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넘는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 완화 검토한다
정부가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리인상과 거래 절벽으로 부동산 시장 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대출 규제를 풀어 수요를 살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자칫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추석 연휴 직후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의 해제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아직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 해제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등은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시장 상황・주택 수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부동산 제도의 질서있는 정상화를 추진 중이나, 정책 과제 및 정책 발표 일정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이루어지거나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2019년 발표된 ‘12·16부동산대책’에 따라 도입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실수요자의 편의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출한도 확대가 자칫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지 모른다는 인식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한해서만 80%로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거래가 사라지다시피 줄어들고, 가격 하락폭도 커지면서 정부 판단도 일부 선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7월 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모두 639건으로 1년 전보다 86%나 급감했다. 지난 8월 26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 대비 0.13% 하락,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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