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심은 희망 上] "한국은 몰라도 제주도는 알아요"

제주방송 신동원 2022. 9.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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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평화봉사단 활동 20년, 첫 해외 봉사지 '몽골'과의 특별한 인연
상호 방문 지속적 교류, 코로나19로 3년만 해후.."가족 같은 환대"
몽골 현지 7년 만에 찾아 봉사활동 '훈훈'..최초 현지인 봉사단 출범 결실

[기자주] 올해로 활동 20년째를 맞은 제주평화봉사단이 최근 몽골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기자는 이번 제15기 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에 참여해 취재진 이전에 한 명의 봉사자로서 다른 봉사단원들과 호흡하며 활동했습니다. 이번 봉사활동에서는 제주평화봉사단이 20년간 걸으며 구축해 온 결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7배의 달하는 몽골에서 기자가 발을 디딘 곳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그렇기에 기자가 겪은 일을 광활한 몽골 전체로 일반화하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기자가 보고 느낀 몽골 현지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를 전하고자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몽골에 첫발을 내딛고 칭기즈칸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제15기 제주평화봉사단.

"여기 사람들이 한국은 몰라도 제주도는 알아요."

올해로 활동 20년째를 맞은 제주평화봉사단이 지난 8월 15일부터 23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몽골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몽골은 제주평화봉사단의 첫 해외봉사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하는 현지 해외봉사였고, 봉사단이 몽골을 찾은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입니다.

그간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면 봉사활동을 해온 덕에 현지에서 상시 활동하는 몽골인 봉사NGO도 생겼습니다.

현지에서 19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온 한국인 봉사단 지부장은 사람들이 '한국은 몰라도 제주는 안다'고 자부했습니다.

특히, 이번 봉사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변한 몽골의 상황을 둘러보고 향후 지역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가늠하기 위한 새로운 계기로 삼기로 했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출정식을 갖고 봉사단복을 수여받는 제주평화봉사단.

제주에서 몽골까지 '1박2일', 시작부터 좌충우돌

8월 15일 광복절 아침.

제주평화봉사단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제주국제공항에 집결했습니다.

제주자치도에서 나온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봉사단 단체복인 조끼와 모자가 14명 봉사단원들에게 수여됐습니다.

몽골까지의 여정은 제주에서 출발, 김포공항으로 갔다가 하루를 머물고 인천공항을 통해 몽골로 입국하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구성됐습니다.

항공편 시간대 때문에 하루를 국내에서 묵고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꾸린 각자의 짐에 봉사활동 시 사용할 장비들, 구호품으로 전달할 짐까지 더해져 일행의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는 제주평화봉사단.

돌발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봉사단은 인천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16일) 새벽 4시 30분에 기상했습니다.

출국 항공편은 8시 출발이었지만, 구호품으로 준비한 짐들을 국제탁송하기 위해 여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짐을 옮기기 위해 점보택시도 3대나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돌발상황은 예약해둔 택시에서 생겼습니다.

미리 예약한 점보택시 3대가 예약한 대로 오지 않고 이 중 1대가 일반 승용차 택시로 온 것입니다.

봉사단은 한 시가 급해 항의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다른 택시를 추가로 섭외해야 했습니다.

예약을 받은 택시기사는 "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일행들은 한탄 섞인 너털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깐 실랑이를 벌이다 일분일초가 아쉬워서 부랴부랴 택시 한 대를 추가했습니다.

추가한 택시도 예상보다 늦게 도착해 봉사단 일행은 숨 가쁘게 짐을 부치고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일행은 약 3시간 40분 동안 2,000km를 거리를 날아 몽골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칭기즈칸공항에 내린 일행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습니다.

구호품으로 준비할 물품이 현지 세관에 걸려서 압수당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출발 전 주말 아침 단원들이 손수 소분하고 새로 포장한 구호물품 상자들을 공항에 두고 가려니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전체 일정을 감안해 공항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그렇게 울란바토르로 이동한 일행들은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짐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봉사단의 주요 봉사지 중 한 곳이 몽골 최대 교도소인 중하라 교도소인데 뺏긴 짐 가운데에는 그곳에 지원할 물품도 더러 있었습니다.

물품의 세관 압수 소식을 들은 차관급인 교도소장이 직접 나서 중재를 했다는 후문이었습니다.

이후 일행은 봉사활동을 위한 첫 목적지인 몽골 셀렝게도(道) 만달시로 이동하기 위해 야간기차에 올랐습니다.

(

▼칭기즈칸공항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몽골 울란바토르로 이동하는 중에 마주하게 된 평원)

몽골의 첫 냄새, 그리고 하늘

몽골에 도착하자마자 첫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긴 했지만, 야간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울란바토르 시내를 구경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공항 밖을 나와 맡은 몽골의 첫 냄새는 마른 풀 내음이었습니다.

사방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초원이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울란바토르 인근에 조성된 몽골 전통 형식의 숙박업소. 일행은 잠시 이곳에 들러 몽골에서의 첫 식사를 했습니다.

하늘에는 농도가 짙은 구름 뭉치가 떠 있었습니다.

낮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랐는데, 당시 제주의 기온이 35도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기온이었습니다.

습도가 낮아 그늘에선 선선한 초가을 날씨처럼 느껴졌습니다.

첫날 밤에는 기온이 10도까지 떨어졌고, 마지막 날쯤에는 5도 이하의 낮은 기온을 보였습니다.

울란바토르의 첫 느낌은 급속도로 개발이 진행 중인 '도시'였습니다.

울란바토르는 350만 몽골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150만 명이 삶의 터로 삼는 몽골의 수도입니다.

우선 울란바토르의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공항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가 우리 돈으로 7천 원 정도 했고, 점심 식사를 한 식당의 1인분 가격이 1만 원에 달했습니다.

