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기술 탈취한 대만 기업.. 항소심도 벌금 6000만원

이기우 기자 2022. 8.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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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서울반도체가 자사 직원 3명을 매수해 기술을 탈취한 대만 기업 에버라이트에게 항소심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지난 6월 수원지방법원은 부정경쟁방지보호법 및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에버라이트의 항소심에서 벌금 6000만원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외 기업으로는 최고 액수의 벌금형이라는 게 서울반도체 측 설명이다.

경기도 안산의 서울반도체 본사 /서울반도체

에버라이트는 서울반도체 전 상무·실장 등 3명을 매수해 서울반도체의 자동차 LED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에버라이트는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영업 비밀 유출을 요구했고, 해당 직원들은 업무용 노트북으로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영업 비밀을 드라이브에 저장한 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기술을 유출했다. 이들은 에버라이트에서 근무하며 고객사 상대로 서울반도체 PPT 템플릿을 그대로 가져다가 발표하는 과정에서 서울반도체 직원에게 적발됐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에버라이트는 항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반도체의 기술이 영업비밀일 뿐만 아니라 국가산업기술보호법상의 첨단기술에 해당한다고 봤고, 산업기술유출 부정 취득 혐의를 추가적으로 인정했다. 원심과 형량은 같지만 원심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었다. 기술을 빼돌린 서울반도체 전직 임직원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직접 기술을 빼돌린 직원 3명에 더해 해외 법인인 에버라이트까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은 드문 사례다.

에버라이트가 유출을 시도한 기술은 자동차용 미니 LED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 기술 와이캅(WICOP)이다. LED 칩을 패키지 공정 없이 기판에 직접 장착할 수 있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패키지 사이즈를 12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LED, 미니 LED를 생산하기 위해선 이 기술이 꼭 필요하다. 서울반도체는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0년간 5600억원을 들였다. TV, 스마트폰, 태블릿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고, 2020년 전 세계 TV 생산량 약 2억대 중 약 20%에 와이캅 기술이 채택됐다.

서울반도체는 국내 기업 중에서도 자사 특허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유럽 4위 전자제품 유통업체 독일 콘라드일렉트로닉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콘라드일렉트로닉스가 서울반도체의 스마트폰용 플래시 LED 기술을 무단으로 침해했는데,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이 이를 인정해 해당 스마트폰의 판매를 멈추고 전량 회수하도록 판결한 것이다. 서울반도체와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는 2003년 이후 특허 소송에서 99전 99승을 거뒀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지식재산은 대한민국이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자 젊은 창업자들이 생존하고 발전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며 “기술 도둑질 등의 탈법을 일삼는 나쁜 기업들은 반드시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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