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이런 초대형 미술장터는 처음이지?

노형석 2022. 8.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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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세계적 업체 '프리즈'와
한국 키아프 이례적 공동개최
코엑스에서 9월2~6일 열려
서울 곳곳 위성장터·프로젝트도
거래액 5천억~1조원 이상 예상
‘프리즈 서울’에 세계적인 명문 화랑 하우저앤워스가 출품할 예정인 거장 조지 콘도의 신작 그림.

도박일까, 도약일까.

지금 국내 화랑업자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게임이 펼쳐질 예정이다. 물론 기회일 수도 있다. 좋은 패는 상대방이 더 많이 쥐었지만, 끼어들어 뜻밖의 패를 흔들 수 있다. 게임판 돈을 대는 이들은 세계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들이다. ‘플레이’를 잘하면 그들의 눈에 들 수도 있다.

한국 미술시장은 다음 주말부터 닷새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국내 역사상 가장 큰 작품 장터를 벌이게 된다. 작품 거래 총액이 최소한 5000억원대, 많게는 1조원대 이상을 내다보는 거액이 굴러다니는, 전에 없었던 거대한 작품 시장이 서는 것이다.

‘키아프 서울 2022’의 가나아트 부스에 나오는 원로 작가 김구림씨의 복합매체 작품 Yin and Yang 9-S, 131(2009)./Yin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국의 아트페어(미술장터) 업체 ‘프리즈’의 첫 서울 행사가 9월2~5일 코엑스 C홀·D홀에서 세계 각지의 110개 명문 화랑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9월3~6일에는 한국화랑협회 주도로 코엑스 A홀, B홀에서 국내외 164개 화랑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미술품 장터인 제21회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도 펼쳐진다. 프리즈와 전례 없는 공동 개최 형식으로 마련된다. 세계 미술시장 제국인 아트바젤과 경쟁하며 런던, 뉴욕, 엘에이 등에서 대규모 페어를 운영해온 최고 위상의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한국 화랑들과 손을 잡았고, 첫 아시아 장터를 여는 것이다.

사실상 위상이나 작품 동원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키아프가 프리즈의 위성 장터로 들어가는 셈이지만, 같은 장소에서 공동으로 입장권을 발매하고, 함께 아트 토크 행사 등을 진행하는 시도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밖에 젊은 작가의 엔에프티(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 등을 선보이는 ‘키아프 플러스’(9월2~5일·서울 도곡동 세텍)와 인사동 앤틱&아트페어(31일~9월25일·서울 관훈동 안녕인사동), 경매사 크리스티의 `베이컨/게니’ 걸작전(9월3~5일·분더샵 청담) 등 여러 위성 장터와 연계 전시들도 열린다. 그리고 별도 기획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외국 전문가의 한국 작가 스튜디오 탐방과 한국 미디어아트 필름 상영회 같은 특별 프로젝트들, 서울 지역 주요 화랑들이 두 장터를 의식해 주력 작가들을 동원한 기획전이 잇따라 막을 올려, 8월 말부터 한달간 서울의 화랑가와 미술관들은 문자 그대로 미술 투어의 열기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의 <교황을 위한 습작 Ⅰ>.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프리즈·키아프 서울 공동개최를 맞아 9월3~5일 여는 특별전에 나올 명작이다.

본전시와 과거 미술사 명화들을 주로 알려온 마스터스, 아시아권 소장 화랑들을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로 나뉘어 전시할 프리즈 서울에서 단연 주목되는 건 거고지언,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 등 한국에 지점을 두지 않은 세계 최고 명문 화랑들이 내놓을 작품들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곳은 스위스의 하우저앤워스 화랑이다.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형 조각을 비롯해 회화 거장 조지 콘도의 유화 신작,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작가로 나온 흑인 스타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의 작품 등이 나온다. 거고지언은 미니멀리즘의 거장 도널드 저드와 리처드 세라, 게오르크 바젤리츠, 에드 루셰이 등의 구작들을, 화이트 큐브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지름 182㎝의 나비 회화 대작과 앤터니 곰리의 조각, 거장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에 지점이 있는 페이스갤러리는 여성 거장 애그니스 마틴의 대작 추상 회화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그림을 준비했다. 공식 스폰서인 도이체방크 인터내셔널 프라이빗 뱅크의 살만 마흐디 부회장과 리처드 암스트롱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관장, 마이클 고반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관장, 유명 기획자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등 서구 미술계 유명인사와 컬렉터들도 줄줄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2022 프리즈 필름’에 출품될 곽영준·김예 작가의 영상 작품.

국내 화랑들은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피케이엠 등 주요 갤러리 12곳이 프리즈와 키아프에 함께 부스를 설치한다. 키아프 장터의 경우 가나아트와 갤러리 현대가 1960~80년대 전위 작가로 활약했던 김구림, 이건용 작가의 작품을 각각 출품하며, 피케이엠은 작고 작가 정창섭이 수행하듯 작업한 한지 화폭 그림들을 최근 개막한 화랑 개인전과 별개로 구성해 내놓는다. 1세대 화랑 동산방은 전통 자개를 붙여 고목 풍경을 빚어낸 박희섭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즈의 ‘포커스 아시아’에 참여하는 피투원(P21)이나 갤러리 휘슬, 프리즈 본전시에 처음 작품들을 낸 갤러리바톤 같은 소장 화랑들이 얼마나 선전할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한지를 주물러 펼쳐 화폭 표면의 조형성을 구축하면서 수행하는 회화를 만든 작고 작가 정창섭의 1991년작 <명상> 연작.

또 하나의 관심사는 티켓값이다. 기존 프리즈 행사보다 낮은 7만원대(과거 프리즈 행사 때 대략 10만원대) 가격에 두 장터 모두를 돌아볼 수 있다. 기존 키아프 티켓이 3만원이었던 데 비하면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비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행사 기간 내내 두 전시(프리즈·키아프) 다 둘러볼 수 있는 프리뷰 티켓은 20만원. 프리즈가 끝난 뒤 열리는 9월6일은 4만원짜리 입장권을 따로 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프리즈·크리스티·키아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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