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고 미분양 71% 늘자.. 전국 곳곳서 "조정지역 풀어달라"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 속에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전국에서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고 향후 집값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인 상황인데, 집값이 급등할 때 만들었던 규제 탓에 지역 주민들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현재 모든 조정대상지역이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 초과’라는 지정 요건에 미달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지방 중소도시 중심으로 조만간 규제가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섣불리 규제를 풀었다가는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해제 폭을 고민하고 있다.
◇지자체 “지역경제 위축, 조정지역 풀어달라”
2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23% 하락해 2019년 4월(-0.24%)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크게 내렸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6월 말 기준 2만7910가구로, 전년 같은 달(1만6289가구)과 비교해 71% 증가했다.
현재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세종을 제외한 모든 곳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지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는 곳은 여전히 많다. 부산, 광주, 울산, 대구 등 광역시 일부 자치구와 포항 남구, 청주, 천안 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 완산·덕진구, 창원 성산구 등 40여 곳에 달한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전방위적 규제가 적용된다. 집값 상승기엔 이런 규제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정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2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했고, 천안시의회도 지난달 조정대상지역 해제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천안은 2020년 12월 일부 자치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아파트 17개 단지의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중구·남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는 울산도 이달 국토부에 해제를 요청했다. 울산은 올 2분기 민간 아파트 초기 분양률이 35%로 역대 최저다.
올 상반기 집값 하락이나 미분양 증가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부산도 최근 들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26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세수가 급감하고, 지역 경제가 피폐해지고 있다”며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시 차원에서도 조만간 정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할 예정이다.
◇”규제 풀어도 집값 자극 가능성 낮아”
조정대상지역 지정 및 해제는 국토부 산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집값 변동과 매매 거래량, 청약 경쟁률, 부동산 시장 분위기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 보통 반년에 한 번씩 회의를 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열기도 한다. 직전 회의는 지난 6월 30일이었는데, 당시 주정심 위원들은 집값 자극을 우려해 전남 여수·순천·광양 등 일부 지역만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미 전국 모든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를 위한 요건은 충족한 상황”이라며 “지방 중소도시는 조기에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도 조정대상지역 추가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안정세가 확고한 지역에 대한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1일 “규제지역에 대한 1차 해제가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필요하면 연말 이전에라도 추가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급 확대 시그널이 명확하고, 추가 금리 인상도 예정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더라도 지방 집값이 뛸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반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잠재적인 주거 수요가 풍부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시장 안정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수도권은 당분간 규제가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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