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조단위 피해 입은 경북 포항시, 3조원 들여 안전 대책 마련한다
제 11호 태풍 ‘힌남노’로 2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가 3조원을 투입해 태풍 피해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방재 시설을 조성할 방침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재난이 급증하는만큼 방재 시설을 늘리고 새로운 대비 전략을 준비해야한다는 취지다.
경북 포항시는 ‘기후변화시대, 재난위기 근본적 대응을 위한 포항시 안전도시 종합 추진계획(안전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먼저 내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도시 안전진단 및 방재 종합계획 수립에 필요한 용역을 진행할 방침이다. 포스코 등 철강 기업과 시민이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의 빗물 수용 능력 등을 파악해 침수 예방 방안 등을 마련하게 된다. 기후변화, 방재정책 등 분야 자문단과 민관 합동으로 방재 정책을 총괄할 안전도시위원회가 구성되며, 관련 조례도 제·개정할 계획이다.
◇저류지 늘리고 차수벽 조성
2025년까지는 3000억원을 들여 도심 내 저류지(貯溜池·일정량 물을 담아두는 공간)를 확충하고 빗물펌프장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도시의 빗물 수용력을 높여 저지대 침수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시우량 60mm 규모로 설계된 빗물펌프장 15개소도 80mm 규모로 성능이 강화된다.
이번 태풍 때 범람한 냉천과 칠성천 등 5개 하천 인근의 피해지역도 복구할 전망이다. 시는 5470억원으로 지구단위 종합복구계획을 추진해 각종 하천 범람을 방지할 계획이다. 또한 대송면과 청림동, 동해면 등 상습 침수 지역의 경우 정밀 진단을 통해 침수 피해 예방이 불가할 경우 정부와 함께 주민 이주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냉천 상류에는 저수량 476만t 규모 ‘항사댐’을 건설하게 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환경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사업을 빨리 추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했다.
2025년부터 2035년까지는 총 2조 5000억원을 들여 도시 외곽을 우회하는 대배수터널과 침수 위험지역을 대상으로 차수벽을 설치할 예정이다. 포항시는 이번 태풍 때 산악지대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하천으로 흘러들며 범람을 유발했다고 봤다. 이에 북구와 남구의 외곽 해안지역 2곳으로 빗물을 배출하는 28km 길이의 대배수터널을 설치해 도심과 공단의 침수를 막을 계획이다. 하천 범람을 예방하기 위해 총연장 60km의 차수벽도 냉천과 칠성천, 형산강 하류 등지에 설치된다.
◇정부 협조 등 재원 마련이 관건
포항시는 안전도시 계획에 투입될 비용을 총 3조 3570억원으로 추산했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만큼 포항시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태풍 등 기후 위기는 포항만의 문제가 아닌만큼 울산과 부산 등 바다와 접한 해안도시가 국가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정부도 포항시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완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 21일 “포항시민들이 겪고 있는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만큼 기재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기준 포항시에선 태풍으로 사상자 12명이 발생했고, 공공·사유시설 2만 6174개소가 침수 및 파손 피해를 입었다. 포스코 등 기업체는 조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1조 73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재민 100여명은 여전히 임시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으며, 복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정부와의 협조를 유지하며 근본적인 방재 정책을 도입해 시민과 기업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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