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서울 아파트 당첨 30대, 투잡 쓰리잡 뛰어서라도 돈 마련해야 할까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2. 9.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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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부탁해 8
월급은 많지 않지만 늘 내집마련을 꿈꿔왔던 34세 미혼 직장인입니다. 수십번 서울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지만 가점이 낮아서 매번 떨어졌어요. 마음이 조급하던 차에 지난 5월 미계약 물량이 나온 아파트 단지를 알게 됐어요.

‘설마 내가 되겠어?’란 생각으로 넣었는데 분양가 8억짜리 아파트에 덜컥 당첨됐습니다. 제 월급에 무리한 투자라고 생각은 했지만, 포기하면 10년 동안 청약통장을 쓸 수 없다고 해서 계약을 감행했어요. 계약금 7500만원은 캐피탈에서 빌려서 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자가 8%까지 올라서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요. 입주할 때 자금 마련도 걱정입니다. 도와 주세요.(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씨)

이번에 왕개미연구소의 [내돈부탁해] 팀에 상담을 요청하신 분은 지난 봄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30대 직장인 A씨입니다. 분양받은 아파트는 초역세권이고 주변에 신축 아파트도 많지 않아 입지는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고정 월급 200만원인 A씨가 수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엔 다소 버거운 상황입니다. 계약금을 내려고 받은 신용대출은 돈이 생길 때마다 갚고 있고, 행복주택 전세금도 일부 빼서 갚을 생각이지만 대출 완납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상담 사연이 지어낸 얘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현재 프리랜서(상담직)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N잡러도 감수하겠다고 말합니다. ‘빚’을 ‘빛’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그를 위해 자문단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민주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상담자분이 생애 첫 집으로 마련한 서울 구로구의 아파트는 2024년 여름 입주 예정으로,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초역세권이면서 철도 개통 호재까지 있습니다.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주거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분양받은 아파트는 ‘초역세권+신축’이라는 장점이 있어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유가 순수하게 실거주 목적이었다고 해도, 미래 투자 가치 역시 따져보지 않을 수 없죠. 상담자분이 분양받은 아파트의 분양가는 25평 기준 8억원으로, 평당 3200만원 정도입니다. 인근 지역 아파트 거래 사례를 살펴 봤는데, 최근 거래된 아파트의 평당가(2050만~3590만원)와 비교하면 다소 비싼 감이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된 것 같습니다.

또 해당 단지는 나홀로 아파트이기 때문에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도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매매 수요가 적기 때문에 환금성도 떨어지죠. 신축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을 고려한다고 해도, 입주 시점의 거래 예상가는 분양가 플러스 1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주택 시장이 위축되는 경우입니다. 나홀로 아파트이기 때문에 초급매로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프리미엄은 1억원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물론 집값 향방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죠.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달 공시될 8월 코픽스 금리는 3%를 돌파할 전망이다./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다음은 상담자분이 고민하고 있는 대출 상환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대출 규제가 빡빡한 시기에는 자금 동원력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현재 서울에서 분양받은 모든 아파트는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는 전매가 금지됩니다. 따라서 입주 시점까지는 집을 팔 수가 없습니다. 상담자분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계약금 10%, 중도금 40%, 잔금 50%로 진행되는데, 중도금이 이자후불제여서 입주 전까지는 계약금만 부담하면 됩니다.

문제는 2년 후인 입주 시점이죠. 선택지는 크게 3가지입니다. 실입주하거나 전세를 주거나 혹은 매도하는 방법입니다.

우선 실거주하는 경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상담자분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대출이 필요합니다. 무주택자가 5억~6억원 주택을 사는 경우엔 이자가 저렴한 정부의 정책대출(디딤돌·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데, 상담자분은 집값이 8억원이라서 불가능합니다.

/그래픽=한유진 조선디자인랩 기자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새로 내놓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대출’은 지역이나 집값에 상관없이 최대 6억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상담자분처럼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한 사람’이 대상이지만, DSR 40% 규제 때문에 안타깝게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대출을 잘 받으려면, DSR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아래 그래픽 참고)이란,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차주의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합니다. 현행 규정상 대출 1억원부터는 DSR이 40%를 넘으면 안 됩니다. 소득이 많지 않다면,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리지 못하는 거죠.<<a href="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2/07/01/MZQSIA65PVB5LCBRWBGOSHNPXI/" target="_blank">DSR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조선닷컴)>

보수적으로 대출 금리를 4%로 잡고 다른 대출은 전혀 없다는 가정 하에, 연봉 2000만원인 대출자는 1억3900만원(만기 30년, DSR 40%)까지만 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정기적인 수입까지 다 합치면 연봉이 3600만원인데, 이미 2금융권 신용대출(7500만원, 7.9%)을 이용하고 있네요. 신용대출이 있으면 그만큼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줄어듭니다. 현행 DSR 제도가 중간에 바뀌지 않는 한, 대출을 더 많이 받으려면 투잡이나 쓰리잡을 해서라도 소득을 늘려야 합니다.

/그래픽=한유진 조선디자인랩 기자

그 다음은 전세를 주는 경우입니다. 비슷한 평형대를 기준으로 해서 인근 전세 시세를 알아 보니 3억~5억원 정도입니다. 현재 전세 시세가 입주 시점까지 유지된다고 해도 내 돈은 최소 3억원은 마련해야 합니다. 다행히 현재 직장보다 연봉이 높은 곳으로 이직을 계획하고 있군요. 앞서 언급했듯, 입주 전까지는 추가적인 수입 창출에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등기하자마자 매도하는 방법입니다. 가격이 기대에 못 미쳐 아쉽더라도 매수자가 나타난다면 즉시 매도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매도한 후에는 실거주와 투자 목적이 모두 가능한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집마련을 할 때는 내 소득에 맞게 계획을 짜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만약 나중에 집을 매수하면서 조언이 더 필요하다면,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팀을 다시 한번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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