울란바토르에는 한국 편의점들이 많이 진출해 있었습니다.

일행을 마중 나온 몽골 생활 19년차 봉사단 지부장의 말로는 울란바토르에만 CU 편의점이 250곳, GS25 편의점도 100곳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울란바토르 중심부에 있는 '서울의 거리' 내 카페베네에서의 커피 한 잔 가격은 대략 우리 돈으로 2,000~3,000원 정도 했습니다.

(위) 몽골 내 상점가. (아래)'끝없는 꼬리물기'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한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

도로의 승용차는 대부분 도요타였습니다. 버스는 현대나 대우 등 국산 차량이 다수 보였습니다.

울란바토르 시내의 교통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녁시간대엔 체증이 심각해서 3번의 신호가 터지는 동안에도 꼬리 물기 차량 때문에 이동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보행자 신호등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설사 신호등이 있는 길에서도 보행 신호가 들어와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면 차량들이 오히려 경적으로 울리며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했습니다.

울란바토르 내에 있는 독립운동가 이태준 선생 기념공원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준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醫師)로서 한국과 몽골 양국에서 위인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마침 전날이 광복절이었는데, 외국에 있는 공원 입구에서 나부끼는 태극기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위)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 자리한 독립운동가 이태준 선생 기념공원. 이태준 선생은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자금을 운반하고, 몽골 울란바토르에 병원을 차려 몽골사람들로부터 '하늘이 내린 신의'로 불렸다고 합니다. (아래)자이슨 전망대에서 본 울란바토르 전경.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자이슨 전망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자이슨 전망대에 오르니 현재 신축 중인 높은 건물들이 눈앞을 메웠습니다.

최근 10~20년 사이에 급격히 이러한 건물들이 들어서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몽골의 최근 급속한 발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지역 첫 현지인 봉사NGO

울란바토르 시내를 둘러본 후 봉사단은 몽골 내 유일의 국내선 야간 열차를 타고 첫 행선지인 만달시로 이동했습니다.

봉사단원 중 마임이스트인 이경식씨는 열차에 탄 아이들을 위해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 주는 듯 '틈새 봉사'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울란바토르에서 북쪽 직선거리로 8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은 제주평화봉사단의 주요 거점입니다.

일행은 4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달린 끝에 만달시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한밤 중에도 제주평화봉사단을 마중 나온 현지인 봉사단원들

밤 11시쯤 기차에서 내린 일행을 반긴 것은 만달시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주민들이었습니다.

모두 제주평화봉사단과 인연을 맺어온 주민들이었습니다.

이번 15기 봉사단원 중 수년간 해외봉사에 참여한 단원들은 아는 얼굴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제주평화봉사단은 2005년부터 이 지역을 방문해, 의료봉사와 가옥 수리와 전선교체, 의료품 등 구호품 전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이곳에 2004년부터 둥지를 튼 제주평화봉사단 만달시 지부장인 김영도 목사는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주민들이 봉사단을 꾸릴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김영도 지부장은 "여기 사람들이 한국은 몰라도 제주도는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튿날 날이 밝고 만달시 현지인 봉사NGO '후르씬 헤르'(우리말로 이웃사랑)의 발대식이 열렸습니다.

(위)왼쪽부터 강상철 제주평화봉사단장, 후르씬 헤르(이웃사랑) 봉사단 에룡 짜르갈, 쉰 짜르갈 공동대표. (아래) 후르씬 헤르 발대식 및 제주평화봉사단과의 MOU 행사 기념 촬영.

이 단체는 지역의 첫 봉사NGO로 현지 주민 27명을 단원으로 구성됐습니다.

후르씬 헤르 단원들에게는 제주평화봉사단이 준비한 임명장이 수여됐습니다.

제주에서부터 가져온 평화봉사단과 같은 모양의 봉사단복(조끼)과 모자도 전달됐습니다.

또 이날 출범식에는 제주평화봉사단과 후르씬 헤르간 상호 우호를 다지는 MOU도 체결했습니다.

강상철 제주평화봉사단장은 "몽골에 오니 고향에 온 것 같다. 여러분이 여기에서 하는 일은 제주에 많이 알려질 것이다"라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에룡 짜르갈 후르씬 헤르 공동대표는 "앞으로 한 마음으로 같이 가겠다"라며, "이제까지 평화봉사단이 이 땅에서 한 것과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식 행사의 일부로 제주평화봉사단 중 한 명인 강예지 첼리스트의 축하공연이 펼쳐졌습니다.

후르씬 헤르는 제주평화봉사단이 만달시에 머물며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함께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벽돌 한 장까지 정성 들여..."새 집이 생겼어요"

지난 2018년 만달시의 한 가정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대부분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화재로 가족의 어머니만 살아남게 됐는데요.

집이 전소되어 이 여성은 거의 삶을 자포자기하는 수준까지 가게 됐다고 합니다.

제주평화봉사단과 지금은 '후르씬 헤르'의 봉사단원이 된 현지 주민들이 이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김영도 지부장은 그간 자신과 가족이 살아온 게르를 이 여성에게 내줬습니다.

그리고 벽돌 한 장, 문짝 하나 모든 자재를 사모아 새로운 짓 집기에 들어갔습니다.

현지 주민 중 목수 일을 하는 주민은 무료로 공사를 거들었습니다.

이번 제15기 평화봉사단은 장판을 깔고, 냉장고 등 내부 집기를 옮기는 등 마무리 작업에 동참했습니다.

그렇게 화재로 집이 전소된 이후 4년 만에 드디어 새집이 완성됐습니다.

새집을 얻게 테르비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테르비씨는"어려분들의 도움이 내 생명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이었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위)사집짓기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집기를 옮기는 제주평화봉사단. (아래)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 마무리 기념 촬영.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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