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초과 아파트 대출, DSR 규제로 최대 6억4600만원 예상

연소득 1억원에 30년 만기 가정 시뮬레이션 결과

정부, 추석 이후 ‘15억 초과 주택’ 담보대출 다시 허용 검토
15억 아파트 LTV 70%로 완화 땐 대출액 1억6600만원 증가
시중은행 관계자 “주택 가격 인상에 영향 줄 정도는 아닐 것”

2019년 12월부터 금지한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을 재개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가격에 상관없이 70%를 일괄 적용하면 연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액은 6억46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비율을 규제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출액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LTV가 상향 조정되면서 최대 1억6600만원 대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향신문이 5일 한 시중은행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정부가 검토 중인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연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시세 15억원인 아파트를 혼합형(5년 고정형) 금리 연 4.65%가 적용된 30년 만기 균등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로 매입할 때 가능한 대출액은 4억8000만원에서 6억4600만원으로 1억66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15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9억원 이하분은 LTV 40%를, 초과분은 20%를 적용받는데 이를 70%까지 올리기 때문에 대출액이 늘어난다.

다만 DSR 규제 때문에 주택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해도 6억4600만원 이상은 받지 못한다. 현행 DSR은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의 40%(비은행권은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만약 담보대출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가능액은 6억9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시세가 15억원인 아파트는 현행(4억8000만원)보다 대출액이 2억1000만원 많아진다.

연봉 5000만원인 경우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액은 3억2300만원으로 추산됐다. 연봉 7000만원은 최대 4억52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0년 만기로 빌릴 경우는 연봉 5000만원은 3억4500만원까지, 연봉 7000만원은 4억83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1억원 이하 연봉대에서 15억원 이하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경우는 대출증가액이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LTV가 70%로 일괄 완화되더라도 소득이 작아 DSR 규제로 대출액이 증가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들은 추석연휴 직후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LTV도 70%로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9년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또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9억원 이하분에 LTV 40%를, 초과분에 20%를 차등 적용해왔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SR은 빚내서 집 샀다가 추후 감당이 안 되는 차주 양산을 막기 위한 정책이지만 부수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막는 효과가 있다”면서 “DSR 규제를 철저히 하면 15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한 담보대출금액이 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대출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정부도 이를 고려해 시행 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 강남 등으로 진출하려는 일부 고소득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좀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