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 해제 검토

김현주 2022. 9. 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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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 기존 주택 보유 일부 갈아타기 수요 국한될 것"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뉴스1
정부가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함에 따라 올해 들어 위축된 가계대출 시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뉴스1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추석 연휴 직후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 대책을 검토한다. 특히 정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금융 현안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 폐지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받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논의돼야 하는 이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 조치는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2·16 부동산대책'에 담긴 규제 중 하나다. 당시 과열된 부동산 투자심리를 억누르기 위해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잡지 못한 채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만 끊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위헌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그동안 정부는 대출규제 완화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출한도 확대가 자칫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상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주택 거래절벽, 가계대출 감소세가 심화되자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잔액은 8월 말 기준 696조4509억원으로, 전월보다 9857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올해 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8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해 말(709조529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2조602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매달 수조원씩 증가했던 주담대는 올해 통틀어 1조9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마저도 전세대출 증가분을 고려하면 일반주담대는 2조3000억원 가량 줄었다.

금융권에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가 다시 허용되면 수도권 상급지 급매물을 위주로 갈아타기 수요가 발생하면서 주택 거래가 일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침체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에서도 지난해 고점 대비 수억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으나, 대출이 막혀 거래는 멈춰진 상태다.

그러나 규제가 풀리더라도 현재 소득수준별 대출규제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폭 강화돼 있고, 대출금리도 많이 오른 상태라 예전만큼 가계대출이 급증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은행권 기준으로 DSR 40% 제한받는다. DSR은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의 40%를 넘길 수 없다.

또한 기준금리·시장금리가 잇따라 오르면서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6%를 넘어선 상태다. 상당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남은 두 번(10월, 11월)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연내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내 연 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16억원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집값의 절반인 8억원만 대출(30년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연 금리 5% 기준)을 받더라도 매월 은행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43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DSR 40%를 충족하려면 월소득이 1070만원을 넘어야 한다. 그마저도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한도는 줄어든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DSR 규제와 고금리 상황을 볼 때 15억원 초과 주담대가 풀리더라도 혜택을 보는 사람은 현금 부자나 기존 주택을 보유한 일부 갈아타기 수요에 국한될 것"이라며 "규제가 풀려도 지난해처럼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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