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싫증 잘내 새로운 것에 도전"..기발한 창작으로 세계 홀려

김유태 2022. 9.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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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감독상 황동혁
하루 영화 4편 보던 영화광
어머니가 주신 중고 카메라로
농활·축제 찍다 감독의 길
입양·폭력 등 사회문제부터
코미디·사극까지 다양한 작품
'오징어게임'2 대본 절반 완성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 감독상을 받은 후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황동혁 감독. [AFP = 연합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를 홀린 황동혁 감독은 다양한 영화로 먼저 인정받았다.

황 감독이 처음 영화와 연을 맺은 건 그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 특파원 시절의 엄기영 앵커를 보며 기자가 되려고 신문학과를 선택했던 황 감독은 매일 영화 4편을 보고, 영화 동아리 창립 멤버로 나설 정도로 영화에 열정적이었다. 황 감독은 지난 6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하숙집에서 허송세월하며 하루에 영화 4편씩 보던 시절"이라고 그때를 회고했는데 그가 만든 동아리는 서울대 영화공동체 '씨네꼼'이었다.

신림동 고시촌 녹두거리엔 주머니 사정이 딱한 학생들을 위해 '만원짜리 한 장'만 내면 VCR와 비디오테이프 3~4편을 빌려주는 저가 비디오방이 다수였다. 황 감독은 하숙집에서 친구들과 앉아 거장들의 명작과 액션·홍콩·에로영화를 가리지 않고 관람했고, 틈만 나면 당시 재상영관으로 유명했던 인근 미림극장을 오가며 레오 카락스의 '나쁜 피' 등 예술영화에 심취했다. 황 감독은 세르조 레오네의 1984년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자신의 인생 영화이자 영화의 교과서로 꼽곤 한다.

어머니가 주신 중고 비디오카메라는 황 감독이 메가폰을 들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1990년대 당시로선 귀한 물건이었는데, 황 감독은 중고 카메라로 동기생들의 농활이나 학내 축제를 영상으로 찍기도 했다. 영화평론가나 국문과 대학원을 염두에 뒀던 황 감독은 직접 창작이 더 자신에게 맞는다고 느낀 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영화제작학을 전공한다.

영화 `도가니`
당시 미국에서 찍은 2005년 18분짜리 단편영화 '기적의 도로'가 그의 첫 작품이었다. 황 감독은 이 작품에서 LA로 입양된 한국계 청년의 삶을 그린다. 이어 2년 뒤 장편 '마이 파더'에서 친부모를 찾아 고국을 찾는 제임스의 삶을 107분짜리 영화에 담아내 충무로 기대주로 이름을 알린다. 이후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에 이어 '도가니'를 연출하며 주로 사회적 문제의식이 짙은 영화를 다루는 스타 감독의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황 감독은 "일관된 흐름이 아니라 순간 끌리는 걸 선택하는 편"이라며 "싫증을 잘 내는 편인데 이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를 돌려 말하면 '나 스스로를 두렵게 만드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독이란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남한산성`
소설가 김훈의 동명소설을 원작 삼은 2017년작 영화 '남한산성'을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로 치며, 이번 에미상 시상식을 함께 찾은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가 김훈 작가의 딸이다. '오징어 게임'을 처음 구상하기 시작한 건 2008년으로 그가 첫 장편영화 '마이 파더'를 개봉하던 무렵이었다. 본격 제작에 들어서면서 황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치아가 6개나 빠진 일화가 유명하다. 복수의 작가가 달라붙어도 쉽지 않은 각본·연출 작업을 혼자만의 힘으로 밀어붙인 극단적 창작 의지의 결과이기도 했다. 심화되는 불평등, 능력주의의 폐해, 자본주의 모순을 넷플릭스 시리즈 9부작 476분에 담아내는 과정을 황 감독 혼자서 진두지휘했다. 극중 쌍문동 출신의 서울대생 조상우는 쌍문동 출신의 서울대생이었던 황 감독 본인의 경험이 묻어나 있기도 하다. 황 감독은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해 "에피소드 6화까지 집필을 마쳐 절반 정도 됐다. 시즌2로 다시 와서 에미상 작품상을 받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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