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율 낮추고, 사유재산 빼앗는 공공개발 멈춰라"
후보지 100여곳 중 절반 반대
정비사업 원점 재검토 등 촉구
문재인 정부에서 새롭게 도입된 공공재개발과 공공도심복합사업 등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특별법을 통해 개발을 위한 주민 동의율을 50%까지 낮춘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헌법소원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7개 공공개발 후보지 주민들이 참여한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개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상으로 공개 질의서를 제출하고 공공개발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공공재개발과 공공도심복합사업은 각각 2020년 '8·4 부동산 대책'과 2021년 '2·4 대책'에서 새롭게 도입된 개발 모델이다. 기존 민간에서 진행하던 재개발과 도심복합사업을 공공이 주도해 사업 속도를 높여 도심 지역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재까지 공공재개발은 32곳, 공공도심복합사업은 76곳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 중 공공재개발은 11곳, 공공도심복합사업은 41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전체 후보지 중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대부분 정비사업지구로 지정됐지만,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 반대 등으로 오랜 기간 사업이 멈춰있던 지역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지역에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을 높이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을 현행법보다 낮췄다.
민간재개발의 경우 주민의 75%가 동의해야 하지만 공공사업의 경우 3분의 2만 동의해도 개발이 가능하고, 만약 조합이 설립돼 있다면 조합원의 50%만 동의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비대위 측은 주민동의 요건을 낮춘 것이 사유재산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조홍 흑석2구역 비대위원장은 "인간 생존권의 기반인 사유재산권을 침탈하는 결정을 다수결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국토부와 서울시는 명확한 답도 없고 주민과의 면담도 거부한 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영혼없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오 시장을 향해 "주민의 의사에 반하면 전면 재검토하겠다던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물었다.
윤 정부는 최근 '8·16 부동산 대책'에서 공공도심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도 주민 동의율이 낮을 경우 민간 개발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추가 후보지 공모에 나서는 등 주민 반대 여론에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지난해부터 서울시, 윤 정부, 국토부에 면담이나 공청회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성사된 적은 없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 수 차례 질의서를 보냈지만 주민과 협의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 관련 설명회나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을 담당하는 SH공사 측은 각 사업지별 설명회를 통해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도 반대 주민들을 위한 별도 설명회는 아직 예정된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현재 공공재개발 후보지 대다수가 정비구역 입안과 시행자지정에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관련 법에 따라 동의율 확보나 사업 절차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문제없이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H가 담당하고 있는 12개 사업지 중 용두1-6구역은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고, 흑석2구역도 다음주 중 시공사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LH가 담당하는 12곳 중 11곳도 66% 이상의 주민동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부동산 하락세와 공사비 인상 등은 공공개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개발도 결국 사업성이 관건인데, 최근 1년 새 공사비 증가로 인해 주민들의 분담금이 높아지고 재개발 이후 집값 상승 기대감도 적어져 다시 민간 개발로 돌아가려는 주민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현 정부가 민간주도 주택공급 확대를 표방하면서 공공정비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공공재개발의 경우 아직 수요가 남아 있어 추가 후보지 공모에 나서긴 했지만 이 역시 사업성이 떨어지면 민간 개발에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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