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명부·인트라넷·졸업앨범..줄줄새는 개인정보, 사실상 무방비

정세진 기자 2022. 9. 2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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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동문명부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 A 그룹사에 다니는 직원 B씨는 병가를 쓴 날 남자 상사로부터 메신저로 연락을 받았다. 상사는 비상연락망을 열람한 후 B씨 집 주소를 확인해 배달음식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사내 전산망과 학교 졸업앨범 등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직장 동료를 살해한 전주환(31)이 4일간 5차례 피해자 옛 주거지를 찾아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정보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 전 대학별 동문명부나 졸업앨범에는 집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회사주소까지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개인정보가 산재해 있는 셈이다.

23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는 '○○ 중·고등학교 졸업앨범 판매합니다' '○○초등학교 ○○○○년도 졸업앨범 구합니다'와 같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 동문명부는 2만원에 살 수 있다.

한 교육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졸업앨범을 몇만원씩 주고 사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보험회사에서도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받지 못하면 전화나 문자를 하지 못해 이런 식으로 영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거래된 졸업앨범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지만 거래를 막긴 어렵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담긴 졸업앨범이나 동문명부 등 거래를 막고 있지는 않다"며 "현재 개인정보가 담겨있다고 해서 앨범이나 동문명부를 거래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 상황이지만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 재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학생은 졸업앨범에 이름과 사진을 넣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는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아도 본인 의사에 반해 졸업앨범에 이름과 사진이 들어가면서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교사노조 관계자는 "학생들은 개인정보 사용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앨범에 사진과 이름을 안 넣을 수 있다"면서도 "학부모들이 앨범에 교사 사진도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장하면서 교사 의지와 상관없이 앨범에 사진이 실리는 경우가 지금도 종종 있다"고 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여교사들이 앨범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교사노조에 따르면 앨범에 실린 사진이 성희롱에 사용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작년에 온라인 화상수업을 할 때는 채팅창에 앨범에 실린 선생님 얼굴에 하체는 다른 사진을 활용해 합성해서 올리는 등 성희롱 사례가 많이 접수됐다"며 "얼굴을 평가하거나 신상을 캐내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고 했다.

텔레그램 'n번방' 가담자들은 현직 교사 사진을 합성해 만든 성 착취물을 '여교사방'을 만들어 유포하기도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온라인 지역주민 카페에 재직 중인 여교사 사진과 실명이 올라오기도 한다. 학부모로 추정되는 카페회원들이 '○○학교 ○○○선생님 어떤 분이냐'며 평판을 조회하는 것이다. 공립학교 교원은 개인정보 유출에 더 취약하다. 주로 지역 내 근거리 학교에서 근무지를 옮겨 다니다 보니 지역 기반 온라인 카페에서 개인정보를 얻기 쉬운 셈이다.

직장 내부 전산망도 개인정보 유출 창구가 되고 있다. 국내 C 그룹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 김모씨(29)는 "그룹사 직원 사진과 휴대번호를 일반직원이 내부망에서 검색할 수 있다"고 했다. 대다수 기업, 대학, 대형 병원이 일반 직원에게 내부 직원 사진과 사내번호 등의 검색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직장인 조모씨(27)는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 내부망에서 직원들 주소 검색이 가능했다"며 "그때는 연차를 쓸 때 사유도 다른 직원들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직장 내부 전산망에서 개인 휴대폰 번호와 주소 등에 접근권한을 폭넓게 허용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를 위해 조직구성원의 사진이나 내선 번호 정도는 공개할 수 있지만 내부 전산망 공개 항목에 휴대전화 번호나 주소, 휴가 여부 같은 것들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위반이 될 수 있다"며 "개인정보는 필요에 따라 최소 수집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사내 전산망에서 정보 접근권한을 최소화하고 직원의 집 주소와 같은 민감정보는 업무 관계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권고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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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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