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쟁' 신라면 vs 진라면..농심 아성 위협하는 오뚜기 [챌린저스]

최아영 2022. 9. 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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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업계 맞수..농심 '신라면' vs 오뚜기 '진라면'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젓가락 한 번에 딸려오는 꼬들꼬들한 면발, 뜨거운 면을 후후 불어가며 한가득 입에 넣은 다음 곧바로 신김치 한 조각에 얼큰한 국물을 들이켜고 나면 가슴 속까지 뜨끈해지면서 속이 확 풀리는 음식.

따끈한 국물라면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라면 종류는 너무도 다양해 매번 어떤 라면을 먹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 신라면과 2위 오뚜기 진라면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겠지요.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농심이 30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오뚜기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2분기 실적 희비…오뚜기 약진, 농심 부진
진라면X카트라이더. [사진 출처 = 오뚜기]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판매액 점유율은 농심이 56.5%로 단연 1위입니다. 이어 오뚜기가 23.5%로 2위, 삼양식품이 10.9%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1위라고 항상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라면 업체들의 희비는 엇갈렸습니다.

농심은 원·부자재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24년 만에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하락세를 보인 반면 라면 비중이 적은 오뚜기는 간편식 인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농심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4%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7562억원으로 17% 성장했습니다.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실적에서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최근 원부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오른 데다 물류비용까지 올랐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뚜기는 눈에 띄는 실적개선을 보였습니다. 오뚜기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2%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7893억원으로 18% 늘어났습니다.

오뚜기는 농심과 달리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다른 제품군으로 수익성 악화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기준 농심과 오뚜기 전체 매출에서 라면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0%, 30% 수준입니다.

◆ 오뚜기 '진라면' vs 농심 '신라면' 마케팅 열전

1위가 주춤해진 사이 2위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1988년 탄생한 오뚜기 진라면은 최근 게임업계와 이색 협업에 나서는 한편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인 레시피에 착안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오뚜기는 지난달 넥슨의 PC 온라인 캐주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와 손잡고 협업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진라면 용기면, 컵면 전 제품에는 카트라이더 대표 캐릭터 '다오', '배찌'를 반영했습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던 컵라면 볶음밥 레시피를 활용해 만든 '진라면 볶음밥'도 출시했습니다.

진라면 광고 모델로는 배우 남궁민을 내세워 '진라면이 라면의 진리'라는 콘셉트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순한맛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미소와 매운맛에 어울리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남궁민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줘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습니다. 앞서 오뚜기는 야구선수 류현진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진라면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도 했습니다.

신라면 손흥민 온팩 패키지. [사진 출처 = 농심]
농심도 광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1986년 출시된 농심의 신라면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 문구로 출시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최근에는 글로벌 축구스타 손흥민을 신라면 모델로 재발탁해 브랜드 파워를 한층 더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신라면은 '신라면 블랙', '신라면 건면'으로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해왔습니다.
◆ 농심, 신라면 가격 11% 인상…오뚜기 "인상 계획 없어"

바짝 추격해오는 2위로 인해 1위 농심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농심과 오뚜기는 지난해 8월 각각 4년, 13년 만에 라면값을 인상했습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서민 음식의 가격 인상에 반발도 거셌는데요.

그런데 농심은 1년 만에 또다시 라면값 인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농심은 추석 이후인 오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신라면의 인상폭은 10.9%로,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820원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달리 오뚜기는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라면 제품 가격 인상은 결정된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1위 자리를 바짝 더 쫓아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농심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내고 있지만, 오뚜기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올 하반기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과 '라면의 진리'라는 진라면 간 대결이 기대됩니다.

[편집자주] 1위 상품은 늘 조명을 받습니다. 처음 가보는 식당에선 '히트 메뉴'를, 잘 모르는 분야에서 상품을 고를 땐 '판매 1위'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빛에서 살짝 벗어난 상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 빛에 도전하는 이들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자신만의 전략과 방식으로 맹렬히 1인자를 쫓는 이들, 챌린저스를 소개합니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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