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팩트체크] 미국 학교에는 세이프룸 건설이 필수?

이유진 2022. 9. 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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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대상

요즘 미국 학교에는 총기 사고에 대비한 세이프룸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교내 총기 사고로 학생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학교에 총기 사고에 대비한 '세이프룸'이 설치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옴. 실제 세이프룸이 존재하는지, 총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인지, 총기 사고 이후 설치가 늘어났는지 여부 등을 검증함.

■검증방법

미국 연방재난관리청과 미국 연방정부 '교내 안전'보고서(2018)에서 관련 규정과 설치 사례 확인

세이프룸 제작업체 홈페이지에서 설치 가격 등 확인.

비영리단체의 총기 사고 발생 빈도 분석, 총기 사고 발생 이후 현지 매체 언론 보도 확인

■검증내용

1) 미국 학교에 세이프룸은 실제로 존재하나

존재한다. 세이프룸(Safe room)은 말 그대로 안전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미국에서 세이프룸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하나는 학생들이 안심하고 대화·상담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다른 하나는 천재지변 등 물리적인 위험으로부터 학생들이 대피하는 공간이다. 후자는 대피보호소(shelter-in-place)라고도 쓴다. 일부 미국 초·중·고교에서는 대피보호소로서의 세이프룸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세이프룸 사진은 실제 미국에서 세이프룸을 제작하는 사설업체가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예시 이미지로 확인됐다.

2)세이프룸은 총기 사고 때문에 생겨났다?

세이프룸이 처음부터 총기 사고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것은 아니다. 현재 교내 세이프룸을 확보한 곳은 대부분 과거 토네이도 피해가 컸던 중부지역 주들이다.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 홈페이지에는 아칸소주에서 토네이도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교내 세이프룸이 10만명의 아이들을 보호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려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매년 27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이 지역을 덮쳐 아칸소 주에서는 학교에 대피공간을 짓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아칸소주 전역 60개 학군에 66개의 세이프룸이 건설됐다.

주별로 건설시기는 다르다. 미주리주는 2011년 토네이도로 161명이 사망하고 1300명 이상이 부상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난 후 세이프룸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FEMA는 '폭풍으로부터 보호할 대피소 짓기(Taking Shelter from the Storm)'라는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세이프룸 건설 관련 세부규정도 정해놓고 있다.

이 세이프룸은 평상시에는 다양한 활동 공간으로 쓰인다. 도서관, 컴퓨터실, 실내체육관 등으로 활용한다. 비상시에는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되는 경우가 있다. 케리 사체타 미주리주 조플린 교육구 부교육감은 FEMA에 세이프룸을 "사무실공간, 영상 제작 스튜디오, 기술 교실과 라커룸 등으로 쓴다"며 "날씨 경보가 내렸을 때 지역 주민들이 갈 곳이 없으면 학교 대피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 미국은 세이프룸 건설을 의무화하고 있나

미국에서 교내 세이프룸 건설이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내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학생을 지킬 안전조치 중 하나로 꾸준히 언급됐다.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19세 전학생이 총을 난사해 17명을 살해한 사건 이후 전국적인 미국 NBC방송은 "교실 내 방탄 대피소가 학교 총기 폭력에 대한 해답인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에는 오클라호마 지역에서 세이프룸을 건설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 교육부, 국토안보부, 보건부, 법무부 4개 부처는 공동으로 '교내 안전(School Safety)' 보고서를 당시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제출한다.

2018년 12월 미국 연방정부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작성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출한 '교내 안전' 보고서. 보고서에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안전 훈련 등을 진행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학교 내 대피소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18년 12월 미국 연방정부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작성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출한 '교내 안전' 보고서. 보고서에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안전 훈련 등을 진행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학교 내 대피소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보고서는 모든 학교가 '포괄적인 비상 작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허리케인, 지진, 총기테러범 등 위협에 대비할 대피·봉쇄계획, 보호소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전한 교내 대피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세이프룸 도입이 의무화되지 않은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미국 방탄 대피소 건설업체인 셸터인플레이스에 따르면 방탄 기능을 갖춘 대피실 건설에는 학생 1인당 약 1000달러가 든다. 아칸소 주에 건설된 토네이도 대비 대피실 건설비용이 인당 395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방탄 기능을 추가하는 데 2.5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연방정부가 건설비용의 일부를 지원하지만 모든 학교가 세이프룸을 갖추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

4) 총기 사고가 늘어나 학교에 세이프룸이 더 건설됐나

미국에서 점점 더 많은 총기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사법시스템을 다루는 비영리 뉴스기관인 마셜프로젝트 분석 결과 최근 5년간 일어난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 건수는 지난 5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7~2021년 사이 4명 이상이 사망한 총기 사고는 31건 일어나, 직전 5년(2012~2016년)보다 7건 많았다. 2002~2006년(16건)보다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뉴욕주 버팔로시 쇼핑몰 총기 난사사건(10명 사망)이 일어난지 열흘 만에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사건(학생 19명· 교사 2명 사망)이 일어났고, 7월에는 일리노이주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총기난사사건(7명 사망)으로 또다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텍사스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사건은 몇년 만에 다시 '세이프룸'논란에 불을 지폈다. 신고 후에도 경찰이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상자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면서 학교 안에 대피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참사 이후 일부 학교에는 안전 장치들이 추가됐다.

미국 nbc뉴스는 지난 7일 유밸디 참사 이후 롭 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학교로 다시 등교한 소식을 보도하며, 학교 내부에 보안 카메라와 8피트(2.4m)높이 펜스가 설치되고 보안인력, 상담사가 추가배치됐다고 전했다. 큰 사고 이후 실제 세이프룸이 설치된 곳도 있지만, 사례는 많지 않다.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총격사건 이후 인근 오클라호마주 힐튼에 있는 공립학교는 초등학교 교실 내 7개의 방탄 대피소를 설치했다.

■검증결과

미국 학교에는 학생이 대피하는 용도의 세이프룸이 존재하나, 이 공간이 반드시 총격사고 대비용은 아니다. 총격사고에도 안전을 보장하는 세이프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된 반면, 건설 비용상의 문제로 미국에서의 보급률은 높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요즘 미국에서는 세이프룸이 필수'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명한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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