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서울 재개발현장' 폭발사고.. 인근 주택 파편에 아수라장

불발 장약, 건설기계가 건드려
아파트 창·집기 파손..1명 경상
현대건설 "모든 안전조치 진행"
업계 "확인 못한 건설사도 책임"
아파트 현장 발파 매뉴얼도 시급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봉천 주택재개발 공사현장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폭발로 인한 파편이 인근 아파트까지 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YTN 관련 보도 캡쳐>

건설업계에서 또 한번 대형 사고가 터졌다. 암반 해체를 위한 발파 작업을 진행한 뒤 불발로 남아있던 폭약이 갑자기 터지면서 주변 아파트까지 파편이 튀었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해체공사 중 사망사고 발생 뒤 관련 매뉴얼이 개정되고 처벌이 강화됐지만, 비슷한 유형의 암반 발파공사는 여전히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봉천동 4-1-2 주택재개발' 공사현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암반 제거를 위해 발파 작업을 진행한 뒤 불발로 남아있던 장약을 건설기계가 건드리면서 뒤늦게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인해 주민 한 명이 경상을 입었고, 파편이 인근 아파트로 날아들며 유리창과 집기 등이 부서지는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현대건설 측은 이번 사고가 예상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발파 작업 전 '총포·도검 ·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약류 사용허가를 받고 절차에 맞게 공정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또 작업을 진행한 뒤 불발탄을 확인하기 위해선 결국 발파 현장을 들춰내는 방법밖에 없어 장약이 남아있으면 폭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파 작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안전조치는 모두 진행했고, 발파 이후 흙, 돌 등이 무너져 내려 육안으로 불발탄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불발 자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인 만큼 별도의 확인 과정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번 사고 자체가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사후 처리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가 이례적인 일인 것은 맞지만, 불발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건설사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폭발 피해 규모와 사고 발생 장소가 도심지였던 것을 고려하면 적정량의 장약 사용, 시험 발파 정확성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로건설 현장이나 건축물 해체공사 중 발파 작업에 대해선 매뉴얼이 마련돼 있는 것과 달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기초공사 중 진행하는 암반 발파작업에 대한 별도의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파작업표준안전작업지침'에 준해 공정이 진행되긴 하지만 해당 지침에도 폭발 시 천공 수와 폭발음을 비교하고, 불발탄이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처리 방법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확인 방법이나 관리·감독 방안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광주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해체공사 중 발생한 사망사고로 인해 관련 매뉴얼과 처벌 등이 대폭 강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발표한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 매뉴얼'에선 발파를 통해 해체를 진행할 경우 발파 전 6단계에 걸쳐 계획서를 작성하고 조기발파, 불발 등의 응급상황 대처방안도 확보하도록 돼있다. 특히 발파 이후에도 불발탄을 확인한 뒤 감리완료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화약이 사용되는 발파 작업의 경우 사고 사례는 적지만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관련 법령과 사고 방지를 위한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기존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늘어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발파 공정이 많은 토목공사가 다수 예정돼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토목 전문가는 "GTX의 경우 60~70%가 발파 작업을 통해 조성되는데, 관련 매뉴얼과 법령이 없어 안전 사고에 취약한 상태"라며 "현장에서 화약이 사용되는 경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X선이나 중성자 검색방법 등을 활용한 잔여 폭발물 탐지를 공정 자체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