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내가 파는 홍어에 마약을 숨겼습니다..'수리남' [씨네프레소]

박창영 2022. 9. 1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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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실 전 목사는 수리남 대통령과 친할 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언급되고 있었으며, 중국인 갱도 그의 앞에선 큰소리 내지 못할 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던 것이다.

전 목사는 인구의 모든 일을 아무런 대가 없이 풀어줄 것처럼 접근했지만, 사실 인구의 홍어가 마약을 운반하기에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이미 마약 관련 범죄로 문제를 일으킨 전 목사는 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수리남으로 도망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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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47]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무시당할 때의 불쾌감은 쉽게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윤종빈 감독은 평생 이 테마를 변주해온 창작자로 보인다. 타인의 존엄성을 뭉개는 군대 악폐습에 진절머리를 내던 남자가 점점 이에 익숙해지며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끼거나('용서 받지 못한 자'), 가정 사정으로 인해 호스트바에 취직한 남자(윤계상)가 남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낌새가 감지되면 번번이 과민반응하거나('비스티 보이즈'), 세관 공무원(최민식)이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나온 후 술집에서 만난 자기 상사를 발로 짓밟는 장면('범죄와의 전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의 존중을 받고 싶다는 욕구는 윤종빈 영화 주인공들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강인구(가운데)는 수리남에 가서 홍어 사업을 하던 도중 난관에 부딪히고, 전요환 목사(왼쪽)의 도움을 받게 된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2022년)도 마찬가지다. 번듯한 가정을 일으켜보고 싶었던 강인구(하정우)는 타고난 사업 수완으로 돈을 모아간다. 부인과 자녀들에게 더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고 싶었던 인구는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때때로 공무원에게 뇌물을 찔러주는 등 사업가로서의 융통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어느 날 진상고객에 대응하던 도중 그들은 자신의 신분이 경찰 및 시청 공무원임을 밝히고, "너는 내가 시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장사 다 한 줄 알아라"는 등의 도 넘은 협박을 하기에 이른다. 제대로 봉 잡았다는 듯 자신의 뺨을 툭툭 치던 경찰을 인구는 바닥에 메다꽂는다.
전요환 목사(오른쪽)는 인구와 중국인 갱 사이 문제를 풀어준다. 사실 전 목사는 수리남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유력가였던 것이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하대받는 건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인구가 그동안의 응분을 터뜨리며 경찰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이 모습은 '범죄와의 전쟁' 최익현이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기로 결심한 뒤 자신의 옛 상사를 폭행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또는 진상고객의 '빠××'(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 손님 머리채를 잡던 '비스티보이즈' 승우(윤계상)의 얼굴을 떠올리게도 한다. 상대방은 이들이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기 때문에' 또는 '부하직원이기 때문에' 자신의 하대를 받아들이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 주인공은 자신을 하대하는 사람을 당연히 감내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매번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고 있었다. 하대에 내성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전요환의 도움으로 문제가 풀린줄 알았던 어느 날 인구는 경찰에 마약 사범으로 체포된다. 전 목사가 인구가 수출하는 홍어에 마약을 숨겨넣은 것이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한국 사업을 정리하고 인구가 수리남으로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데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정도를 지킬 줄 몰랐던 한국 진상 고객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한국에선 비싸게 팔리는 홍어를 거의 거저나 마찬가지인 가격에 떼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지만, 그는 한국 공무원에게 염증을 느낄 정도로 질렸다. 수리남에도 당연히 뒷돈을 요구하는 공무원과 군인, 거래처 사장이 있겠지만, 같은 갑질을 당하더라도 이에 따른 보상이 훨씬 크리라 예상했기에 견뎌낼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국정원 요원 최창호는 인구가 악질 수법에 걸려들었단 사실을 알려준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목사가 내가 파는 홍어에 마약을 숨겼다

기대와는 달리 수리남에서 그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보호비 요구에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할 위기에 처한다. 군인에게 이미 보호비를 내기로 약속했음에도, 그곳을 장악한 중국인 갱에게도 보호비를 내라는 협박을 받은 것이다. 그는 지역 교민들이 출석하는 교회에 갔다가 전요환 목사(황정민)를 만나고, 전 목사는 그가 겪고 있는 문제의 모든 매듭을 풀어준다. 사실 전 목사는 수리남 대통령과 친할 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언급되고 있었으며, 중국인 갱도 그의 앞에선 큰소리 내지 못할 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던 것이다.

전요환을 생포한다는 위험천만한 국정원의 작전에 인구가 가담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그러나 인구는 난데없이 마약 사범으로 몰려 체포되기에 이른다. 마약엔 손도 대본 적 없는 인구는 그것이 모두 전 목사의 소행임을 알게 된다. 전 목사는 인구의 모든 일을 아무런 대가 없이 풀어줄 것처럼 접근했지만, 사실 인구의 홍어가 마약을 운반하기에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전 목사가 애초 수리남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도 마약에 있었다. 이미 마약 관련 범죄로 문제를 일으킨 전 목사는 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수리남으로 도망친 것이다. 거기서 인구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동포들을 타깃으로 삼아 호의를 베푸는 척하며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전요환은 수리남에서 왕 같은 생활을 영위한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대가 없이 베푸는 호의를 경계하라

이후 드라마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와 인구가 전 목사를 체포하기 위한 비밀 임무를 수행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몇몇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에도 드라마가 끝까지 시선을 붙드는 힘은 캐릭터와 연기에서 나온다. 특히 인구가 국정원의 위험한 작전에 가담해서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동기가 일관성 있게 그려진다. 그가 목숨을 내놓고 전 목사를 잡으려는 목적으로는 실패한 사업의 일부 비용 보전, 일말의 애국심과 정의감 등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복수심이다. 의지할 곳 없는 이역만리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동포를 신뢰했던 자신을 호구로 보고 철저히 속인 것에 그는 어느 때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 과정에서 친구가 억울한 죽음까지 당한 건 인구의 복수심을 불질렀다. 복수를 완성해 무너진 자존심을 세워보겠다는 인구의 강렬한 감정은, 그 어떤 대의명분보다도 설득력 있는 동기로 느껴진다. 자존심의 회복을 행동 동기로 삼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묘사해온 윤종빈 감독은 이를 개연성 있게 풀어나간다.

전요환 목사는 신도들에게 마약을 먹여 자신에게 복종시킨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드라마와 실화는 디테일은 다르지만 큰 줄기는 같다고 한다. 전요환 목사의 실제 모델인 조봉행 씨는 수리남 동포와 국내에 있는 한국인을 고액 알바로 범행에 가담시켰다. 보석 원석을 운반해주면 500만원 안팎의 수고비를 지급하겠다고 유혹했다. 자신이 마약 운반책이었단 사실도 모른 채 여러 한국인이 외국에서 체포돼 1년 반에서 5년 동안 수감됐다. 이 드라마와 실화는 인간 관계에 대해 교훈을 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나를 '을'로 보고 무작정 무시하는 사람도 걸러야 하지만, 나와 친하지도 않은데 후한 인심을 보여주며 접근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단 것이다. 드라마 속 인구는 한국에서 틈만 나면 '삥'을 뜯으려는 악질 공무원에게 시달리다가 수리남에서는 자신에게 아무런 조건 없는 선심을 쓴 전 목사에게 호되게 당한다. 남에게 무시 당하는 걸 참지 않겠다는 다짐만큼이나, 대가 없는 호의를 덥석 받지 않겠다는 자세도 건강한 자존감을 지키는 데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포스터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장르: 액션·범죄·스릴러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현봉식
평점: 왓챠피디아(3.8/5.0) )
※2022년 9월 16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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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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