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부동산]④ 대구·경북 "과잉공급 여파 내년에도".. 부산, 15억 대출 완화 '기대감'

조은임 기자 2022.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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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대구 미분양 7500여가구.. '대구 강남' 수성구도 미분양
대장주도 수억씩 '뚝' 떨어진 부산, 규제 완화에 빛 볼수도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 작년 추석 즈음만 하더라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무주택자의 시름이 깊어만 갔는데, 최근엔 분위기가 영 다르다. 금리는 오르는데 집값은 내리기 시작하며 이제는 주택 보유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집 사기를 보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주택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 부동산 시장 흐름을 권역별로 짚어봤다.

대구·경북은 올해 내내 과잉공급으로 고전했던 시장이다. 현재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총 8개의 시·군 중 절반이 대구·경북 지역이다. 정부는 대구의 ‘강남’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등 규제완화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는 내년에도 상당한 규모의 공급이 예정돼 있어 시장 흐름이 전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 대구·경북과 달리 시장 회복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북항 개발과 같은 굵직한 개발 사업,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데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가 완화되면 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공급난으로 예외적인 상승세를 보인 경남 지역은 2025년까지 공급이 1만2000여건에 불과해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대구 도심 아파트 전경/뉴스1

◇'미분양의 무덤’된 대구… 내년에도 3.5만가구 공급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무려 7523가구다. 지난해 말(1977가구)에 비해 5000가구 넘게 늘었다. 올해만 2만 가구에 달하는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가격 하락도 뒤따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26% 하락하며 4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구의 청약시장은 일찌감치 열기가 식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분기 대구의 평균 초기분양률은 18%로 전국 시도 중 최저였다. 전년 동기(98.60%)에 비해 80.60%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대구 수성구와 남구의 분양계약률은 각각 0%, 2%에 그쳤다. 이같은 침체 분위기에 정부는 지난 7월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대구 동구·서구·남구·북구·중구·달서구·달성군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해제 직후 1순위 청약에 나섰던 ‘범어 자이’는 평균 경쟁률이 0.67대 1에 불과했다.

경북 일대는 대구의 뒤를 이어 미분양 물량이 많은 곳이다. 7월말 기준 6517가구가 미분양으로 잡혔다. 특히 경북 포항시의 미분양 물량이 4358가구에 이른다. 올해 경북지역의 공급 물량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2020~2021년 2년 동안 1만8917가구가 분양되면서 시장이 공급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일대는 추석 이후에도 상당기간 공급과잉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의 경우 내년에 3만5000가구, 내후년에 2만1000가구의 공급이 예정돼 있어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구에는 ‘공급에 장사없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공급 부담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상당 규모의 분양이 예고돼 있어 최소한 내년까지는 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부산역 뒤편 북항 재개발 현장을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곽재순 PD

◇부산, 개발호재에도 하락… 15억 족쇄 풀리면 빛볼까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등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15% 하락했다. 이는 2019년 3월 넷째주(-0.16%)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6월까지만 해도 0~-0.02% 수준에 머물렀던 아파트값 낙폭이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매매 거래건수도 5월 2529건에서 7월 1477건으로 급감했다.

전국적인 수요가 몰렸던 부산의 대장주 아파트들도 수억대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전용 73㎡는 지난 7월 28일 10억2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이는 두 달 전인 5월 18일 12억5000만원(3층)보다 2억3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부산의 대장주로 꼽히는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의 경우 전용 151.91㎡ 지난해 10월 28일 24억원(20층)에 거래됐었지만 올해 7월 12일에는 같은 면적이 20억7500만원(36층)에 손바뀜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의 해제가 부산의 고가주택 거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의 ㎡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기준 895만7000원, 해운대구는 736만8000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신축 대형평수의 경우 매매가격이 15억원이 넘는 경우가 상당수다. 더불어 부산의 올해 입주물량이 2만4000여가구로 상당히 많은 수준이지만, 지난 7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1503가구로 많지 않아 부담되는 물량은 아니라는 평가다.

경남 일대는 절대적인 공급부족이어서 당분간 큰 하락은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7월 들어서 다소 늦게 시작된 것도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파악된다. 특히 창원의 경우 이달부터 오는 2025년까지 입주물량이 1만2000여가구에 불과하다. 현재는 창원의 대표구인 성산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다소 시장이 눌려 있는 형국이지만, 경남측에서 이달 초 창원시 성산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에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인상의 여파는 전국적이라 지금이 규제완화의 적기이기는 하다”면서 “대출 규제를 풀게 되면 수도권 외에는 부산 정도가 고가주택 거래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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