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집단 성폭행범 석방에 전국 곳곳 항의 시위
무슬림 여성을 집단 성폭행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남성들을 석방하기로 한 인도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인도 전역에서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정부의 구자라트 성폭행범 석방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도 불렀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열렸다.
인도 정부는 독립 75주년인 지난 15일 강간, 살인, 불법집회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11명의 남성을 석방했다. 이들은 2002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반무슬림 폭동에 가담해 당시 임신 중이던 무슬림 여성 빌키스 바노를 집단 성폭행했다. 당시 폭동으로 사흘 동안 1000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는 대부분 무슬림이었다. 피해 여성의 3살 딸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도 사망했다. 구자라트주 폭동은 1947년 독립 이후 인도에서 벌어진 최악의 종교차별 폭동으로 기록된다.
구자라트주 당국은 이 남성들이 2008년 1심에서 첫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14년 이상 감옥생활을 했다는 점과 나이, 감옥에서의 행동 등을 고려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2014년 강간이나 살인 등 특정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석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으나 해당 남성들은 유죄 판결 당시 유효했던 1992년 제정된 옛 사면법이 적용돼 석방될 수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는 인도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영화배우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인 샤바나 아즈미는 “빌키니 바노와 가족들에게 일어난 일을 참을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함께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학생인 아디티는 “여성혐오와 가부장제가 너무나 커져 이제는 강간이 정상화됐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100명 넘는 퇴직 공무원들이 인도 대법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강간범 석방이 모든 여성의 안전에 소름 끼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카비타 크리슈난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 사안에 직접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자라트주는 모디 총리의 정당인 인도인민당이 집권당이다.
성폭행 피해자인 바노는 죄수들 석방 소식에 성명을 내고 “나와 내 가족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 죄수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할 말을 잃었다. 여전히 나는 마비 상태”라며 “주 당국의 결정으로 정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고 밝혔다. 그는 구자라트 정부에 “석방 결정을 취소하고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살해 협박을 받아 12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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