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리아뱅크 굿" 한국 은행들, 베트남 홀렸다

호찌민(베트남)=박슬기 2022. 9. 1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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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다시 뛰는 신남방, 'K금융' DNA 심는다①] 어려울 때 우산 받쳐준다.. 직원 자기개발 지원과 친근한 조직문화 형성에도 매진

[편집자주]베트남은 인도와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한국 정부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신남방 11개국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다. 한국 기업들은 2021년 기준 9895만명의 인구와 IMF(국제통화기금) 추정 경제성장률 6.6%를 기록한 베트남에 크게 공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 교역국이기도 하다. 국내 금융사들도 금융 서비스 노하우를 무기로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국의 ICT(정보통신기술)를 바탕으로 휴대전화를 통한 금융거래, 결제 서비스도 현지인들에게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K-금융은 베트남 경제수도인 호찌민을 조용히 물들이고 있다. 조만간 베트남 금융시장이 한복으로 갈아입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베트남 호찌민시 응웬 후에 워킹 스트리트에서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현지인들_사진=박슬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코리아뱅크 굿" 한국 은행들, 베트남 홀렸다
② 베트남, 국민 중 절반만 은행 계좌 보유… 갈길 먼 디지털 금융
③ "서류 내고 돌아서니 보험금 '뚝딱'… 베트남과 달라요"
④ "주식이 뭐예요?"… 베트남 증권시장, 韓에 열려있다
⑤ 예영해 삼성화재 베트남법인장 "베트남 기업보험 개척자… 로컬기업과 협업에 신규 채널 확보까지"
⑥ 이의철 신한라이프 베트남법인장 "텔레마케팅, 안된다고?… 신한라이프 베트남, 차별화로 대박쳤다"
⑦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 "3년 안에 베트남 12위권 은행으로… 2030년엔 톱10 안에"
⑧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장 "베트남 톱티어 증권사 될 것"… 글로벌 도전장
⑨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 대표 "MTS 베트남 최고 수준이라 자부… 올해의 화두는 디지털화"
⑩ 정희균 토스베트남 PO "젊고 빠른 성장세, 베트남의 매력"

호찌민(베트남)=박슬기 기자 #. 베트남 1위 저가항공사(LCC) 비엣젯은 2019년 12월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에서 신디케이트론(집단대출)을 받았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경영 악화를 겪어야 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비엣젯의 대출 분할상환 기한을 늦춰주고 대출 금리를 기존보다 2.5%포인트 인하해주는 등 경영 정상화를 도우며 한국 은행으로서 위상을 높였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비 올 때 우산을 받쳐주듯 어려울 때 돈을 회수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8월22일 베트남 호찌민 떤선 국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신한은행 등 익숙한 간판들이 즐비했다. 공항에서 7㎞를 이동해 도착한 호찌민 1군의 엠플라자(MPLAZA)사이공타워는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국내 은행들이 다수 모여있었다.

엠플라자에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국내 은행 5곳의 지점들이 들어서 현지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베트남 호찌민 CJ빌딩 1층에 한국계 은행 ATM이 설치돼 있다./사진=박슬기 기자


끈끈한 동반자 역할하는 한국 은행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호찌민지점은 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이들은 현지은행과 비교해 높은 대출 안정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엠플라자 3층에 위치한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에서 만난 이건 팀장은 "주로 한국계 기업의 현지법인. 한국 기업과 베트남 기업의 합작법인, 일부 로컬기업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베트남 기업은 한국의 외부감사법과 같이 의무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없어 로컬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결여돼 여신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우량한 톱 티어(TOP TIER:세계 일류) 기업들과 거래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지 20년 이상 지난 A 대기업은 호찌민시 동남부 동나이성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현지 다수 은행들과 대규모 여신거래를 해오고 있었다. A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방 수요가 감소하면서 영업실적이 악화했다. 이에 현지 은행들은 A사를 대상으로 만기가 남아 있던 대출의 상환을 갑작스레 요구하고 상환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대폭 인상한다는 통보까지 했다.

A회사 관계자는 "로컬은행과의 거래는 편리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가끔 은행들의 무리한 꺾기 요구, 예상치 못한 대출 상환 요구 등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며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에 긴급 자금 지원 요청을 했으며 반기말 거래처 결제자금 송금 등 중요한 회사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기업금융뿐만 아니라 리테일(소매)금융에서도 한국 은행들은 현지인들에게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에서 일하는 응우옌 티 마이 짱 대리는 "며칠 전 베트남 유학생에게 한국 유학 예치보증금 업무 처리했는데 그 학생이 해당 예치확인서를 갖고 한국 영사관에서 한국 비자를 신청하고 비자를 받은 후 지점에 다시 방문해 '업무처리를 잘 해줘서 감사했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ATM 호찌민지점 외관 전경./사진=박슬기 기자


자기개발 지원하는 한국 은행


한국 은행들은 현지 직원들에게도 다양한 복지와 자기개발 기회 등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인재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신한베트남은행에서 25년동안 근무한 레 티 야 타오 전략본부 부장은 "신한베트남은행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신한금융이 수여하는 신한웨이상을 2018년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받았다"며 "최근엔 디지털 스페셜리스트 30명을 뽑았는데 이들은 호찌민경제대에서 토요일마다 6시간 디지털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한베트남은행에서 여러 직책들을 거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항상 모든 직원들을 지원해오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직원도 전문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점이 한국계 은행을 선호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한국 은행에 대한 이미지도 친근한 편이다. 하나은행 호찌민 지점에서 만난 응우옌 티 푸엉 짱 계장은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 후 졸업할 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이 많아져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며 "현지 은행은 경쟁이 심하고 야근도 많지만 한국계 은행은 발달될 시스템과 문화가 좋은 데다 지점 인원수가 30~40명으로 동료들이 서로 챙겨주고 도와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한국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호찌민과 베트남 남부지역의 4개월여간의 락다운(Lock Down) 시기를 겪은 데다 '3 on site'(기업봉쇄령) 준수를 거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3 onsite'는 공장 안에 머물며 숙박, 식사, 생산을 해결하는 기업에 한해 기업활동을 허가하는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말한다.

이건 팀장은 "힘겨웠던 시간들을 많은 교민들, 기업인들, 저희와 같은 금융인들이 힘을 합쳐 함께 극복했으며 한국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은행원으로 베트남에 나와 느낀 점은 고객들이 단순한 그냥 은행 고객이 아니라 매 순간 함께 호흡하고, 고민을 나누고, 같이 성장하고, 때로는 은행이 고객을 지켜주고, 때로는 고객이 은행을 지켜주는 그런 동반자적 관계라는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새롭게 베트남에 나오는 기업의 경우 최소 3~4년 정도의 안정화 기간이 필요한데 긴 시간을 함께하며 고객들이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저희 역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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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베트남)=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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