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프로암'이 변하고 있다

노현주 2022. 9.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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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골프포위민 노현주 기자]

프로암 대회는 주최 측 스폰서가 자기 회사의 고객을 초청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라운드와 만찬을 함께하는 일종의 사교 행사다. 최근에는 수요 증가에 따라 일반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프로암(Pro-am)이란 프로페셔널-아마추어의 줄임말로,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함께 경쟁하는 대회 혹은 함께 플레이하는 라운드를 말한다. 대개 주최 측 스폰서가 자기 회사의 VIP 고객을 초청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라운드를 하고 만찬도 함께하는 일종의 사교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는 프로 선수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선수나 프로골프협회에서는 기업인 또는 사회 저명인사와 관계를 맺고 스폰서를 유지하거나 확대 하는 등 좋은 기회가 되는 행사다.

대회를 앞둔 프로암은 참가 선수들에게는 의무사항 중 하나다. 대회 주최 측에서 선수에게 프로암 참가를 통보했는데 이에 불응하면 대회 참가에 불이익을 주거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의 실무자들은 프로암이 끝나면 ‘할 일의 70~80%가 끝났다’ 고 말할 정도로 기업 입장에서 이 행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초청장을 받은 VIP도 만족한다면 ‘모두의 니즈를 충족하는 프로암’이 갖는 파워는 더욱 세진다.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개최는 기본, 일반인을 위한 기회 확대

프로암의 미학은 ‘감동’이다. 아마추어가 프로의 샷을 보며 감탄하고, 프로는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내는 라운드의 자리다. 골프 애호가라면 TV에서만 보던 골퍼와의 라운드에 충분한 설렘과 흥분을 느끼기 때문에 프로암 초청장을 받는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기업에서는 VIP 고객 서비스나 홍보 수단으로 프로암 대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프로암처럼 주최 측 스폰서가 자기 회사의 VIP 고객을 초청하는 것이 아닌 ‘이벤트성 사설 프로암’이라고 보면 된다. 은행, 증권사 같은 금융권의 러브콜이 대다수다.

이러한 사설 프로암 참가자들은 실력과 외모를 갖춘 여자 프로 골퍼와의 라운드 기회를 선호한다는게 기업체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KLPGA)는 각 기업체에서 소속 프로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이벤트성 프로암 대회 때 공인료를 받아 가욋돈을 챙긴다. 이벤트 프로암을 전개하는 관계자 A씨에 따르면 “기업들의 선수 요청이 쏟아지면서 공인료가 매년 증액돼 왔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잠시 주춤한 시기도 있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것보다 골프 기회가 선호됐다”고 전했다.

프로암 참가 기회는 더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BC카드는 2019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프로암 대회 초청권을 제공했다. 골프업종에서 BC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고객을 비롯해 전국 골프존 매장에서 대회 장소인 포천힐스 CC 18홀을 완료하고 BC카드로 결제한 고객 중 성적이 우수한 일반인 108명을 프 로암에 초청한 사례가 있다. BC카드는 매년 선정 조건에 차이를 두긴 했지만 ‘프로암의 진입장벽을 낮춰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선보이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내보였다.

그리고 지난 7월 KLPGA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2022를 개최한 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 뉴트리 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프로암 대회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 일정 기간 동안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서 프로모션 대상 제품을 구입한 고객 중 구매 금액 상위 30명에게 초청권을 제공한 것. 이벤트를 응모하며 프로암 참가 기회를 꿈꾸는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많았다는 점은 프로암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암과 필드 레슨은 구별해야 한다

프로암과 언뜻 비슷해 보이는 필드 레슨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도 늘고 있다. 필드 레슨은 말 그대로 장소를 필드로 정했을 뿐, 레슨이 주가 되는 라운드다. 그린 읽는 방법과 코스 매니지먼트, 상황별 클럽 선택 등 연습장에서 할 수 없는 레슨을 필드에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암은 그저 덕담을 하거나 간단한 레슨 팁 등을 나누는 자리이므로 프로가 ‘헤드업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이상하지 않다. 프로암은 필드 레슨과는 다른 의미의 라운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최근에는 협회 차원에서 선수에게 프로암에서의 애티튜드나 필드 레슨에 대한 내용을 코칭해 원활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로암 이벤트에 자주 참가하는 프로 골퍼 B씨는 “프로암에서는 처음 만난 동반자의 스윙을 너무 쉽게 지적 하는 우를 범할 수 있고, 골프는 단 한 번의 충고로 개선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로 흘러간다면 프로암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레슨이 주가 되고 싶다면 처음 접하는 프로보다는 자신을 이해하며 레슨을 같이했던 프로와 필드 레슨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덧 붙였다.

아마추어 골퍼 입장에서 보면 프로와의 라운드나 프로암 참가, 필드 레슨 등은 모두 흔하지 않은 특별한 기회인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프로와의 라운드 기회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이니 특별한 날의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프로암과 필드 레슨은 확실히 구별해서 임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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