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디지털 교육체제로 대전환

2022. 9.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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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회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생활을 이어 온 것도 여러 해가 지났다. 그동안 교육 분야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오프라인 수업이 일상이던 이전과 달리 디지털 기반 온라인 수업이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교사·학부모·학생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온라인 수업에 당황했으나 지금은 디지털 소양을 접목한 수업 방식이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어느덧 초·중학교 현장에서 온라인 수업을 이용한 교육 디지털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100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한다. 이를 위해 초·중학교 정보교육을 강화한다. 이와 관련해 교원과 교수를 확보하고, 전문성을 강화한다. 디지털 친화적 교육환경을 조성한다. 종합방안에서 디지털 인재란 디지털 신기술 개발·활용·운용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디지털 인재양성 추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정책이 아니다. 이미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디지털 대전환을 주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글로벌 인공지능(AI) 강대국을 목표로 하는 '국가AI 전략'을 2021년에 발표했다. 최우선 과제에는 장기적 AI 생태계 구축 계획을 담고 있다. 핵심은 인재 확보다.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국립컴퓨팅교육지원센터(NCCE; National Center for Computing Education)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세계 최고의 컴퓨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이다. AI 직업 분야를 고려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국가직업서비스(National Careers Service)를 통해 적절한 역할과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기에 교육부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종합방안을 제시한 것이고, 그 내용이 잘 추진되어 국민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에서의 학교교육 로드맵

종합방안과 관련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정보교육을 대폭 강화해서 초등학교는 34시간 이상 수업 시수를 제시하고 있는데 초등학교의 이 시간을 '정보' 교과로 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정보' 교과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는 정보 시간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명칭을 고려해 보자. 다른 나라 사례로 영국은 '컴퓨팅' 교과로 정했다. 중국 초·중학교는 종합실천 활동 '정보기술' 교과로 하고 초등학교 68시간 이상, 중학교 68시간 이상, 고등학교 70~140시간으로 배정했다.

둘째 종합방안에서 정보교육 내용으로 컴퓨터 언어 교육, 소프트웨어·인공지능 융합을 제시하는데 초등교육에서는 정보 기초 교육도 필수적으로 담아야 한다. 컴퓨터 다루기, 인터넷 활용, 정보 역기능 대처 등 기초 리터러시 교육을 필수적으로 선행해야 한다. 공교육에서 이를 건너뛰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으로 메우게 되거나 정보 격차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초등교육에서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반영해야 하는데 총 34시간 정도로는 시수가 충분하지 않다.

시수에 대해 참고로 우리나라 초등학교 1~6학년 총 수업시수는 5892시간이다. 이때 초등학교 3학년 1년 동안의 총 수업시수는 986시간이다. 이를 교과별로 살펴보면 국어 204시간, 사회 102시간, 도덕 34시간, 수학 136시간, 과학 102시간, 체육 102시간, 음악 68시간, 미술 68시간, 영어 68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102시간이다. 6학년은 총 1088시간이다. 교과별로는 국어 204시간, 사회 102시간, 도덕 34시간, 수학 136시간, 과학 102시간, 실과 68시간, 체육 102시간, 음악 68시간, 미술 68시간, 영어 102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102시간이다.

종합방안에서 발표한 정보는 초등학교 6개 학년 전체에 적용한 34시간이라는 시수이다. 전체 5892시간에서 34시간은 매우 작은 수치다. 초등학교 전체 수업 시수의 0.58%에 해당한다. 20배를 해야 겨우 10% 정도를 맞출 수 있는 시수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대는 급변하는데 7년 정도 주기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우리나라 추세로는 언제쯤 초등학교에 정보교육이 10% 정도의 시수를 배당할 수 있을까. 어림셈으로 계산하면 7년 주기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매번 두 배 증가하는 기하급수 방식으로 계산하더라도 앞으로 5번 정도가 필요하다. 대략 35년 뒤인 2057년께나 가능해지는 수치다. 사실 연속적으로 두 배 증가가 5번이나 이어지는 것은 가능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기존 교육과정에 대비 17시간을 34시간으로 두 배 확대한다는 발표는 일면 맞는 말이고 응원할 일이지만 기준을 총 수업시수로 살펴보면 그다지 큰 시수 변화는 아닌가 싶다. 중등 64시간으로의 두 배 확대도 이와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2015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시간 배당 기준. 출처: 교육부
초등학교 총 수업시수 기준으로 보는 교과별 시수 비교

셋째 추진체계를 점검하고 업무 추진과 예산 집행을 효율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종합방안에 담긴 업무량은 방대한 편이다. 이를 충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업무 담당 부서와 예산 집행에 대한 모니터링이 따라야 한다. 이를 지휘하는 조직의 추진체계를 점검하고, 로드맵에 따른 세부 업무와 예산을 원활하게 지원해야 한다. 종합방안 발표에 각자의 업무를 담당하는 구체적 실무부서와 세부 예산에 대한 명시가 뚜렷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앞으로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추진체계를 점검하고 업무 범위를 명세화하는 것이 필요한 일로 본다.

종합방안은 교육체제가 디지털 대전환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교육 분야가 체질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 사회와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기여가 나타날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 발전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삶이 더욱 좋아지길 기대한다. 시의적절한 정책 추진을 응원하는 한편 그 성과를 기대한다.

구덕회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dhk@snue.ac.kr

〈필자〉구덕회 교수=초등교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촉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 대구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정교수다. 데이터교육, 정보교육, 소프트웨어교육, 인공지능교육, 메이커교육, 프로그래밍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찾아가는 교육 기부, 초·중등학생 컴퓨팅 교육, 학부·석박사 강의, 교사 연수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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