 전세가격 안정화'(3명) ▲'매매 위축 풍선효과로 전세 상승'(2명) ▲'임대차계약 보호 약화'(2명) 등으로 응답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한 1주택자들이 금리 부담 때문에 거주 주택을 전세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져 전세가격도 다소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 바로미터인 경매와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업용부동산 거래시장도 불황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금리인상에 따른 경매물건 증가는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지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부동산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환 원빌딩부동산중개 대표는 "상업용부동산 거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줄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저렴한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 "금리인상이 자금조달비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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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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