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쇼크보다 심각한 '거래 빙하기'.. "급매물 적체 지속되면 투매 사태도"
금리 인상에 급락 공포 확산, 사상 유례 없는 거래절벽
매물 적체 3개월 지속되면 투매 사태 발생 가능
하락세 지속되면 깡통주택, 깡통전세 속출
'선 안정, 후 규제완화' 정책으로 하락세 지속 될 듯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된 공급 감소 불가피, 정책 묘수 필요 차학봉기자의>
인천 송도, 경기도 동탄, 인덕원 등 지난해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도 최고 호가와 비교해 20~30%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급매물은 로열층 호가 기준 하락폭이며, 30~40% 낮은 가격으로 거래 신고된 주택은 가족 증여 등 특수 거래로, 집값 급락은 현실 왜곡이라고 반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거래의 반토막, 거래 빙하기
그러나 사상 유례 없는 거래절벽이 발생하면서 급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단위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5% 하락했다. 이는 2013년 8월 5일(-0.15%) 조사 이후 9년1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수도권 하락폭은 -0.21%로, 2012년 9월10일(-0.22%)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크다.
더 심각한 것은 사상 유례 없는 거래 절벽이다.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4000~ 5000건 정도이다. 2019년 10월에는 거래량이 1만1000건을 넘었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작년 11월부터 거래량이 2000건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 2월 820건으로 급감했다. 3월 1430건, 4월 1752건, 5월 1746건 등 대선을 앞두고 회복세를 보였다.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신도시 등 일부 지역은 집값이 급등하면서 거래도 회복됐다.
규제완화가 지연되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7월 거래량이 639건까지 줄었다. 거래절벽을 넘어 거래 빙하기에 접어든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2006년 통계를 작성한이후 최저치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344건이었다. 신도시 입주, 반값아파트 등으로 집값이 급락한 2013년 1월에는 1213건이었다.
◇공포를 전염시킨 금리 인상, 깡통 전세-주택 대량 발생 가능성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 폭락에 대한 공포가 급속도로 전염돼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면서 “거래절벽이 발생하면서 급매가 아니라 가격을 대폭 낮춘 ‘급급매’만 일부 거래되고 있는데, 저가 매물이 기준가격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공포의 전염으로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얼어붙고 있어 하락세가 지속되면 대량의 깡통 전세와 깡통 주택이 발생하는 경착륙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 급락 공포를 확산시킨 방아쇠는 금리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대출금리도 치솟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거래절벽은 금리가 오르는 한 반전 가능성은 없다”면서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되어야 거래가 되살아나고 집값 반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매물 적체가 3개월이상 지속되면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가격을 낮춰도 팔리지 않으면 너도 나도 매물을 던지는 투매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의 선 집값 안정론이 추경호의 선 규제 완화론 눌러
금리와 함께 향후 집값을 좌우할 변수는 정책이다. 현재로서는 조기 규제완화는 물 건너 가는 분위기이다. 정부내 대표적인 규제완화론자인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시가 15억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 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대출 규제완화가 추진 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대출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추 장관은 그동안 여러차례 ‘공약 의 정상적 추진’을 강조했다.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부세 부과에서 다주택 기준 삭제를 선언하는 등 대선 공약을 신속하게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추 장관과는 정반대로 ‘선 집값 안정, 후 규제완화론’을 주장한 사람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지난 고점 부분에서 무리하게 차입으로 매입한 분들에게는 상당한 고통이 있겠지만, 지난 3~4년 간의 급등기 이전부터 (집을) 갖고 있던 분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설사 그 급상승기 이전의 안정상태로 간다고 해도 금융 충격까지는 오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추장관은 최근 집값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집값 10%는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차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우왕좌왕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최근에는 원 장관의 선 집값 안정론이 정부 정책 주도권을 잡는 분위기이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는 충분하게 집값을 내려 서민층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재정부는 집값 급락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해 부동산 규제의 조기 완화를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지난 2~3년간 집값 폭등으로 집값이 2배 이상 오른 곳도 많은 만큼, 조기 규제완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집값 안정과 규제완화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의 균형 감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좋아야 민간 주택 공급 확대 가능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민간 도심복합사업 도입 등으로 2027년까지 270만 가구에 대한 인·허가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야 민간 주택공급이 늘어난다. 지금처럼 시장이 급냉하면 재개발, 재건축도 진행 속도가 늘려질 수 밖에 없다. 고종완 소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 3종세트를 풀지 않으면 주택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섭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유지돼야만 주택공급이 늘지만, 집값이 떨어져야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모순적 상황”이라며 “정부는 공급확대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 정책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해야 하는 데,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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