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전통주 대신 와인이나 커피 올려도 되나요?"

이강은 2022. 9. 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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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등 명절 차례상에 전통 차례주 대신 와인이나 커피로 차례를 지내거나 물을 술잔에 채워 상차림해도 괜찮을까.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했다"며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세대갈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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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정성껏 차례상 준비한다면 술 대신 올려도 좋을 듯"
추석 등 명절 차례상에 전통 차례주 대신 와인이나 커피로 차례를 지내거나 물을 술잔에 채워 상차림해도 괜찮을까. 

추석을 앞두고 최근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괜찮다’는 입장이다. “술은 모든 음식의 정수(精髓,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음식)라 술을 올리시는 것을 권장하지만, ‘기제사’와 같이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정성으로 차례상을 준비하신다면 뜻풀이 그대로 술 대신 찻물을 올려도 좋고 정화수도 술 대신 올려도 좋을듯 하다”는 것이다. 기제사(忌祭祀)는 해마다 사람이 죽은 날에 지내는 제사를 뜻한다. 

9일 어렵고 복잡한 의례를 개선해서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에 따르면, 차례와 기제는 다르다. 차례를 기제와 같이 지내는 것은 사계 김장생(1548 ~ 1631·조선시대 예학의 대가) 선생의 ‘의례문해’(김장생이 평소 제자나 벗들과 예(禮)에 관해 문답한 것을 아들 김집(金集)이 정리하여 엮은 예서)에서도 언급돼 있지만 권장하기 어렵다고 한다.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의하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고 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음식을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 제례의 격식을 떠나 고인이 생전에 즐겨 드시던 밥과 김치, 토마토, 과자 등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건 예법이나 격식에 어긋날까. 이에 성균관의례정립위는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보면 ‘살아 계실 때 먹지 않았던 물품으로는 제사 지내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다”며 “고인께서 생전에 즐겨 드신 음식을 올리는 것이 예법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고, (여러분의) 뿌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차례상을 준비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술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테이블 위에 사과·배·감과 송편 같은 3~4가지 음식만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것도 괜찮다는 게 성균관의례정립위의 입장이다. 의례문해에도 ‘6가지 과일을 갖추기 어려우면 줄여서 쓸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다. 

차례상 음식 장만 시 특히 번거로운 전 부치기와 관련해, 성균관의례정립위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전을 꼭 부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은 유밀과(밀가루를 꿀과 섞어 기름에 지진 과자)를 올리지 말라는 유훈을 남긴 바 있다. 의례문해에도 ‘밀과와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편, 추석의 대표적 음식인 송편과 삼색나물(도라지·고사리·시금치)의 의미는 뭘까. 추석 명절 차례상의 송편은 밥(진지) 대신 올리는 것이다. 설 명절 차례상의 떡국(절식) 역시 밥(진지) 대신 올리는 것이라고. 삼색나물 중 도라지(桔梗菜, 길경채)는 뿌리나물로 조상을, 고사리(蕨菜, 궐채)는 줄기나물로 부모를, 시금치는 잎사귀나물로 자손을 각각 상징한다. 따라서 삼색나물을 한 접시에 담을 경우에도 순서는 도라지→고사리→시금치 순으로 담도록 권장된다. 

앞서 성균관의례정립위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차례상 간소화를 위해 송편·나물·구이·김치·과일·술 6가지를 기본으로 필요하면 육류·생선·떡을 더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생선은 집안 형편에 따라 놓아도 되고 안 놓아도 된다.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했다”며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세대갈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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