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62] 다니엘의 풍수도참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2. 8. 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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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산(山)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리 보인다. 강호동양학자의 입장에서 구약성경을 읽어보면 구약이 도사열전(道士列傳)으로 읽힌다. 구약에는 여러 선지자들이 등장하고, 이 선지자들의 예언과 삶의 궤적이 도사열전을 이루고 있다. 야훼를 믿었던 고대 유대민족은 수많은 도사들이 득실거리는 ‘영발’의 나라였다는 생각이 든다.

도사의 주특기는 예언이다. 그 예언도 여러 차원이 있다. 당시에도 왕에게 듣기 좋은 소리나 하면서 월급을 받는 아첨꾼 예언자들도 많았고, 이 아첨꾼들을 비판하는 예언을 했다가 춥고 배고픈 광야 생활을 해야 하는 선지자들도 많았다. 구약에서 소개되는 도사들은 어용도사는 빠지고 의고도사(義孤道士·의롭고 외로운 도사)들만 소개된 것 같다. 도사열전 가운데서 다니엘전(傳)이 가장 흥미롭다.

삼국지로 따지면 제갈공명과 조조가 붙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이요, 사기열전(史記列傳)에 비추어 보면 유협(遊俠) 열전에 해당한다. 다니엘의 지혜와 영발이 제갈공명을 뛰어넘고 패권국가의 제왕 느브갓네살과의 삼판 승부가 홀홀단신 협객의 무공을 보여준다. 제왕과 겨루는 칼날 같은 승부에서 한 끗이라도 밀리면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니엘의 꿈 해몽이 그렇다. 꿈에 본 신상의 머리는 순금, 가슴과 두팔은 은, 배와 넓적다리는 놋, 종아리는 쇠, 발은 쇠와 진흙. 이 꿈의 해석은 거대한 풍수도참이다. 패권국가의 흥망을 머리, 가슴, 팔다리라고 하는 비주얼로 설명했으니까.

이는 동양의 도사들이 즐겨 사용했던 예언 방식인 도참(圖讖)이 아니고 무엇인가. 신라가 망하고 고려가 등장할 무렵에 나왔던 풍수도참이 ‘계림은 누런 잎이요(鷄林黃葉) 곡령은 푸른 소나무(鵠嶺靑松)’이다. 신라는 이미 누런 낙엽이요, 고려는 이파리가 푸르다는 의미이다. 디지털보다는 ‘도참(누런 잎 푸른 솔)’이라고 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훨씬 은유와 함축이 많으면서도 쉽게 다가서기 좋다.

버전은 다를 수 있지만 순금은 바빌론이요, 은(銀)은 페르시아, 놋쇠는 그리스, 쇠는 로마로 보통 해석한다. 바빌론,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는 세계의 패권국가이다. 후대 해석가의 말처럼 다니엘의 꿈 해몽이 이 4대 패권국가의 바톤 터치를 예언한 것이라면 엄청난 스케일의 풍수도참이다. 구약은 중동 패권국가의 역사가 농축되어 있다. 거기에다 예언의 세계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고도로 농축된 압축파일을 풀려면 어지간히 공부해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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