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초과 주택 대출규제 완화가 집값 못올리는 세 가지 이유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규제를 완화해도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지 못할 상황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을 자극하지 않을 때 비정상적인 규제를 푸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집값을 자극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로는 세 가지 정도가 꼽힌다.
ⓛ 대출규제 완화 대상 주택 별로 없다
11일 KB리브온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집계한 결과, 전체 조사 가구의 2.5%(22만2000여 가구)가 15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5.9%인 21만3000여 가구는 서울에 있었고 이는 서울의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약 137만4000가구) 중 15.5% 수준이다.
이 중 대부분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몰려있었다. 강남구 아파트의 70.7%가 15억원을 넘었고 서초구와 송파구 역시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각각 전체의 66%, 48.4%를 기록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세는 KB시세 중 ‘일반가’를 말한다. 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시 시세 기준을 KB국민은행 시세 중 ‘하한·일반·상한가’ 가운데 ‘일반가’를, 1층의 경우 하한 평균가를 사용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영향은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 3구의 급매물이 소진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정도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서울 송파구 잠실이나 강남구 대치동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는 것은 토지거래허가제로 지정돼 실거주자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입자를 승계하면서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에 매수자를 찾기 더 어렵다. 이런 이유로 매수자가 바라는 호가로 매매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로 실거주를 하려는 이들 중 대출이 안 나와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대출이 풀리면 이들이 급매물을 받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매도자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는 중”이라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출을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이들 대부분이 무주택자거나 갈아타기 1주택자일 가능성이 크다. 취득세 규제 탓에 다주택자가 참여하기 어려운 시기기 때문”이라면서 “이들의 역할은 현재 나와있는 다주택자의 강남 3구 급매물을 받아주는 정도로 한정될 것”이라고 했다.
② DSR 감안하면 소득상위 5%에게 대출 풀리는 일
15억원 초과주택을 매수하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일부 고소득자에 한정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있어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할 때 집값의 40%를 대출 받으려면 연 소득이 8000만원은 넘어야 한다. 만기 4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 4.5%를 적용하고 다른 대출이 없는 조건일 경우다. 만약 자동차를 사면서 대출을 했다거나 신용대출이 있다면 대출 가능액은 줄어든다.
같은 조건으로 16억원짜리 주택을 사면서 이 중 40%(6억4000만원)를 대출 받으려면 연 소득은 9100만원, 17억짜리 주택을 사면서 40%(6억8000만원)를 대출 받으려면 연 소득은 9700만원이어야 한다. 18억원 주택을 살 때 40%(7억2000만원)를 대출 받으려면 연 소득이 1억300만원 수준이어야 한다.
국세청이 발간한 2021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연봉 1억원이 넘는 근로자는 전체 1949만5000명 중 91만6000명으로 전체 4.7% 수준이다. 전국 1인당 평균 총 급여액이 3830만원이었다. 평균보다 2배벌고 상위 5% 안에 들어가는 고소득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규제 완화라는 뜻이다.
물론 부모 세대로부터 자금을 증여받거나 사업소득, 자본소득이 많은 경우까지 통계를 잡으면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보는 경우는 더 많아질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이자나 배당 등이 2000만원을 넘어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이는 802만1000명이었다. 또 이미 모아 놓은 자산이 일정 부분 이상이라 주택담보대출의 10~20% 수준으로 대출 받아도 주택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면 대출 규제완화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더 커질 수 있다.
③ 집이 안 팔려 갈아타기가 어렵다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징검다리가 끊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15억원 초과 주택을 매수하려면 통상은 1주택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주택을 팔아야 하는데 최근 15억원 이하 주택도 받아줄 사람이 많지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주택 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였던 생애 첫 주택 매수자의 수요가 확 줄었다.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금리인상이나 부동산 분위기 경색에 꼼짝도 않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합건물(오피스텔·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기준 8월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 수는 2만4132명. 7월(2만5818명) 대비 1686명 감소했다. 2013년 1월(1만5000명) 이후 9년 7개월 만의 최저치기도 하다.
이는 정부가 생애 첫 주택 매수자에게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80%까지 적용해준 이후 나온 숫자라 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주택 소재지나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LTV 상한을 80%까지 적용하고 대출한도도 최대 6억원으로 늘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살 의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주택을 구매했고 남은 이들은 3기 신도시 등 청약을 기다리거나 집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들이라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애 첫 주택 수요가 움직이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은 작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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