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식품=부실 요리' 인식서 벗어난 日..가정 식탁 장악 '세컨드 냉동고' 붐

이승구 2022. 8. 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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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시간 단축·다양한 종류' 무기 삼아 일본인 공략
대형 유통업체·백화점 등 앞다퉈 전문매장 개점하기도
가전업계, '세컨드 냉동고' 붐에 잇따라 신제품 출시
일본에서 과거 ‘부실요리’ 로 여겨졌던 냉동식품이 최근 가정의 식탁을 장악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캡처. 뉴시스
 
일본에서 과거 ‘부실 요리’로 여겨졌던 냉동식품이 최근 들어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다양한 종류를 무기로 일본 가정 식탁을 장악하는 등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냉동식품의 수요 증가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세컨드 냉동고’ 붐을 일으키고,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냉동식품은 과거에는 부실요리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종류도 늘고 요리시간 단축으로도 이어져 가정에서의 평가는 높아졌다”며 “소매 대기업은 매장을 충실하게 하고 전문점도 등장하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리테일’은 30일 지바현의 한 쇼핑몰 내에 냉동식품 전문점을 개장했다. 이 매장은 약 1500개의 품목을 취급하며, 그중 절반가량은 이 회사에서 처음 판매하는 것이다. 

피자처럼 유행을 타지 않고 늘 잘 팔리는 냉동식품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하다. 이유식이나 사케도 있다. 요리시간을 단축하고 싶은 맞벌이 가구와 1인가구를 주 타깃으로 한다.
다양한 종류의 일본 냉동식품. 아사히신문 캡처. 뉴시스
 
이전에는 간식 등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던 냉동식품의 이미지는 최근 달라지고 있다. 

전자 전단지 서비스 ‘슈푸’를 운영하는 원·컴퍼스 조사에 따르면 냉동식품을 이용할 때 드는 기분으로 “죄책감이 있다”라는 응답은 8.2%에 불과했고, 냉동식품을 이용하는 시점으로 ‘저녁(자택)’을 택한 응답자가 약 60%에 달하는 등 냉동식품은 이제 일본 가정에서 중요한 메뉴가 되고 있다.

냉동식품을 다루는 전문점도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냉동식품 회사인 ‘피카르’는 2016년 일본에서 1호점을 개점한 후 현재 도쿄 등 수도권에 총 14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일본 유통기업인 이온그룹이 운영하고 있어 ‘불요리’도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30여년간 고품질 동결기를 생산해 온 ‘토민프로즌’은 요코하마와 센다이에 냉동식품 전용 매장을 열었다. 니기리즈시(초밥) 등도 있어 이 회사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상품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백화점도 냉동식품 시장을 주목한다. 도쿄에 있는 일본 대형 백화점인 ‘마츠야 긴자’는 31일 약 30㎡ 규모의 냉동식품 전문매장을 열었다. 1만엔(약 9만원)이 넘는 로스트 비프도 있어 다른 냉동식품들과 차별화된 품질을 내세우고 있다.

헐값 판매 경쟁에 노출되기 일쑤였던 냉동식품은 그동안 백화점과는 인연이 깊지 않았다.

이마이 카츠토시 담당과장은 아사히신문에 “코로나19 사태로 ‘냉동식품 매장은 없느냐’는 목소리를 듣게 됐다”며 “감염 방지로 빈번히 가게에 방문할 수 없기 때문에, 보존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본의 가전업계는 냉동식품의 수요 증가로 ‘세컨드 냉동고’ 붐이 일자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사히신문 캡처. 뉴시스
 
이러한 냉동식품의 인기는 가전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갖고 있는 냉장·냉동고에 더해 ‘세컨드 냉동고’를 사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전기공업회에 따르면 가정용 냉동고 출하량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23만대에서 2021년 40만3000대로 크게 늘었다. 대형 전자업체들은 대용량의 제품도 투입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려 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 하이얼 판매사인 ‘하이얼 재팬 세일즈’가 8월에 공표한 자료에 따르면 냉동고 안이 ‘가득하다’, ‘다소 가득하다’고 답한 비율이 약 77%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냉동식품 구매량이 늘었다’가 약 54%에 달했다.

이 회사는 용량과 문을 여는 방법이 다른 16종류의 냉동고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지난해 판매 대수는 2019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일본 업체로는 ‘미쓰비시전기’의 슬림형 냉동고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생활용품·가전 제조업체인 ‘아이리스 오야마’는 2019년부터 소형 냉동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소형냉동고 출하 대수는 2019년의 약 10배로 급증했다고 한다. 

아이리스 오야마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 성능이 높고 슬림한 것 등 라인업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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