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부딪히다'와 '부딪치다'

2022. 9. 16. 09: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통령 통역을 담당했던 후배가 한 말이 기억난다.

영국 여왕처럼 품위 있는 말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가 볼 때는 다 아는 말인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서 보면 의외로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다.

언어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성을 나타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대통령 통역을 담당했던 후배가 한 말이 기억난다. 영국 여왕처럼 품위 있는 말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같은 영어라고 해도 상당히 품위 있는 어휘를 구사했던 모양이다. 이와 같이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오늘 주제어로 삼은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틀리는 어휘들이다. ‘부딪히다’를 ‘부디치다’로 쓰는 사람도 많다. 우리말에는 피동사와 사동사라는 것이 있다. 피동사는 “주어가 남의 동작이나 행동을 입게 됨을 나타내는 동사”를 말한다. 사동사는 “남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시키는 동사”를 말한다. 피동사사동사를 외국인에게 가르칠 때는 주로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태호가 압둘라를 잡았다.(능동)
압둘라가 태호에게 잡혔다.(피동)
태호가 책을 읽는다.(능동)
태호가 압둘라에게 책을 읽힌다(읽게 한다).(사동)

와 같이 예문을 들어 주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다. 제일 앞 좌석에 앉은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여주면 금방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피동의 예로 ‘잡히다’, ‘먹히다’, ‘안기다’ 따위가 있다. ‘부딪히다’는 “힘 있게 닿아지다, 직접 맞닥뜨리다”라는 뜻이다. 한편 ‘부딪다’는 “1.매우 세차게 닿게 하다 2. 힘 있게 마주 닿게 하다 3. 힘 있게 가 닿다”의 의미로 ‘닿다’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예문으로는

바둑돌 부딪는 소리만 들릴 뿐 무더운 한낮은 조용하기만 했다.

와 같다. 여기에 ‘부딪다’는 능동형 단어임에 비해 강조를 뜻하는 접미사 ‘-치’가 결합되면 ‘부딪치다’가 되고, 한편으로 피동 접미사 ‘-히’가 붙으면 ‘부딪히다’가 된다. 그러므로 ‘부딪히다’는 피동으로 남에게 행동을 입게 되는 의미가 있다.

양동이를 건드리자 물위에 떠 있던 그릇들이 이리저리 부딪혔다.
빗길에 택시가 미끄러져 길가의 가로수와 부딪혔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한편 ‘부딪치다’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강조의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1.매우 세차게 가 닿다 2. 마주 대하게 되다 3.매우 세차게 가 닿게 하다”의 뜻이다. 강조의 예를 들어 보면 “달걀로 바위치기 => 달걀로 바위 부딪치기(아무리 해도 될 수 없는 부질없는 짓을 비유할 때 쓰는 말)”라고 쓸 수 있다. “벽에 부딪다=> 벽에 부딪치다”와 같이 쓰면 강조하는 말이 된다. ‘부딪치다’를 쓴 예는 다음과 같다.

태호는 삼룡이와 잔을 쨍 소리가 나게 부딪치고 단숨에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태호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벽에 부딪쳐 되울렸다.
요즘 내가 여러 가지 일로 아내와 자주 부딪친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비표준어 ‘부디치다’와 발음도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피동의 의미를 잘 몰라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강조와 피동의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볼 때는 다 아는 말인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서 보면 의외로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다. 오늘 예로 든 두 개의 단어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언어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성을 나타낸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3세의 말투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바른 말과 고운 말을 사용하여 한국인의 참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