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고심 빅스텝 '만지작'..美 울트라스텝 가능성 '솔솔'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2022. 9. 1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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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포워드 가이던스' 통해 0.25%p 점진적 인상 예고했지만
미국 8월 CPI, 인플레이션 정점 지나지 않았다
이달 20~21일 미 FOMC 최소 0.75%p, 최대 1%p 금리 인상 전망
한미금리차 역전 0.75%p~1%p까지 벌어지면
국내 투자금 유출, 원화절하 추가 압박..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NYSE 입회장에 트레이더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경제지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이후 줄곧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를 시장에 던지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美 인플레이션 완화 지표 8월 CPI 시장 예측 빗나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8.3%를 기록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전년 동월 대비)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확산한 가운데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벽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3% 올랐다.

지난 6월 9.1%를 찍은 이후 두 달 연속 떨어졌지만, 상승 폭이 월가 등 시장의 전망치(8.0%)를 크게 웃돌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내 고용 상황은 시장의 예상보다 견실하다는 지표가 발표되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확보된 가운데, 고물가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8월 CPI는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8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0.1%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로 6.3%, 전월 대비 5.9% 오르며 더 악화됐다.

전세계 금융시장 美연준 20~21일 금리인상 폭 주목

연합뉴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이며 연준이 올해 보여준 강력한 '긴축 모드'가 완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이제는 다음 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폭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세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력한 처방으로 정책금리를 한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현재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은 같아진 상태.

하지만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하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만약 '울트라스텝'에 나서면 한미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1년만에 기준금리 2%포인트 올렸지만 물가 정점 '아직'

연합뉴스

한은 금통위는 올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1월, 4월, 5월, 7월, 8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린 금통위는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올해 7월에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나 올리는 '빅스텝'까지 단행하며 1년만에 기준금리를 2.0%포인트나 올렸지만 우리나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5.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의 공격적인 추가 긴축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는 환율 상승을 부추키고, 개방적인 대내외 경제 체제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급등 등 물가 불안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한미 금리차가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국내 증시·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는 또다시 원화 절하(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14일 원달러 환율은 장 시작과 함께 1395원선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두 번 남은 한은 금통위…10월 빅스텝 카드도 '만지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통위 직후 "현재 경제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금리인상은 무역수지 악화 등 가뜩이나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 둔화 우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하지만 연준이 다음주 FOMC에서 정책금리를 1.0%포인트 올리거나, 국내 9월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도 뚜렷한 물가 꺾임세가 확인되지 않으면 '빅스텝' 카드는 언제든 꺼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최근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 연준의 '울트라스텝' 단행이나 이 총재가 지속적으로 우려한 '국내 고물가의 고착화' 신호가 포착되면 한은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통위 내부에서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고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물가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정점을 보이더라도, 둔화 속도가 완만하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현재의 전망경로가 유지된다면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며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높여가되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국내외 경제 흐름의 변화를 봐가며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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