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전세' 500채 팔고 튀었다, 보증금 1000억 떼먹은 사기수법
수도권 일대에 빌라 500여 채를 지은 건축업자 A씨는 매매 가격보다 비싼 전세 보증금을 받고 세입자를 들이는 ‘깡통 전세’ 계약을 맺었다. 신축 빌라의 시세를 제대로 모르는 세입자들은 A씨와 한패인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전세 보증금 약 1000억원을 받아 챙겼고, 공인중개사에겐 전세금의 10%를 수수료로 줬다. 이후 A씨는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바지 투자자’에게 빌라를 처분하고 잠적했다.
국토교통부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A씨처럼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정보 1만3961건을 경찰에 제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정부가 전세 사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에선 빌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를 넘는 등 ‘깡통 전세’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 사기 의심’ 집주인 1000여 명 적발
국토부가 경찰청에 통보한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집주인은 1034명에 달한다. 국토부는 우선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뒤에도 장기간 이를 갚지 않는 채무자 200명의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 HUG가 이들 대신 갚아준 보증금 액수는 6925억원이다. 이 중 보증금 4507억원을 갚지 않은 악성 임대인 26명에 대해선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부가 실제 부동산 거래를 분석해 전세 사기로 의심되거나, 경찰이 단속·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제공한 정보도 1만건이 넘는다. 이에 해당하는 임대인은 총 825명으로 이들이 돌려주지 않은 보증금만 1조581억원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날 몇 가지 전세 사기 유형을 공개했다. 악성 채무자로 HUG 보증보험 가입이 금지된 집주인 B씨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자 지인에게 자신이 보유한 빌라를 매도한 뒤 지인 이름으로 약 200가구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B씨는 이런 방식으로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 550억원을 가로챘다.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갖고 있던 임대인 C씨는 담보 대출을 연체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게 됐는데도 이 사실을 숨기고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30여 명과 전·월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9월 법무부 등과 함께 전세 사기 예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전세가율 급등 지역 관리를 강화하고, 임대인과 빌라 시세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25구 중 21구가 ‘깡통 전세’ 위험
전세 사기는 아파트보다 매매 거래가 잘 안 되는 연립·다세대 주택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런 주택은 거래량이 적어 정확한 시세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해 임차 수요가 많은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전·월세 시장지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시 연립·다세대 신규 계약 전세가율은 평균 84.5%로 집계됐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 위험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신축 빌라가 많은 강서구(96.7%)와 금천구(92.8%), 양천구(92.6%) 등은 전세가율이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는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HUG에 따르면 올해 1~7월 발생한 보증금 반환 사고 금액은 42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66억원)보다 40%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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