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만다라' 김성동 작가 별세..'연좌제'에 묶여 불교적 구도 꿈꿔
<만다라>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김성동이 25일 오전 건국대충주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5세.
임우기 솔 출판사 대표는 “지난 몇 개월간 암 투병을 하시다가 오늘 오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고인은 194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1964년 서울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봉산 천축사로 출가했다.
출가와 문학은 ‘좌익’인 아버지의 비극적 삶에서 시작됐다. 아버지 김봉한은 독립운동가였다. 해방 뒤 조선공산당 재건에 참여했다. 1946년 조선정판사 사건 연루로 대전교도소에 갇혔다. 1950년 6월 이승만 정부가 사상범을 대거 처단하는 와중 골령골(대전)에서 숨졌다.
김성동은 연좌제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문학을 파고들었다. 1975년 ‘주간종교’에 첫 단편 ‘목탁조’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한국전쟁 중 처형된 아버지를 둔 법운의 파계 시도와 깨달음을 다룬 <만다라>(1978)의 원형이 된 작품이다. 법운은 진정한 구도는 피안이 아니라 불쌍한 중생 구제라고 깨닫는다. 영화감독 임권택이 1981년 동명 영화를 만들었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0911291729015
불교계 비판 내용이 문제가 됐다. 김성동은 출가 때 “중질하는데 무슨 증이 필요하냐”는 생각에 승적을 만들지 않았는데, 당시 조계종은 ‘승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제적한다’고 통고했다.
또 다른 대표작은 <국수>(솔)다.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 연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인 2018년 6권으로 완간했다. 솔 출판사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의 예인과 인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치사보다는 민중의 구체적 삶과 언어를 충실하게 복원해낸 풍속사이자 조선의 문화사”라고 했다.
2020년엔 집안 이야기를 담은 중단편 소설집 <눈물의 골짜기>(작은숲)을 펴냈다. 생전 출간한 마지막 소설이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많이 모자라는 중생 삶을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배고프고, 외롭고, 그리웠다’일 것입니다. 그런데 배고픔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외로움이었고, 외로움보다 더구나 견디기 어려운 것은 그리움이었습니다. 그리움을 찾아가는 배고프고 외로운 오솔길이 문학인 듯합니다.”
요산문학상(2019), 이태준문학상(2016), 현대불교문학상(2002·1998), 신동엽창작기금상(1985) 등을 받았다. 빈소는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7일.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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