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갤럭시Z 폴드4'..방망이 깎는 삼성

이기범 기자 2022. 9. 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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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폴더블폰 완성도에 집중한 삼성
외관상 변화 미미하지만, 쓸만한 '휴대'폰으로 자리매김한 '폴드4'
삼성전자의 4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4'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이쯤되면 사람들도 스마트폰에 질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상향 평준화된 시장에 스마트폰은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성능 경쟁은 베젤리스 화면으로 옮겨갔고, '인덕션 디자인'으로 불붙은 카메라 경쟁까지 일단락되자 모두가 똑같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됐다. 막대형 스마트폰은 무료했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길어졌다. 결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찾은 해답은 '폼팩터'였다. 접고, 붙이고, 돌리고, 돌돌 말고. 스마트폰 형태를 바꾸는 온갖 시도가 이어졌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장에서 살아남은 건 '폴더블폰'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폴더블폰 시장의 멱살을 끌고 가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어느덧 4세대 제품까지 출시하게 됐다. 새로운 폼팩터에서 오는 신기함 뿐만 아니라 화면을 접고 펴는 과정에서 쓸모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폴더블폰에 따라붙는 꼬리말은 여전하다. 스마트폰을 왜 접어야 하냐는 거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왔다. '1세대 폴드'는 대화면을 통한 확장성, '폴드2'는 접고 펴는 과정에서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플렉스 모드)으로 답했고, '폴드3'는 S펜과 방수·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120Hz 주사율(내외부) 등 최신 기술을 집약하면서 쓸모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힌지(경첩) 개선을 통해 무게를 줄이고 '휴대'폰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갤럭시Z 폴드4'

이번 '폴드4'의 대답은 완성도다. 폴더블폰을 좀 더 쓸만한 '휴대'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담았다.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폴더블폰의 핵심인 '힌지'(경첩)를 다듬어 두께와 무게를 줄였다. 크고, 무거운 폴더블폰을 손에 쥐기 쉽게 만드는 데 주력한 모습이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놓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기존 폴더블폰의 두께와 무게는 쉬이 용납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실제 갤럭시Z 폴드3와 폴드4를 양옆에 놓으면 '틀린그림' 찾기처럼 외관상 변화를 첫눈에 알아채기 힘들다. 그러나 손에 쥐는 순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와닿는다. 271g에서 263g으로 고작 8g 가벼워졌을 뿐이지만, 손에 달고 사는 스마트폰에 있어 특정 무게는 벽돌이냐 '휴대'폰이냐 하는 변화의 임계점이 될 수 있다. 276g으로 시작한 1세대 제품과 비교하면 무게는 13g 줄었다.

접었을 때 두께는 14.4~16㎜에서 14.2~15.8㎜로 얇아졌다. 이를 통해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는 그립감도 개선됐다.

스마트폰 '전투력 측정기' 원신은 풀옵션에서도 큰 발열 없이 매끄럽게 돌아갔다.
게임을 펼쳐서 플레이하다가 접었을 때 해상도가 일그러지는 문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전하다.

AP 발열 문제로 시작해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성능 제한 논란으로 번진 발열 및 성능 문제는 리뷰 과정에선 크게 느끼긴 어려웠다. 스마트폰 성능을 테스트하는 일종의 '전투력 측정기' 역할을 하는 게임 '원신'을 돌려 본 결과, 풀옵션 상태에서도 큰 발열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 프로세서가 적용되면서 발열 문제가 어느 정도 잡히면서 생긴 변화로 보인다.

이 같은 부분은 계속 추이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리뷰어 테스트에서도 아직까진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면 우리가 많은 노력을 통해 개선했는지 이해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갤럭시Z 폴드4 긱벤치 벤치마크 점수

벤치마크 앱인 '긱벤치' 테스트 결과 싱글코어 점수는 1200~1300대, 멀티코어 점수는 3900~4000대를 기록했다. 아직 '아이폰'에는 못 미치지만, '갤럭시'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4000점이 넘는 멀티코어 점수를 나타냈다.

카메라도 개선됐다. 기존 △1200만 화소 초광각(F2.2) △1200만 화소 듀얼 픽셀 카메라(F1.8)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F2.4) 구성에서 △1200만 화소 초광각(F2.2) △5000만 화소 듀얼 픽셀 카메라(F1.8)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F2.4)로 바뀌었다. 전작 대비 이미지 센서는 23% 더 커졌다. 최신 막대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수준으로 올라온 셈이다. 바형 최상위 모델인 '갤S22 울트라'의 1억800만 화소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갤럭시Z 폴드4 카메라는 갤럭시S22 수준으로 올라왔다.
갤럭시Z 폴드4 야간모드로 촬영한 사진
인물모드 촬영 시 유리 재질 피사체 분리도 잘 해낸다.
뇨끼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PC와 같은 경험을 위한 멀티태스킹 기능 개선도 눈에 띈다. 우선 자주 쓰거나 최근에 사용했던 앱을 정리한 '태스크바'가 하단에 추가됐다. 대화면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지만, 갑자기 확 작아진 아이콘은 조금 당황스럽다. 스마트폰에 PC 작업 표시줄이 추가된 형태여서 일관된 사용자경험(UX)을 해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또 '실험실' 메뉴를 통해 제스처만으로 화면을 쉽게 분할하거나 창을 줄이는 등 PC와 같은 UX가 추가됐다.

하단에 추가된 작업 표시줄 역할의 '태스크바'

이처럼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큰 폭의 변화 대신 완성도를 택했다.

노태문 사장은 "이번 4시리즈에는 여러 가지 후보군이 있었지만 우리가 지금 만들어진 폴더블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일정 기간 유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정했다"며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잘 리뷰하고 있고, 최정예 시점에 적합한 디자인을 앞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름이 일부 개선됐다고 하지만, 체감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변화의 폭을 한눈에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고, 소수점 단위 두께 변화, 한 자릿수 무게 변화는 직접 써보기 전엔 알아채기 쉽지 않다. 화면 주름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이 또한 체감하기 어렵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선 혁신일지 몰라도, 소비자의 시선에선 '틀린그림 찾기' 수준에 그친다. 200만원을 넘나드는 가격은 여전히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든 진입장벽이다.

이 같은 삼성의 선택에 이용자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 미래는 이미 펼쳐졌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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