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명도 유통기한도 알 수 없어요"..점자 외면하는 유통 업계
[앵커]
캔맥주 위에 이렇게, 올록볼록 쓰인 점자, 한번쯤 보셨죠.
맥주라고 쓰인 건데요.
하지만 다 같은 맥주가 아니죠.
이에 한 업체가 지난해부터 아예 제품 이름을 점자로 넣었고 이러면서 맥주 고르는 기쁨이 생겼다는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컵라면 용기에 제품명과 물 받는 표시선을 점자로 표기한 회사도 있구요.
샴푸와 린스처럼 모양이 엇비슷한 통에 점자를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주목받는 건 그만큼 이런 경우가 적다는 얘기겠죠.
실제 조사해 봤더니 탄산음료나 라면, 우유 같은 기본적인 식료품에도 점자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최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각장애 1급인 김훈 씨는 컵라면을 고를 때마다 망설여집니다.
일단 집어 들기는 하지만 용기 어디에도 점자 표기가 없다 보니 어떤 걸 골랐는지 알 수 없어섭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원 : "라면인지 무슨 식품인지 전혀 정보를 알 수가 없는 거죠. 컵라면 (진열대)에 있으니까 단순하게 '컵라면이겠구나'..."]
컵라면 제조 업체 4곳 중에 두 곳은 점자 표기를 아예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두 업체도 일부 제품에만 점자표기를 하고 있어서 컵라면 90개 제품 중 점자가 있는 제품은 26개뿐입니다.
["'○○라면 매운.' 점자 표시가 돼 있는 컵라면만 먹을 수밖에 없어요. 선택할 수 있는 게 제한되기 때문에."]
소비자원 조사 결과 국내 14개 식품 생산업체 제품 10개 중 6개는 점자 표시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는 점자 표기도 불친절합니다.
캔 음료는 점자가 '음료', '탄산'으로만 표기돼 제품명을 알 수 없고...
["이게 사이다인지 콜라인지 전혀 정보를 알 수가 없는 거죠. 그냥 막연히 탄산이구나."]
제품명을 표기했다는 페트병 음료는 점자 돌기가 너무 얕아 읽기 어렵습니다.
["이쪽에 점자 표기가 있다고요? 도저히 읽을 수가 없는데요? 규격에 맞게 표기를 하지 않아서..."]
식료품 점자 표시가 현행법상 의무가 아니다 보니, 상당수 제조사들이 이를 외면하는 겁니다.
안전과 직결된 유통기한조차 점자 표기 의무가 없습니다.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줄도 모르고 먹었다가 배탈 나고..."]
지난해 국회에서 식품 필수 정보의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영상편집:김대범
최은진 기자 (ej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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