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기타가 내는 '미지의 화음'.. 클래식과 탱고 넘나든다

이정우 기자 2022. 9. 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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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와 기타, 닮은 듯 다른 두 악기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다만 활을 현에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인 첼로가 지속성과 울림 측면에서 탁월하다면, 손을 현에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 기타는 다양한 주법으로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연주자들이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지만, 첼로와 기타가 한 무대에서 협주를 들려주는 것은 국내에선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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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국
박규희

■문태국·박규희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 16일 열려

중저음역대 은은한 매력 닮고

주법에 따른 소리의 강점 달라

탁월한 울림·다채로운 선율로

서로의 빈틈 채운 시너지 기대

첼로와 기타, 닮은 듯 다른 두 악기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클래식 기타의 ‘불모지’인 한국 클래식 공연장에선 아직은 흔치 않은 조합. 지난 2014년 파블로 카살스 국제 콩쿠르 우승 등으로 탄탄하게 입지를 갖춘 첼리스트 문태국이 세계 정상 수준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에게 공연에 함께 서자고 제안해 이 같은 만남은 성사됐다.

오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 공연을 앞두고 만난 문태국과 박규희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문태국은 “첼로 소리와 기타 소리는 중저음의 비슷한 음역으로 서로 닮았다”며 “화려함보단 은은한 공감으로 편안함을 준다”고 말했다. 음역대가 비슷한 만큼, 서로의 빈틈을 채우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규희는 “첼로는 한 음이 지속되지만 기타는 한 번 치고 나면 소리가 바로 사라진다”며 “그 빈 곳을 첼로가 채워줄 수 있어서 항상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기대했다. 둘은 서로의 악기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악기로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연주해보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첼로와 기타는 음역대뿐 아니라 현악기란 점에서도 닮았다. 다만 활을 현에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인 첼로가 지속성과 울림 측면에서 탁월하다면, 손을 현에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 기타는 다양한 주법으로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두 악기의 만남은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내게 될까.

박규희는 “귀족 문화에서 태어나 정통 클래식을 주로 연주하는 첼로와 마을에서 태어난 서민적인 기타의 조합”이라며 “제가 첼로를 좀 더 ‘서민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서 태국 씨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음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태국은 “피아노 같은 악기들과의 협연에선 상대적으로 첼로 소리가 작아 전달력에 더 집중할 때가 있는데, 이번엔 훨씬 더 내면적인 표현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량이 작은 쪽인 기타의 박규희는 “마이크 없이 진행되는 리허설 때는 힘이 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활용해 (음량의) 균형을 맞춘다면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주자들이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지만, 첼로와 기타가 한 무대에서 협주를 들려주는 것은 국내에선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클래식 기타를 여전히 ‘주변인’ 정도로 여기는 국내 클래식 공연계의 인식 탓이다. 박규희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2008년 벨기에 프렝탕 국제콩쿠르, 2012년 알람브라 국제기타콩쿠르 등에서 우승하고, 일본과 유럽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세계정상급 기타 연주자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악기인 기타에 대해 “넘을 수 없는 산”이라고 표현했다. 문태국 역시 첼로에 대해 “열심히 올라가긴 하는데 끝이 안 보인다”며 “애증의 대상”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 1부에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와 로드리고의 아란훼즈 협주곡 2악장 등이 연주되고, 2부에선 아르헨티나의 ‘탱고 전도사’ 피아졸라의 ‘르그랑 탱고’와 ‘탱고의 역사’ 등이 연주된다. 1부에서 보다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 뒤, 2부에서 강렬한 정열의 세계로 관객들을 이끈다는 심산이다. 롯데콘서트홀 상주음악가로서 이번 공연을 직접 기획한 문태국은 “맛집을 알면 추천하고 싶듯이, 제가 혼자 듣기 아까운 음악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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