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열심히 했다?.."음식 찌꺼기 그대로" 재활용은 절반만

뉴욕(미국)=김성은 기자, 용인(경기)=김훈남 기자 2022. 8. 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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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4회): 폐기물 재활용, 발 묶인 한국(下)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플라스틱 라벨 덕지덕지…"분리수거 헛수고" 돈 주고 수입한다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가 수입한 폐플라스틱양은 17만톤이 넘는다. 글로벌 친환경 소비 경향 확산과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 등으로 재생 플라스틱 원료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2020년 6월 이후 폐플라스틱 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폐플라스틱 물량을 국내에서 공급해야 한다. 폐플라스틱 자급자족을 위해선 선별시설 현대화를 포함한 재활용 선별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뒤따라 왔다.

28일 환경부가 발간한 '2021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로 수입된 폐합성고분자화합물(폐플라스틱) 양은 17만965톤으로 집계됐다. 2015년 8만884톤을 수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한 수치다.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2018년 이후 급증해 2019년 18만4173톤으로 최대치를 찍은 뒤 2020년 소폭 감소했다.

2015년 23만톤이 넘는 폐플라스틱을 수출했던 우리나라는 2020년 7만6164톤을 수출하는 데 그쳐 한때 폐플라스틱 수출국이었던 우리나라는 5년 만에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의류와 석유화학업계의 재생 플라스틱 생산이 늘어나는 데 반해 양질의 폐플라스틱 원재료가 부족한 탓에 수입에 의존한 결과다.

문제는 폐플라스틱을 포함한 폐기물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에 따라 폐플라스틱도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폐플라스틱을 수출입 통제 대상 폐기물로 추가한 바젤협약 개정안이 지난해 1월 발효됨에 따라 2020년 6월말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연초에 1년치 폐플라스틱 수입 계획을 신고하고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절차 특성상 2020년 수입실적이 급감하진 않았지만,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정책효과는 지난해 수입분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입이 줄어든 만큼 국내에서 폐플라스틱을 조달하거나 처리 공정을 거쳐 폐기물로 분류되지 않는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수입해야한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잡힌 2020년과 2021년 PET(페트) 재생원료 수입량은 각각 16만1571톤과 17만2062톤이었다. 올해 6월까지 수입한 PET 재생원료는 9만558톤으로 집계돼 전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내에서 폐플라스틱을 자급자족하기 위해선 재활용률을 높이는 과제가 시급하다. 2020년 기준 폐플라스틱 폐기물은 하루 1만2052톤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재활용된 물량은 하루 6729톤에 그쳤다. 재활용률은 55.8%로, 전년도 56.8%에 비해 1%p(포인트) 하락했다. 정부가 2030년 목표로 내걸은 재활용률 70%에도 10%포인트 이상 뒤떨어진 수치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과 1인 가족 증가 등으로 일회용품 소비는 급증한 반면 배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영세하고 기피 시설로 분류되는 재활용 선별시설 특성상 대부분 사람 손으로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선별 작업의 비효율성이 여전한 데다 플라스틱 합성원료와 라벨, 음식 찌꺼기 등 이물질로 인한 작업 효율 저하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찬희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 통계는 소각해 열에너지로 회수하는 물량까지 재활용된 것으로 보기때문에 실제 재활용률은 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전체 재활용률도 중요하지만 플라스틱의 물질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선별시설 현대화 등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신 서울과학기술대 연구교수는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된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지자체에는 폐기물의 처리책임만이 강조돼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공공선별시설을 적정하게 운영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수익을 선별시설 운영인력에게 환원해주는 이해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쓰레기는 과학이다"...사람을 대신하는 빛과 바람, 그리고 자석
11일 용인 처인구 용인시 재활용 센터에서 광학선별기를 거친 폐페트병이 자동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한 겹으로 넓게 펼쳐진 각종 플라스틱 폐기물에 빛을 쏘이자 폐기물별로 다른 파장이 반사돼 감지됐다. 이렇게 확인한 폐기물별 파장값은 곧바로 물리적 분류 장치로 전송되고 선별해야 할 타깃 플라스틱 폐기물에 압축 공기가 발사된다. 공기를 맞은 선별 대상 플라스틱은 컨베이어 벨트 바깥으로 떨어셔 아랫층 선별 장소로 분류되고 나머지 폐기물은 다음 광학선별기로 이동한다.

폐기물 재활용 분류 공정이라고 하면 늘상 폐기물이 쌓인 컨베이어 벨트에 고무장갑과 앞치마,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인부들이 나란히 서서 직접 손으로 폐기물을 분류하는 장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 대부분은 이처럼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분류하는 '수선별'을 거쳐 재활용되는 게 보통이다.

수선별 방식의 폐기물 재활용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야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인 데다 하루에도 수십만톤의 폐기물을 선별하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같은 수선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광학선별기 등을 포함한 선별장 현대화 작업이 주목받고 있다.

