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캐스트, 무더기 징계·부당 인사 논란..예능 피디들 화났다

최성진 2022. 9.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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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 약 20명 무더기 징계 뒤 '철회-재징계 예고'
국장-팀장급 직원, 전혀 다른 부서 팀원 발령도
일부 직원 6일 티캐스트 노조 설립으로 '맞대응'
사쪽 "재징계 진행 중, 인력 구조조정 계획 없어"
태광그룹 계열사 티캐스트에서 최근 부당 징계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 건물이 티캐스트가 있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한겨레> 자료사진

태광그룹의 콘텐츠 사업 부문 계열사 티캐스트에서 최근 무리한 인사와 부당 징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사내 일각에서는 경영진이 감사 및 징계, 인사권 등을 동원해 무리하게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직원은 이에 반발해 티캐스트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티캐스트에서는 최근 예능 피디(PD)에 대한 대규모 징계 논란에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등과 관련해 모두 5건의 진정·고소 사건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먼저 티캐스트는 한달 남짓한 기간의 감사를 거쳐 지난 6월22일 <이(E)채널> 예능제작국 소속 피디 19명과 E채널 팀장 1명 등 모두 20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티캐스트 직원 규모는 100명 남짓으로 전직원의 20%가 징계 대상이 된 것이다.

티캐스트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노는 언니> 포스터. 지난 7월 초 종영했다. 티캐스트 제공

징계 사유는 ‘외주제작비 관리 부실’과 ‘외부 피디 특혜 제공’ 등이다. 피디들이 제작 현장에서 외주제작사 카드로 식대 등 진행비를 결제하는 등 사내 규정과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사쪽의 판단이다. 예능제작국을 총괄했던 조서윤 피디에 대해서는 해고, 나머지 19명은 정직(1명)·감봉(3명)·견책(15명) 등 처분이 내려졌다.

피디 대상 ‘일거수일투족 보고하라’

이에 징계를 받은 20명 가운데 16명이 같은 달 27일 재심을 신청하자, 사쪽은 이들 가운데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은 4명에 대해선 기존 징계를 철회하고 재조사를 예고했다. 나머지 12명에 대해선 기존 견책 처분을 공식 징계로 분류되지 않는 주의·경고로 하향 조정했다.

피디들은 즉각 반발했다. 외주사 카드 사용 등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업계 관행’을 무시한 징계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재심을 신청한 것인데, 사쪽이 기존 징계를 취소함으로써 부당 징계라는 사실을 인정해놓고서도 일부에 대해 다시 조사를 벌이는 것 자체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또 ‘감사-징계-재징계 예고’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고 처분을 받고 재심을 신청한 조 피디는 지난달 8일 직장 내 괴롭힘 혐의로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진정서에서 “(징계에 앞서 감사가 진행되던 기간에) 예능제작국장을 맡아 단독 사무실에서 일하던 자신에 대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제작사업부 팀원으로 발령 내며 일반 직원이 근무하는 공간 구석에 자리를 배치해 심리적 모욕감을 준 것은 물론,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하도록’ 하면서도 정작 업무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소외시켰다”고 밝혔다.

조 피디는 이와 별도로 회사가 사내에 직원의 동의 없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같은 시기에 팀장을 맡고 있다가 업무가 전혀 다른 부서의 팀원으로 인사가 난 두 직원도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과 전적 동의서도 없이 부당하게 파견 인사를 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회사 등을 상대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이달 초 ‘티캐스트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6일 서울 종로구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사쪽의 무리한 인사와 부당 징계 등에 앞으로는 노조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잘나가던 ‘노는 언니’ 갑자기 종영

티캐스트 피디들은 지난 몇달 동안 이뤄진 감사와 대규모 징계, 징계 철회 뒤 재징계 예고, 무리한 인사 등 논란의 시작이 지난 4월 경영진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당시 태광그룹은 강신웅 대표이사 등 기존 경영진을 대거 해임하고 오승현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현재는 권용석 대표이사). 티캐스트는 태광그룹이 2008년에 설립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E채널을 비롯해 <챔프비전> <스크린> <씨네프> 등 10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 가운데 E채널을 통한 자체 제작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으며 2020년부터 다른 방송사의 스타급 피디를 연이어 영입했다. <무한도전>(MBC)의 제영재 피디와 <라디오스타>(MBC)를 연출한 조서윤 피디, <제이티비시>(JTBC)에 있던 방현영·이지선 피디 등이 강 대표 체제에서 스카우트 등 형식으로 영입된 피디들이다.

문제는 자체 제작 역량을 높인 결과가 수익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에는 올해 초 강 대표 등에 대한 해임이 수익 감소에 대한 경영적 판단의 결과로 알려졌다. 경영진 물갈이에 뒤따른 것이 사내 감사와 대규모 징계였다. 아울러 사쪽은 강 대표 체제에서 조 피디 등이 만든 <용감한 형사들>과 <노는 언니> 등 티캐스트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도 감사와 징계가 진행되던 지난 5월과 7월 연이어 종영했다.

티캐스트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용감한 형사들> 포스터. 티캐스트 제공

이에 티캐스트 안팎에선 사쪽이 구조조정에 앞서 제작진에 대한 감사와 징계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인기 프로그램마저 희생시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티캐스트 관계자는 “강 대표 체제에서 영입됐거나 기존 경영진 사람으로 분류되는 몇몇 인물을 처음부터 표적으로 삼아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심지어 감사 대상이 제작한다는 이유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던 ‘노는 언니’ 등 프로그램까지 갑자기 종영해 버리니, 그 피해가 시청자한테까지 고스란히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티캐스트 쪽은 부당 징계 논란을 두고 “현재 (재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이에 대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인사 조처가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은 구조조정 계획의 하나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논란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제기된 만큼 공정을 기하려고 외부 노무사를 통해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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