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고향 가는데 버스가 사라졌다" 코로나로 노선 감축에 당황

김승현 기자 2022. 9.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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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서울~김천 등 사라져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달 말 추석 연휴에 고향인 경북 김천에 가려고 고속버스를 예매하려다 당황했다. 스마트폰 고속버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서울 강남터미널-김천’행 버스를 찾았지만 2년 전엔 있던 버스가 검색에 잡히지 않은 것이다. 더 알아봤더니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2월 운행이 중단돼 있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김천으로 가는 버스도 2020년 8월부터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차가 없는 데다 KTX 표를 끊지 못한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김천 인근 구미행 버스표를 끊어야 했다. 김씨는 “김천터미널에 내려서 도보 5분이면 집에 가는데, 구미터미널에서는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며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끝났다 싶어 2년 만에 고향에 가려 했는데, 코로나가 참 많은 걸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어진 후 처음 맞는 큰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김씨처럼 ‘고향 가는 버스’가 사라져 불편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코로나 사태 속 승객 수가 줄면서 문을 닫은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적지 않은 데다 노선이 아예 사라진 경우가 많아서다. 노선이 남아 있더라도 운행 횟수가 크게 줄어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시민들은 인근 대도시의 버스터미널로 이동하는 ‘우회 귀성’을 하거나 같은 곳에 가는 이들과 카풀을 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코로나에 최근까지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했었기 때문에 버스 운행이 코로나 전처럼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2년간 폐업한 지방 버스터미널만 해도 경북 성주(20년 6월), 충북 영동(20년 12월), 전북 남원(22년 4월) 등 전국 3곳에 이른다. 2021년 8월 폐업한 전남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 2019년 10월 폐업한 전남 광양버스터미널은 민간에서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 방식을 바꿔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간 적자에 시달려온 버스회사들은 주요 도시 간 운행 노선을 크게 줄였다. 충북 청주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이모(31)씨는 추석에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인 전남 여수에 가려 했지만 실패했다. 2020년 8월부터 청주~여수 고속버스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결국 친구 차를 빌려 타고 여수로 간다고 했다. 충주에 사는 이씨의 장인어른도 추석 전인 지난 주말 딸 가족을 미리 만나러 이씨의 청주 집으로 오기로 했는데, 충주에서 청주로 오는 직행버스도 36대에서 10대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씨는 “장인어른도 결국 당일 근처 기차역에 가셔서 4시간을 기다려 청주행 기차표 하나를 겨우 구해 집으로 왔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2)씨도 이번 추석에 친구 차를 얻어 타고 고향인 강원 평창에 가기로 했다. 박씨는 “대학생 때만 해도 동서울과 평창을 오가는 버스가 1~2시간에 한 대씩은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총 4대뿐”이라며 “표를 사려고 앱을 봤더니 이미 매진이어서 고등학교 친구 차를 얻어 타고 간다”고 했다. 직장인 류모(34)씨도 지난 설 연휴에 충북 청주에서 강원 원주로 가는 시외버스 노선을 찾지 못했다. 류씨는 “청주에서 원주까지 1시간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데 서울을 중간에 거치면 6시간까지 늘게 된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는데 결국 차를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추석을 앞두고 현재 운행이 중단된 ‘세종터미널-부산’ ‘당진-동대구’ ‘하남-광주광역시’ 등의 노선에 대한 문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친정이 구미인데 운행을 빨리 다시 했으면 좋겠다” “거리 두기도 해제됐으니 다시 운행이 재개됐으면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 노선 정상 운행을 요구하는 민원을 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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