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없이 에어컨 켰다 불"..이천 병원 화재 7명 입건

핵심요약

3~4층 막아야 하지만…부실 시공 빈틈으로 연기 올라가
작업자들도 불나자 방화문 내리지 않고 도주…화재 키워
"고 현은경 간호사, 연기 속에서 환자 구하려 했다"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 현장. 연합뉴스

5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시 병원건물 화재사고는 부실 시공과 작업자들의 무책임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철거업자와 스크린골프장 업주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중 책임이 중한 철거업자 A(59)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 철거업자 3명은 지난달 5일 오전 7시 10분쯤 경기 이천시 관고동 지상 4층 건물 3층 스크린 골프장에서 철거작업을 하다가 불을 내 건물 위층 투석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와 환자 등 5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현장에 있던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작동했는데, 에어컨 전원코드 쪽에서 불이 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가 발생한 객실은 창고로 쓰이던 곳으로, 경찰은 습기가 차고 먼지가 쌓여있는 상태에서 A씨 등이 전기·가스 차단 작업 없이 전원을 켰다가 불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이 난 뒤에도 A씨 등은 방화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화재 연기가 계단 통로를 타고 위층에 있는 투석전문 병원으로 확산됐고, 5명이 연기에 질식하는 등 숨졌다.

건물 부실 시공도 사고를 키웠다. 방화구획을 설정하기 위해선 3층과 4층 사이가 벽돌과 몰타르 등으로 완전히 막혀야 하지만, 2003년 건물 신축 당시 이같은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3층에서 발생한 화재 연기는 층과 층 사이의 빈틈을 통해서도 4층으로 올라갔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과학수사대 등이 포함된 수사전담팀(71명)을 편성했다. 수사팀은 3차례 압수수색과 합동감식, 관계자 71명에 대해 89차례 조사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벌여 이같은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놨다.

한편 화재 현장에 남아 환자를 탈출시키려다 숨진 현은경(50) 간호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환자를 돌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병실 CCTV상 화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찼는데도 현씨는 내부에서 구조작업을 한 것 같다"며 "투석 중인 환자를 대피시키는 과정에서도 호스를 빼기 위해 기존 절차를 지키려는 모습도 파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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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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