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 되돌리고 싶어"..MZ세대 심정 대변한 회귀물 웹소설 웹툰 인기

이호재 기자 2022. 9. 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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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모르는 미래를 알고 있다."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김독자는 자신에게 맞서는 적에게 이렇게 말한다.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는 이른바 '회귀물'이 국내 웹소설 웹툰 시장을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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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모르는 미래를 알고 있다.”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김독자는 자신에게 맞서는 적에게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사실 현실에서 김독자는 패배자로 살아왔다. 중학교 땐 따돌림을 당했고, 입시를 망쳤다. 계약직으로 일하던 그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완독했던 웹소설 안으로 들어온다. 새로운 세계에서 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회귀자’로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웹소설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조회 수 1억8000만 회를 넘기고 웹툰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가 현재 영화화 중이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현실에선 ‘루저’’인 청년이 인생을 다시 살면서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캄캄한 미래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이 이 작품을 보고 희망과 위로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는 이른바 ‘회귀물’이 국내 웹소설 웹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웹소설 플랫폼 네이버 시리즈의 종합 순위 10위 중 6개, 카카오페이지의 종합 순위 10위 중 5개가 회귀물이다. 무림 고수가 환생해 몰락한 문파를 되살리려 고군분투하는 ‘화산귀환’은 4억3000만 회, 청년 시절로 회귀한 사내의 이야기인 ‘광마회귀’는 5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 개업한 병원까지 망하고 부인과 이혼한 외과의사가 회귀하는 ‘메디컬 환생’, 망할 위기에 처한 나라의 왕자가 힘을 길러 회귀하는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처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회귀물은 느닷없이 다른 인물이 되어 한동안 새로운 삶을 사는 ‘빙의’, 아예 새롭게 태어나는 ‘환생’ 등 다양한 변주로 재생산되고 있지만 골격은 비슷하다.

회귀물 인기는 최근 부동산, 가상화폐 대란으로 좌절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융희 세종사이버대 만화웹툰창작과 겸임교수는 “대중문화인 웹소설과 웹툰엔 독자의 욕망이 적극적이고 빠르게 반영된다”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현재를 부정하고, 타임머신을 타듯 과거로 돌아가 투기를 한다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MZ세대의 바람이 깊게 담겨 있다”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죽어도 다시 시작이 가능하고, 아이템을 모으고 능력치를 올리는 게임을 즐기던 MZ세대의 문화가 웹소설과 웹툰에 반영된 것”이라며 “MZ세대는 게임처럼 삶을 다시 살아 실패했던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고 했다.

최근엔 회귀물의 인기가 영상 콘텐츠까지 퍼지고 있다. 올 4월 동명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2번째 인생을 사는 검사의 일대기를 다뤄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했다. 올 6월 tvN 드라마 ‘환혼’처럼 빙의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한 작품도 늘어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누군가는 젊은 세대가 현실에서 도피하려 한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모든 콘텐츠엔 소비자의 심리가 담겨 있다”며 “회귀물 유행은 대중문화에 널리 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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