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혁신학교 지우고 미래학교로

이정하 기자 2022. 9. 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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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뉴스]혁신학교 탓에 기초학력 저하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혁신학교 신규·재지정 보류 논란
혁신학교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제일초등학교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미래교실 수업 모습. 용인교육지원청 제공
따뜻한 고향 뉴스인 ‘우리동네뉴스’(우동뉴스)가 2022년 한가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한겨레21>이 평소에 전하지 못하는, 전국의 흥미롭고 의미 있는 뉴스가 이번에도 푸짐합니다. <한겨레> 전국부 기자들이 준비해주셨습니다.
먼저 밝은 뉴스부터 보면, 충남 부여군의 특별한 외국인 농업 노동자 정책, 경기 북부의 외국인 안보 관광객 급증,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조개 줍기, 거의 1세기 만에 다시 연결된 서울 창경궁과 종묘 기사가 눈에 띄네요.
물론 이번 한가위에도 묵직한 이슈가 있습니다. 제주의 외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 낙동강 8개 보로 수질이 나빠진 경남의 농업, 대구·경북의 수돗물 고민, 국립대에 처음 설치된 대전 충남대의 ‘평화의 소녀상’ 등입니다.
또 경전선 전남 순천역은 그 위치를 두고, 광주에선 대규모 쇼핑몰을 어떻게 할지, 전북 남원에선 산악열차를 놓을지 고민인가봅니다. 충북 청주에선 도청의 공무원 주차장 축소, 강원도에선 세 번째 ‘특별자치도’의 실효성, 경기도는 혁신학교 축소 방침이 논란입니다.
어떻습니까? 올해 한가위에도 엄청난 뉴스가 각 지역에서 쏟아졌지요? 우동뉴스와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_편집자주

경기도 교육은 현재 ‘혁신학교’ 존폐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전임 진보 성향 교육감의 핵심 혁신교육 중 하나인 혁신학교 탓에 기초학력이 저하됐다’며 혁신학교 재지정이나 신규 지정을 보류한 것입니다. 교원단체가 반발했고, 일선 교육 현장도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경기도 초·중·고 57%가 혁신학교

혁신학교는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이 삶의 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자율학교를 말합니다. 직선제 교육감 시대가 열린 2009년 김상곤 전 교육감이 처음으로 혁신학교를 도입했습니다. 도입 첫해 13곳에 불과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늘어 현재 도내 전체 초·중·고 2445곳 가운데 56.7%(1393곳)가 혁신학교로 지정됐습니다. 혁신학교가 교육과정 전체를 바꾸고 교육자치와 학교자치를 실현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전임 교육감들이 13년간 공들인 혁신학교는 보수 성향인 임태희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임 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혁신학교로 인해 경기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됐다’고 지적하며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습니다. 당선 뒤 ‘미래교육’을 앞세워 진보교육감표 ‘혁신교육’ 지우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임태희표 ‘미래교육’은 국제인증 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한 ‘국제바칼로레아’(IB), 학생과 교사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디지털역량’(DQ), 크게 두 축입니다. 두 축의 미래학교를 선정하고, 재정 지원으로 미래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입니다.

여기에 혁신학교도 한 축으로 남겨두되, 신규 지정이나 재지정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혁신학교는 4년마다 성과 평가를 거쳐 재지정합니다. 지정 4년이 다가오는 225개 학교가 당장 2023년부터 재지정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새로운학교 경기네트워크, 경기혁신학교 졸업생연대 ‘까지’ 등 경기 지역 8개 교원단체는 혁신학교 재지정 폐지 철회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학교의 변화는 IB, DQ와 같은 지엽적인 연구학교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혁신교육 이전의 수많은 실패를 통해 깨달았다”며 “혁신학교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13년 동안 발전시켜온 민주 교육체계”라고 주장했습니다.

허승대 새로운학교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혁신학교 운영에 대한 정확한 성과 평가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임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포괄하는 미래학교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경기혁신학교 졸업생연대 ‘까지’의 이가람 대표는 “혁신학교는 학생과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이를 토대로 더 높은 단계로 학교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며 “혁신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일방적 폐지는 민주주의에 역행”

“미래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별도로 진행하는 한편, 혁신학교 재지정을 계속할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와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아직 아무것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수원=이정하 <한겨레>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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