◇'자력→바람→광학' 단계별 자동 선별과정 거치니 폐페트병이 '후드득'

11일 용인 처인구 용인시 재활용센터에 재활용 선별 작업을 앞둔 폐기물들이 쌓여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 11일 용인 처인구 용인시 재활용센터에 도착하니 비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재활용 선별작업이 한창이었다. 1만5569㎡(제곱미터) 부지에 3465㎡ 시설로 구성된 용인시 재활용센터는 용인 시내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을 하루 50~60톤씩 처리하고 있는 현대화 재활용 선별 시설 중 하나다.

이곳에는 종량제 봉투를 제외한 대부분 재활용 쓰레기가 섞인 상태로 도착한다. 입구 통과해 재활용 선별장을 우회하면 나오는 공간에 폐기물을 내려놓는 것으로 재활용 선별 작업이 시작된다.

용인시 재활용센터는 광학선별기 등 자동화 설비를 갖춘 재활용 선별장이지만 첫 작업은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자동으로 분류하기 위해선 무게나 금속성, 화학 구조 같은 폐기물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해야하는데 너무 무겁거나 가벼운 물체는 자동선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하적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로 폐기물을 실어보내면 직원 5명이 손으로 비닐쓰레기와 무거운 고철, 대용량 플라스틱 폐기물 등을 1차 선별한다.

1차 수선별을 마친 폐기물은 곧바로 2층 선별장으로 옮겨 2차 수선별을 거친다. 사람 5명으로는 컨베이어 벨트와 폐기물이 몰려드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는 탓에 2차례에 걸쳐 수선별을 해야한다. 2차 수선별장에선 주로 파지와 비닐 등 광학선별에 장애가 될만한 폐기물이 걸러진다.

수선별을 거치면 본격적인 자동선별 작업이 시작된다. 자동선별의 첫단계는 자력(磁力)이다. 자석을 이용해 고철 폐기물을 붙이거나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 공간으로 튕겨내는 방식이다. 자석에 붙지 않는 캔 폐기물도 파장에 따라 자력으로 밀어낼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다. 자력을 통과한 폐기물은 풍력과 회전선별기로 향한다. 바람을 이용해 가벼운 쓰레기를 날리고 구멍이 뚫려있는 회전선별기에 넣어 크기가 작은 폐기물을 거른다.

수선별과 자력, 풍력 등 단계를 거치면 남아있는 대부분의 폐기물은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자석에 붙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폐기물, 즉 플라스틱 쓰레기가 주로 남는다. 광학선별기는 플라스틱 물체에 빛을 쏘이면 물질 구성에 따라 반사파장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다.

선별기마다 PET(페트)와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PS(폴리스틸렌) 등을 구별할 수 있도록 파장값을 설정하고 해당 파장에 속하는 폐기물에는 압축된 바람을 쏴 1층 선별장으로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용인시 재활용센터에 설치된 광학선별기는 총 4개. 바꿔말해 4가지 플라스틱을 자동으로 선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2층에 위치한 선별기에서 걸러진 폐기물은 미리 나눠놓은 1층 공간으로 떨어진다. 나머지 작업은 선별된 재활용 폐기물을 지게차로 옮겨 압축하는 것. 압축기를 거치면 트럭에 싣기 편한 직육면체 모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완성된다. 용인시 재활용센터 관계자는 "압축기 근처로 가지말라"며 "작업화도 안 신은 상태에서 폐기물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밟으면 그 신발은 버려야해요"라고 주의를 줬다.

압축공기를 활용해 광학선별기를 거친 폐플라스틱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사람 5배 몫을 하지만…10곳 중 1곳만 겨우 도입한 광학선별기

11일 용인 처인구 용인시 재활용센터에서 직원들이 자동 선별 작업 시작 전 수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재활용 선별장에서 광학선별기 등을 사용하는 이유는 효율과 정확도 때문이다. 용인시 재활용센터가 수거한 폐기물에서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는 '선별율'은 70% 수준이다. 선별율이 높앗던 지난해 10월의 경우 2300톤 가운데 79%를 선별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전국 평균 재활용 선별률이 60%에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0%p(포인트) 이상 효율이 차이난다.

용인시 재활용센터 관계자는 "재활용 센터마다 들어오는 폐기물 종류나 양이 다양해서 효율을 측정하기 어렵지만 5배 이상 효율이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재활용 선별장에서 용인시 센터처럼 광학선별기 등을 도입한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공공선별장 187곳 중 현대화 설비를 도입한 곳은 17곳, 전체의 9%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 49억원을 들여 재활용 선별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 광학선별기를 도입하고 노후 시설을 교체한 결과물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재활용 선별시설은 117곳. 환경부는 재활용 선별장의 현대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민간 선별장의 현대화 시설 현황을 파악 중이지만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민간 선별장 특성상 자동화 설비를 갖춘 민간 시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현 정부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6년까지 공공선별시설의 현대화율을 62.6%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현대화 작업을 마무리한 17곳을 포함, 누적 기준 △2022년 37개소 △2023년 57개소 △2024년 77개소 △2025년 97개소 △2025년 111개소 등으로 현대화된 선별시설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앙정부 예산과 지자체 예산 매칭을 통한 공공선별시설 현대화 작업을 2026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라며 "예산 측면에서 큰 사업은 아니지만 현대화 작업을 위한 부지 확보 문제와 선별시설들의 호응 부족 등으로 사업 반영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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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미국)=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용인(경기)=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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