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풀면 15억 주담대 풀린다..정부, 수도권도 손볼까
추석 이후 예상됐던 부동산 규제 완화 중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폐지는 없던 일이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대출규제는 시간을 많이 두고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규제지역을 해제하면 대출규제도 풀린다는 점에서 대출규제 완화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도 규제지역 해제는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투기과열지구 해제 여부와 6월 말 1차 규제지역 해제 당시 제외됐던 수도권이 포함될 지다.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0월쯤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를 열어 규제지역 추가 해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정심은 6개월에 한 번씩 열리지만 비정기적으로도 개최할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6월 1차 규제지역 해제는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3분기 시장지표가 나오는 10월이 유력하다.
현재 전국의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3곳, 조정대상지역 101곳이다. 서울 전 지역과 과천, 성남 등 수도권 대부분과 세종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동시 지정돼 있다. 규제지역 지정·해제 여부는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는지 '정량적' 요건과 청약경쟁률, 분양권 전매거래량 등 집값 과열 우려 같은 '정성적' 요건을 따진다. 올 들어 집값은 하락하고 물가는 치솟으면서 규제지역 전역이 해제를 위한 정량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 세제, 청약 등에서 규제가 강화된다. 15억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세제, 청약 등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를 받지만, 대출 규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투기과열지구는 9억원 이하 아파트의 LTV 한도가 40%, 9억원 초과는 20%인데 비해 조정대상지역은 이 비율이 각각 50%, 30%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는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됐다. 서울 전 지역과 과천, 성남분당,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수원, 용인수지, 동탄2지구, 인천 일부 지역 등이 지정됐다.
정부가 15억원 대출규제를 유지키로 했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이 대출규제는 풀린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1차 규제지역 해제 당시 대구 수성구, 대전 동구·중구·서구·유성구, 경남 창원 의창구 등 6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일괄적으로 15억원 대출규제를 푸는 것보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범위를 줄이는 방식이 시장 연착륙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규제가 연동되기 때문에 정부가 굳이 부자를 위한 혜택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15억 대출 규제를 전면 해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1차 규제지역 해제에서 배제됐던 수도권과 세종시가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서울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규제 차이가 대출규제 외에 전매제한, 청약, 정비사업 등에서도 있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최근 침체된 분양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조정대상지역 규제만으로도 규제 효과는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유일한 투기과열지구인 세종은 공무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가 규제지역 해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주택이 많지 않은 조치원 등 일부만 해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추석 연휴 전까지 전국(-0.97%) 대비 크게는 여섯 배 이상 빠졌다. 준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세종은 -6.74%로 낙폭이 전국에서 가장 컸다. 수도권(-1.51%)에서도 인천 연수구(-3.61%)·서구(-2.34%), 의왕(-3.51%), 수원(-2.99%), 용인 수지(-2.98%)·기흥(-2.28%) 등이 모두 상대적으로 낙폭이 큰 상황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현재는 전국의 절반 이상이 투기·조정지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고 있다"며 "과도한 투기·과열 우려가 남아있는 최소한 지역만 남겨두는 방식으로 범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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