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 현은경 간호사 숨진 이천 건물 화재, 전형적인 인재"

조철오 기자 2022. 9. 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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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이천시 관고동의 한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이 화재로 현은경간호사 등 5명이 현장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뉴스1

지난달 경기 이천 한 병원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에 있던 고 현은경 간호사와 4명의 투석 환자 등이 숨진 가운데 경찰이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였다고 밝혔다. 작업자들이 화재 발생에 대한 별다른 대비 없이 스크린 골프연습장 철거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이천 화재 수사전담팀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철거업자 A(59)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철거업자 등 화재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철거업자 3명은 화재 당일인 지난달 5일 오전 7시 10분쯤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3층에 위치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철거 작업에 나섰다.

A씨 등은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현장에 있던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작동했는데, 경찰은 당시 골프장 4개의 방 중 1번 방에 설치돼 있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 조사 결과 1번방의 경우 그동안 창고로 사용하며 습기와 먼지가 많이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후 골프장이 철거를 앞두고 오랜 기간 쓰지 않던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자 스파크가 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철거 작업을 할 경우 먼저 전기 차단을 해야 함에도 A씨 등은 이 같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작업자들은 방화문에 소화기를 받쳐 문을 연 채 작업을 하다가 오전 10시 16분쯤 불이 나자 그대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이 때문에 화재로 인한 연기가 계단 통로를 통해 4층의 투석전문 병원으로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건물 시공 과정에서도 각종 불법 사실이 확인됐다.

화재 이후 연기는 계단 통로 외에 골프장 1번방 창문 측의 건물 대리석 외벽과 건물 기둥 사이의 공간을 통해서도 확산했다.

3층과 4층을 완전 분리하는 방화 구획이 설정되려면, 벽면 내부에 세워진 철골 H빔 형태의 기둥 부위 주변이 벽돌과 몰타르로 막혀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03년 학산빌딩 준공 당시 해당 구간은 이 같은 시공 없이 외장재만 붙은 상태로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경찰은 연기가 벽면 내부 기둥 부위를 통해 4층 병원의 신장 투석실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철거업자 중 1명의 경우 요건을 갖추지 않은 무자격자인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대, 피해자보호팀 등으로 꾸린 71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이후 압수수색 3차례, 합동감식 3차례, 관계자 71명에 대한 89차례 조사를 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달 이천 투석 병원 화재 현장에서 환자를 지키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지난달 7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A씨를 구속하고, 불구속 한 6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고는 작업자들이 현장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라며 “반면 병원 의료진들은 투석기에 달린 줄을 잘라 내고 필요한 조처를 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 것이 내부 CCTV에 찍혀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달 5일 오전 10시 17분 4층 규모의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다.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4층 병원에 있던 환자 4명과 간호사 현 씨 등 5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43명이 연기를 마셔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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