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공화국 오명 쓴 건설 현장, 디지털화로 재해 예방 가능 "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8. 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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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기자의 건설현장>
국내 첫 공사감리 앱 개발한 이기상 씨엠엑스 대표
농업보다 못한 건설업의 디지털화, 편법 시공 횡행
공사현장 감리 작업 여전히 종이 서류 작업
디지털화로 실시간 시공관리, 크로스체크로 부실시공 방지

대기업 건설사들이 웨어러블 로봇, ‘인공지능(AI) 재해 예측 시스템’, 안전점검 로봇개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건설현장은 첨단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여전히 먼지가 날리고 작업자들이 수백 장에 달하는 도면을 들고 다닌다. 부실시공을 막기위해 감리원이 매 공정마다 검측(검사 측정)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 설계도면대로 공사가 이뤄졌는지를 점검하고 현장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대부분의 현장이 여전히 종이에 수기식으로 서류작업을 한다. 로봇, AI를 개발해도 현장의 가장 중요한 품질과 안전관리는 여전히 수십년전 방식 그대로이다. 수기식 서류작업 탓에 한꺼번에 몰아서 감리 서류 작성하기, 작업 순서 바꾸기 같은 구태와 편법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하는 등 건설 현장에서 크고 작은 재해가 끊이질 않는 것도 건설현장에 만연한 편법 탓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현장의 디지털화율은 농업(10%), 제조업(28%) 보다 낮은 6%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을 활용, 건설 공사의 관리 감독과 감리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앱을 만든 이기상 씨엠엑스 대표는 “건설현장을 디지털화하면 건설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공사관리, 안전관리 효율성을 높여 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축사·건축시공기술사이면서 건설법무학 박사로, 건설 분쟁과 관련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건설감리와 IT 기술을 접목하는 스타업회사를 창업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건물 추가 붕괴 등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 외부를 살펴보고 있다./소방청

-건설현장의 감리와 감독을 디지털화한다고 산재예방에 도움이 되는가?

““한국은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이 OECD 국가중 1위로 ‘산재 공화국’ 오명을 쓰고 있는데, 산재사고 사망자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건설현장은 빨리빨리 문화가 횡횡한다. 공기단축이 돈이기 때문이다. 디지털화하면 시공의 객관성, 투명성, 절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검측체크리스트를 작성, 클라우드에 올려 놓으면 실시간으로 감리원, 발주처, 공사관련 부서 등 여러 곳에서 동시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실시간 ‘크로스체크’가 편법을 쓸 수 없도록하는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 부실감리와 부실 시공을 걸려내는 데 도움이 된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등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다.

“ 국토부는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시공·지지 방식 설계도와 달리 임의 변경, 가설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등을 지목했다. 공기단축을 위해 설계도와 달리 시공하는 것을 감리, 발주처가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시공 감독과 감리를 디지털화하면 발주처와 감리단의 실시간 모니터가 가능해진다. 부실시공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AI기술 등과 접목하면 품질과 사고 예방, 노후 건물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디지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최근 국토부가 오는 2030년까지 건설산업을 기존의 종이도면·인력 중심에서 첨단 기술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건설현장의 서류 종류를 줄이고 절차도 간소화하며 디지털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디지털화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BIM 도입계획도 발표했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자재·제원정보 등 공사정보를 포함한 3차원 입체모델로, 건설 모든 단계에 걸쳐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신규 공공사업을 대상으로 공사비 규모·분야별로 건설 전 과정에 걸쳐 BIM 도입을 순차적으로 의무화한다는 계획과 함께 생산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OSC(Off-Site Construction)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OSC는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레고 블럭처럼 조립하는 모듈러(조립형) 주택을 말한다.”

-건설현장의 디지털 기술이 더 발전할 여지가 많은가?

“기존의 건축, 토목, 플랜트 공사 방식에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이 융합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도 있고, 스마트하게 건설현장의 품질을 관리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도 있다. "

-향후 노후건물 관리가 과제이다.

“보통 30년 이상이 된 건물을 노후 건축물이라고 말하는데, 2020년 이후 노후건축물 비중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건물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2022년 중기부 R&D사업을 통해 ‘건축물 재난 예방을 위한 건축 PLM(생애주기 관리)메타데이터 플랫폼을 개발중이다. 건축물 관리법이 2020년 시행되면서 지자체가 3년, 5년 주기로 건물의 유지관리에 관한 점검을 하고 보고를 받는다. 이것도 여전히 종이 서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만일 이런 자료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장기적으로 AI기술 등과 결합, 건물 결함 등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디지털화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건축사무소를 할 때 건물공사를 의뢰한 분들이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고 있느냐’고 자주 묻는다. ‘잘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아니라 건설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모바일앱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서 출시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을 활용, 건설 공사의 관리 감독과 감리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앱을 만든 이기상 씨엠엑스 대표는 “건설현장을 디지털화하면 건설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공사관리, 안전관리 효율성을 높여 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앱을 출시했는가?

“2017년에 국내 최초의 감리앱 서비스 ‘아키엠’을 개발해 현장에 접목 중이다. 아키엠은 전국 1만3000여개 건축사사무소중 3000개 이상의 사무소가 사용하고 있다. 건설전문 협업툴 ‘콘업’도 출시했다. 시공자, 감리자, 발주처, 협력업체가 모바일 기반으로 건설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안전관리, 검측서류, 자재승인, 공사일지 등 주요서류를 전자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 설계도면을 모바일로 담을 수 있고 클라우드에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이고 투명한 공사관리가 가능해졌다. 콘업은 중대형건설사 100여개 현장에 적용 중이다. 한라, 한양은 전체 공사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롯데건설, 동부건설, 태영건설은 기술검증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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