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치솟고 주택정책 실망"..집값 상승전망 4개월새 확 뒤집혀

박준형,연규욱 2022. 8.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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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할 결심 사라졌다
새정부 출범·정책기대감에
4월 조사땐 상승전망 66%
8·16대책도 시장영향 미미
예상 뛰어넘은 금리 폭주
이자 부담에 거래절벽 심화
중도금대출 등 과도하게 규제
더 멀어진 집값 바닥
다주택자 급매물 소화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 유력

◆ 부동산 긴급 설문조사 ◆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폭풍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수심리 위축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부동산 하락장이 시작됐다는 진단도 늘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급등세를 막기 위해 세금 중과를 앞세워 전면전을 벌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영끌·빚투에 나섰던 젊은 세대 투자자들의 대출 상환과 자칫 발생할지도 모를 집값 폭락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PF 대출 및 연체 관리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주도하는 신규 택지 개발이나 신도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일경제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긴급 부동산 시장 점검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 중 44%(22명)가 부동산 시장 하락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뒤를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32%(16명)로 많았고, 2024년 이후에도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6%(3명)가 나왔다. 반면 올해 내 반등을 예상한 전문가는 단 2명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부동산은 심리가 가장 중요한데, 매수심리가 최악으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 건설 관련 협회 임원은 "금리를 연속으로 빠르게 인상하다 보니 금리 변동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민감도가 예전에 비해 커졌다"며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장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 부동산 컨설팅회사 연구소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중과 유예 기간이 내년 5월 초 끝나면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줄어들면서 하반기부터는 시장이 보합권을 보이면서 관망하는 장세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은 불과 4개월 전인 4월 말 매일경제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시장 전망 설문 조사를 했던 내용과 판이한 결과다. 당시 응답자 중 33%는 연말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5% 미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5~10% 상승(25%), 10% 초과 상승(8%) 응답자를 합하면 총 66%의 응답자가 연말까지 서울·수도권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부동산 시장 분석 전문가는 "당시에는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시기라 기대감이 컸고,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변수(중복 응답 가능)로는 응답자 중 82%(41명)가 금리를 꼽았다. 특히 금리 인상 추이가 언제쯤 진정될 것인지에 따라 시장 반등 시기도 달라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한 부동산 컨설팅회사 대표는 "연내 만약 기준금리 상승 추이가 안정된다면 아파트 공급 부족 문제 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시장이 다시 조금씩 우상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금리 이외에는 정부 대출 규제(44%), 정비사업 규제 완화(32%), 공급 물량(28%), 세금 완화(26%) 등이 뒤를 이었다. 금리와 대출 규제 등 수요에 영향을 크게 주는 요소들이 주요 변수로 꼽힌 것을 보면 최근 시장에서 얼마나 매수심리에 대한 우려가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 대학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금리가 오른 것도 문제지만 분양 중도금 대출 규제(분양가 9억원 초과 시 대출 금지) 등 집을 사고자 하는 이들의 대출 수요를 너무 눌러 놓은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 변수 또한 지난 4월 조사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 100인의 응답자 중 59%는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화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고, 금리 인상 추이(28%), 7월 말(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2년) 전세 시장 상황(12%) 등이 뒤를 이었다. 모 시장 전문가는 "최근 발표된 정부 정책들이 대부분 강도가 약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8·16 대책이 시장 안정에 주는 효과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중 시장 안정에 큰 효과가 있다고 답한 이들은 4%(2명)에 불과했고, 약간 있다고 답한 이들이 54%(27명), 거의 없다가 32%(16명)였고, 전혀 없다고 답한 이들도 10%(5명)에 달했다. 효과가 약간 있다고 답한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2027년까지 인허가 기준으로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은 현재 시장과는 시점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면 구체적인 공급 지역 등이 나와야 하지만 8·16 대책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지표들과 향후 전망들도 최근 들어 잇따라 부정적인 방향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값은 전주보다 0.14% 하락해 2012년 8월 6일(-0.14%)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매수심리를 나타내는 KB부동산의 지난주(2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역시 19.9(100 미만 시 매도자 많음 의미)로 전주 대비 3.6포인트 하락하며 2013년 8월 26일 18.6을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준형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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